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평택 한광여자중·고등학교는 21일 온종일 뒤숭숭했다. 수업은 진행됐지만 학업에 열중하는 분위기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 학교는 한광여중 6명, 한광여고 5명 등 교사와 교목 11명이 제자들을 성희롱·성추행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됐다. 학생들 사이에선 시위를 벌이자는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

한광여중·고 사태는 최근의 ‘미투 운동’ 가운데 가장 어린 연령대에서 이뤄진 폭로다. 중학생들이 교사에게, 그것도 한두 명이 아닌 11명에게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고 집단으로 들고 일어섰다. 한창 감수성이 예민할 어린 학생들은 직접 겪은 충격적인 실태를 공론화했고, 비난의 대상이 된 교사진은 패닉에 빠졌다.

◆ “좋은 고교 가야지…” 하며 선생님 손은 허벅지에

한광여중 졸업생 A양(16)은 20일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지난해 9월쯤 교목 K씨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A양은 K씨와 진로상담을 하던 중 그가 “좋은 고등학교 가야지”라며 자신의 허벅지를 여러 차례 쓰다듬었다고 말했다.

졸업생 B양(16)도 지난 10일 SNS 계정 ‘스쿨미투’에 K씨의 성추행·성희롱 사실을 공개했다. B양은 이 글에서 “친구와 함께 교목실을 찾았는데 K씨가 친구 치마를 살짝 걷고 5~6차례 손으로 쓰다듬었다”고 했다. K씨가 “넌 너무 말라서 별로다. B처럼 살을 찌우면 가슴도 커져 자동으로 남자들이 따먹으려 할 것”이라는 말도 했다고 주장했다.

학생들 사이에선 K씨가 ‘엉덩이를 툭툭 치거나 만졌다’ ‘허리를 만졌다’ ‘생활기록부를 좋게 써주겠다며 허벅지를 만졌다’ ‘허벅지가 탱탱하다고 했다’는 등의 증언도 쏟아졌다.

과학교사 R씨는 학생들에게 성희롱 발언을 수시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A양이 SNS를 통해 취합한 제보에 따르면 재학생 C양은 “선생님이 체구가 작은 학생들에게 ‘생리는 하니?’라며 ‘가슴 커지는 음식을 먹어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D양도 “선생님이 교무실에서 내 팔을 주무르며 ‘나랑 데이트 언제 할 거야’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E양은 “음극과 양극을 설명할 때는 남녀 성기에 빗댔다”고 말했다. “너희 반에서는 생리 냄새가 난다”는 말도 들었다고 했다.

교사 R씨는 지난 18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내 부주의하고 불쾌감을 주는 언행으로 인해 상처를 받았을 학생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를 드린다’는 내용이 담긴 자필 사과문을 올렸다.

◆ 학교 “처음 알았다”… 학생들 “수년 전부터 심각”

학생들의 시위가 시작된 19일 학교는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이 사건을 평택교육청과 경찰에 알렸다. 하지만 학교가 학생들에게 “SNS에 의견을 올리는 것을 자제하라”며 사건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막으려한 모습도 포착됐다. 한 담임교사는 학생들에게 “직접 보고 들은 얘기가 아니면 절대로 이야기를 하지 마라” “역으로 조사해 누군가 발견되면 이 일을 감당할 수 있겠냐” “전교생 앞에서 사과하고 법적으로도 힘들 것” 등의 내용이 담긴 메시지를 보냈다. 현재 이 교사는 담임 업무에서 배제됐다.

학교는 “이런 일을 이번에 처음 파악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학생들은 이미 수년전부터 학내 성폭력 문제가 심각했다고 반박한다. 교사에게 “나랑 데이트 언제 할래” 등의 성희롱 발언을 들은 재학생의 피해 시점은 지난해였다. 당시 이 학생은 부모에게 이를 알렸고, 부모는 학교에 찾아왔다. 그는 “가해 교사가 부모님에게만 사과하고 그걸로 끝이었다”고 했다. 학교가 이런 문제를 알면서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 졸업생은 “한광여중 학생의 3분의 2 정도가 교사와 교목에게 크고 작은 성추행 성희롱을 당했다고 보면 된다”고 주장했다. 학생들이 성폭력 혐의로 경찰에 고소한 것은 한광여중 교사 2명과 교목 1명이었다. 제자들이 스승을 고소하는 상황이 벌어지자 학교 측은 학생들을 상대로 전수조사를 벌였고, 그 결과 한광여중 교사 4명의 성희롱·성추행이 추가로 드러났다. 학교는 이들을 경찰에 고발했으며, 같은 법인 소속의 한광여고에서도 교사 5명의 성폭력 의혹이 제기돼 역시 고발됐다. 총 12명 가운데 1명은 사표를 내고 학교를 그만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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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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