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주최로 열린 '제15차 일본군 성노예 문제 해결을 위한 아시아연대회의'에 참석한 아시아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 2018.03.08. 사진=정대협 제공

"우리를 동물처럼 취급했던 일본 정부의 공식사죄와 배상을 요구합니다."

중국·인도네시아의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들이 8일 서울 영등포구 하이서울유스호스텔에서 열린 '제15차 일본군 성노예 문제 해결을 위한 아시아연대회의'에 참석해 이 같이 밝혔다.

중국 하이난성에서 온 천롄춘(陳連村·92) 할머니는 "14살때 일본군이 어떤 집으로 끌고 갔다. 좋은 직장에 소개해준다고 했는데 위안부로 강제로 일본군에게 성 접대를 하게 했다"며 "그때 당시 나와 같이 끌려간 자매들, 여자아이들 모두 나와 같은 상황에 직면했다. 성폭행 당하고 폭행 당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일본 정부는 사과하고 나는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 그때 성폭행한 사실을 반드시 인정해야 한다. 일본 정부는 피해자들에게 사죄하고 배상해야 한다"며 "나는 속아서 일본군에게 끌려갔다. 원해서 간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인도네시아 남술라웨시에서 온 누라이니(Nuraini·88) 할머니는 "13살때 밭에서 아버지와 함께 일하고 있었는데 일본군 5명이 와서 나를 끌고 기지로 데려갔다. 너무나 무서워서 큰소리를 질렀다. 몸부림쳤다"며 "아버지도 제발 딸을 데려가지 말라고 했지만, 일본군은 총으로 아버지를 위협했다"고 회상했다.

낮에는 강바닥 흙을 퍼서 나르는 강제노동을 하고 밤에는 일본 병사에게 성폭행을 당해야 했다던 할머니는 "당시 나는 아직 초경도 시작되지 않은 상태였다"며 "일본의 점령을 받던 시절에 일본군이 우리에게 한 짓에 대해 사죄받고 싶다. 나를 동물처럼 취급했던 일본의 사죄를 원한다. 일본 정부의 공식사죄와 배상을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도네시아 남술라웨시에서 온 자헤랑(Jaherang·87) 할머니는 "12살때 면방직공장에서 일하던 중 공장 지배인이 방제공장으로 데려갔다. 일주일 정도 일을 한 후 트럭에 실려 차루크에 끌려가 위안소 생활을 강요당했다"며 "동물처럼 나를 취급한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고 싶다. 제대로 배상해주길 원한다. 인도네시아를 침략해 발생한 모든 피해자에게 일본은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함께 자리한 길원옥(91) 할머니는 건강상 증언 대신 지난해 발매한 음반 중 노래 '남원의 봄사건'을 불러 참가자들을 위로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2016년 5월 14차 아시아연대회의 이후 세상을 떠난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25명(중국 8명·인도네시아 1명·필리핀 2명·대만 1명·한국 13명)과 문제해결을 위해 애쓴 아시아 활동가 3명을 추모하는 시간을 가졌다.

1992년부터 서울에서 처음 시작한 아시아연대회의는 아시아 각국의 피해자와 활동가들이 모여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해결과 피해자들의 인권 회복을 위한 연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번 회의는 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동티모르, 중국, 대만, 일본, 미국, 호주, 뉴질랜드, 독일 등 11개국 180여명이 참가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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