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은 도대체 왜 그랬을까?’

이 궁금증은 아직 풀리지 않았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에 출두하며 국민 앞에 사과를 했지만 그것은 이 질문의 답이 아니었다. 대통령직에 도전했던 사람이고 여당의 차기 대권주자로 가장 유력한 인물이었다. ‘정의’를 말해 왔고 깨끗한 이미지를 나름 성공적으로 구축했다. 어렵게 쌓아온 정치적 자산이 한 순간에 허물어질 수 있는 도박 같은 짓을 그는 왜 한 것일까.

여러 전문가의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장기간에 점진적으로 형성된 습벽”이라거나 “대(大)를 위한 소(小)의 희생 정도로 생각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의 행태를 설명하기 위해 ‘권력형 나르시시즘’이란 용어까지 등장했다.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권력형 성범죄의 전형이고, 겉으로 나타나는 모습과 뒤에서 하는 행동이 이중성을 보였기에 그렇다.

여러 분석 중 눈길을 끈 것은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가 내놓은 진단이었다. 그는 안 전 지사가 피해자 김지은씨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 주목했다. 그중에도 “괘념치 말거라”라고 한 부분이 특히 마음에 걸린다고 했다.

임 교수는 “‘괘념치 말라’는 건 ‘나는 괜찮으니 너는 걱정하지 말라’고 할 때 쓰는 표현”이라며 “피해자가 상처받아 걱정하고 있는 상황인데, 가해자가 ‘나는 걱정하지 않으니 너도 걱정하지 말라’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말이 나오는 배경에 대해 그는 “항상 가해자는 피해자가 힘들다는 걸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인지부조화를 견디기 힘들어 기억을 왜곡시키려 한다”고 했다.

임 교수는 “권력형 나르시시즘의 특징은 오만함과 함께 상대방을 물적 대상화하고 도구로 착취하는 점”이라며 ‘괘념치 말라’는 말에서 안 전 지사가 갖고 있던 권력형 나르시시즘의 실체를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장석헌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피해자를 자기 소유물처럼 생각한 것이다. 피해자가 더 이상 갈 곳이 없고 내 소유라고 여긴 것"이라고 봤다.

장 교수는 "본인이 어느 정도 권력이 있기 때문에 다른 이들이 자신의 지시나 이야기를 수긍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졌을 것"이라며 "피해자 입장에선 강제적인 권력관계, 종속관계에 있기에 그의 행동을 거부하고 무시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역시 "사람들은 '욕망이 없어서'가 아니라 사회적 규범이 그것을 제어하고 있기에 참는다. 안 전 지사는 특수한 환경에 존재했다. 아마 자신의 과실이 문제된 적이 없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안 전 지사는 공적인 자리에서 여성 인권을 강조하고 피해자에게 미투운동을 언급하면서도 성폭행을 저지르는 이중성을 보였다. 이 교수는 "자신이 하는 행동은 범죄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이중적 사고를 갖고 있었던 듯하다. 김기덕 감독은 예술, 안 전 지사는 대의를 들어 스스로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며 둔감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하루 이틀 사이에 갑자기 일어난 일은 아닌 것 같다. 발각되지 않은 채, 문제가 벌어지지 않는 상태로 장기간 지속되다 보니 경각심이 사라진 듯하다”며 “그런 상황에서 계속돼온 일탈이 하나의 습관처럼 자리 잡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문제제기가 없었던 시스템이 그의 경각심을 무장해제시킨 셈”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안희정 지사가 페이스북에 남긴 사과 메시지를 “굉장히 두루뭉수리한 사과”라고 평가했다. 그는 “‘모두 내 잘못’이라고 썼던데, 그건 ‘내가 죄를 지었다’는 말과 거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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