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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정부 시절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를 압박해 보수성향 단체를 지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기춘(79)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51)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법정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정계선)는 13일 김 전 실장 등 7명에 대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강요 등 혐의 1차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김 전 실장 측 변호인은 “전경련이 과거부터 지속적으로 하던 시민단체 지원에 대해 청와대 의견을 전달했고 일부만 반영해 지원이 이뤄진 것”이라며 “일반적인 행정 지도나 협조 요청과 무엇이 다른지 의문”이라고 반문했다.

이어 “김 전 실장의 ‘종북좌파세력 척결’ 지시로 소위 화이트리스트라 불리는 이 사건과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이 이뤄졌다”며 “포괄일죄(包括一罪)로 다뤄야 하며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처벌받으면 이 사건으로는 받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 전 실장은 정부 비판적인 문화예술인들에 대한 지원을 배제하도록 지시·운용한 이른바 블랙리스트 사건을 주동한 혐의로 지난해 7월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지난 1월 23일 항소심에서 형량이 가중돼 징역 4년이 선고됐다.

당시 조 전 장관은 1심에서 직권남용 등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심이 원심을 깨고 징역 2년을 선고했다. 1심 때 무죄가 선고됐던 블랙리스트 범행이 유죄로 판단되면서다.

조 전 장관 측 변호인도 이날 “보수단체 지원 혐의에 대해서는 김 전 실장 측과 같은 취지”라며 “국정원 특활비 뇌물수수 혐의는 법리적으로 뇌물에 해당하는지 다투겠다”고 말했다.

반면 김 전 실장 등의 지시를 받고 2014년 보수단체 지원 실무에 관여한 박준우(64) 전 정무수석 측과 신동철(57) 전 정무비서관 측은 혐의를 인정했다. 박 전 수석 측은 블랙리스트 사건 1심에서 “김 전 실장으로부터 좌파단체 정부 보조금 지급 제한을 지시받은 적 없다”고 위증한 혐의도 인정했다.

현기환 전 정무수석(왼쪽)과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 뉴시스

그러나 2015~2016년 당시 정무수석실에서 같은 업무를 수행했던 정관주(54) 전 문체부 1차관 측은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고, 현기환(59) 전 정무수석 측도 같은 입장을 밝혔다. 김재원(54) 전 정무수석은 다음 기일에 의견을 밝히기로 했다.

김 전 실장은 2014년 2월부터 2015년 4월까지 박 전 수석 및 신 전 비서관과 공모해 전경련을 압박, 정부 정책에 동조하는 21개 보수단체에 지원금 23억여원을 지급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 전 장관은 청와대 정무수석 시절인 2015년 1월부터 1년간 전경련이 31개 보수단체에 35억여원을 지원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여기에는 조 전 장관의 정무수석 후임인 현 전 수석, 정 전 비서관이 공모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조 전 장관은 2014년 9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이병기 전 국정원장, 추명호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으로부터 국정원 특활비 4500만원을 받은 혐의도 있다. 현 전 수석도 2015년 8월부터 2016년 6월까지 추 전 국장으로부터 특활비 5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또 현 전 수석과 김 전 수석에게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공모해 2016년 4·13총선에서 새누리당 내 친박 인사들을 당선시키기 위해 여론조사를 벌여 선거운동에 관여하고, 조사 비용을 국정원으로부터 지원받아 국고를 손실한 혐의도 적용됐다.

문지연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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