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수십 통씩 울리는 전화벨 소리, 가정방문을 위해 발걸음을 재촉하는 상담원의 분주한 모양새, 가정위탁지원센터 사무실은 생각보다 역동적이다. 가정위탁지원센터에서 사회복지사로서 첫발을 디딘지 3개월이 된 내가 마주한 가정위탁지원센터의 모습이다. 경험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걱정과 기대, 새로운 공간에서의 긴장과 설렘을 동시에 품고 달려온 지난 세 달 간, 교과서의 텍스트만으로는 배울 수 없었던 많은 것들을 보고 느낄 수 있었다.



[청년기고] “가정위탁, 나의 울타리를 넓혀 아이들을 품어주세요”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고윤정 상담원

가정위탁은 친부모가 사망, 수감, 아동학대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자녀를 양육할 수 없는 경우에 아동을 위탁가정에서 보호받으며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이다. 2005년 아동복지법 개정을 통해 가정위탁의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으며, 현재 16개 광역시·도에 17개의 가정위탁지원센터가 설치되어 운영되고 있다.

가정위탁은 친부모를 대신하여 조부모가 아동의 양육을 맡는 ‘대리양육 가정위탁’, 조부모를 제외한 친인척이 아동을 양육하는 ‘친인척 가정위탁’, 그리고 비혈연관계의 일반인에 의한 ‘일반 가정위탁’의 세 유형으로 구분된다. 최근에는 ‘소년소녀가장’이라는 말을 잘 쓰지 않는데, 성인의 보호 아래 성장해야 할 아동을 가장의 자리에 두어서는 안 된다는 유엔(우리나라는 1991년 유엔 아동권리협약을 비준하며 당사국이 됨)의 권고에 따라 소년소녀가장을 가정위탁세대로 전환해왔다. 현재 전국에서 12,014명의 아동이 가정위탁보호를 받고 있다(2018년 1월 기준).

상담원들이 위탁가정 방문을 다녀온 뒤에는 함께 모여 사례회의를 한다. 첫 사례회의에 참석했을 때, 위탁아동들이 처한 안타까운 상황을 듣고 겨우 눈물을 참았던 순간이 떠오른다. 미성년 미혼부모의 출산, 친부모의 중증장애, 베이비박스 유기 등의 이유로 아주 어린 시절부터 친부모의 보호아래 지낼 수 없던 사례들과 친부모의 사망, 수감, 아동학대 등의 사유로 부모와 급작스러운 이별을 경험해야 했던 이야기를 들을 때면, 아이들에게 남겨진 깊은 아픔들에 마음이 먹먹해지곤 한다. 하지만 이러한 위기상황에 놓여있던 아이들을 품고 따뜻하게 돌보고 있는 위탁부모들을 통해 먹먹했던 만큼의 감동도 느끼고 있다.

경제적 빈곤과 건강악화로 홀로 생활하기에도 벅찬 상황에서 끝까지 손주들을 책임지시고자 하는 할머니, 할아버지와 부모의 부재로 세상에 홀로 남게 된 조카들을 본인의 가정에서 살뜰히 돌보아주는 친인척 위탁부모들, 그리고 혈연관계가 없지만 아이들을 가족으로 맞아들여 친자녀처럼 양육하고 있는 일반위탁 부모들을 보며 존경스럽고 마음 뭉클할 때가 많다. 혈육이기에, 혹은 신앙의 실천과 사회적 기여를 위해 위탁을 결정했다 하더라도 한 아이가 자라나는 데 수반되는 복잡다단한 일들을 감당하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이다. 위탁가정들은 그 어려움 안에서도 서로를 보듬으며 기적과도 같은 하루하루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가정을 이루고 가꾸는 것이 쉽지 않은 세상이다. 하지만 위탁부모들은 세상에 홀로 남을 위기에 처한 위탁아동들의 손을 놓지 않았다. 이러한 깊은 애정과 책임을 통해 위탁아동들은 가정이라는 든든한 울타리 안에서 자라날 수 있게 되었다. 그 안에서 서로 온기를 나누며 머지않아 다가올 봄을 함께 준비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부모의 품 대신 베이비박스에서 세상을 만나게 된 아이들, 급작스러운 사고로 부모를 잃게 되거나 수감이나 이혼 등으로 부모의 보호아래 지낼 수 없게 된 아이들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나의 울타리를 조금 더 넓혀 한 아이를 품을 수 있다면, 이 아이들은 확연히 따뜻한 온도와 시선으로 세상을 접하게 될 것이다. 가정위탁제도의 활성화를 통해 보다 많은 아이들이 소중한 가정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하며, 오늘도 상담원으로서의 소임에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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