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이명박 전 대통령 자택 앞에서 시민들이 현수막을 펼쳐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100억원대 뇌물수수 의혹 등을 받고 있는 이명박(77) 전 대통령이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는 14일 오전 몇몇 시민이 이 전 대통령 자택 앞을 찾았다. 시민들은 이 전 대통령 구속을 촉구하는 현수막을 들고 이른 아침부터 시위에 나섰다.

이 전 대통령은 오전 9시30분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와 첨단범죄수사1부 등의 조사를 받기 위해 검찰에 출석했다. 2013년 2월24일 퇴임한 이후 1844일 만에 피의자로 소환됐다. 검찰 조사를 받는 역대 다섯 번째 전직 대통령이 됐다. 이 전 대통령은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유용 및 불법자금 수수 등 100억원이 넘는 뇌물 혐의,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DAS)’를 통한 300억원 이상의 비자금 조성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이른 아침부터 시민들은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이 전 대통령 자택 앞에서 구속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시민들이 준비한 현수막에는 “가훈이 정직-이명박, 감방 가즈아~!” “감방 가기 딱 좋은 날”이라고 적혀 있었다. 전날 밤에는 진보단체 회원 한 명이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했다.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이명박 전 대통령 자택 앞에서 시민들이 현수막을 펼쳐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 전 대통령 검찰 출석을 하루 앞둔 13일 자택 앞에서 1인 시위를 펼치는 시민. MBC 방송화면

이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지지자 한 명만 전날 오후 붉은색 장미꽃 한 송이를 들고 나타났다. 그는 이 전 대통령 자택 문 틈으로 꽃을 밀어 넣은 뒤 “대통령님 사랑합니다. 힘내세요”라고 외쳤다. 그러면서 “이런 식으로 그냥 정치보복을 하면 안 된다”며 “집권하고 있는 사람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검찰 소환을 하루 앞둔 1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이 전 대통령 자택 앞에서 한 지지자가 응원의 메시지가 적힌 꽃을 전하고 있다. 이하 뉴시스

이 전 대통령 자택 앞과 검찰청사 주변 등에는 500여 명의 경찰 병력이 투입됐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자택과 주차장 입구에 철제 펜스로 통제선을 설치하고 일반인들의 접근을 철저히 차단했다.

맹형규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이 전 대통령의 수행을 맡아 경호 인원과 함께 검찰청사로 이동했다. 강훈, 피영현, 김병철 변호사 등 이 전 대통령 변호인단도 동행했다. 이 전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 소환 때와 마찬가지로 청와대 경호처가 제공하는 차량을 탔다. 경찰 오토바이 10여 대 등이 호위했다. 이 전 대통령 자택부터 검찰청사까지는 5㎞ 남짓한 거리로 이동에 10여분이 걸렸다.

검찰 청사 앞에서도 시민들의 시위가 이어졌다. “다스는 누구꺼?” “9년을 기다렸다”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이 전 대통령을 기다렸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피의자 신분 검찰 출석이 예정된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앞에서 이 전 대통령 구속을 촉구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100억 원대 뇌물수수, 횡령, 조세포탈 등 혐의를 받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검찰에 소환되는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포토라인이 설치되어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출석 과정에서 국민들을 상대로 간략한 입장을 밝혔다.

“저는 오늘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무엇보다도 민생 경제가 어렵고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환경이 매우 엄중할 때 저와 관련된 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합니다. 또한 저를 믿고 지지해주신 많은 분과 이와 관련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분에게도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전직 대통령으로써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습니다마는 말을 아껴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하고 있습니다. 다만 바라건대 역사에서 이번 일로 마지막이 됐으면 합니다. 다시 한번 국민 여러분께 죄송스럽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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