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그에게 닥친 비보. 미국 미시간주에 사는 월리 크리스토프는 2016년 11월 아내 던을 잃었습니다. 긴 투병생활 끝, 아내는 결국 췌장암을 이기지 못했습니다. 당시 3살이던 딸 엘리와 작별인사도 나누지 못한 채, 세상을 등졌다고 했습니다.

온라인 미디어 ‘러브왓매터스’는 최근 월리의 사연을 전했습니다. 그는 아내 짐을 정리하던 도중 노트북 속에서 못 보던 영상을 발견했습니다. 그 순간 온 몸이 굳었다고 했습니다. 아내의 모습과 음성이 영상 속에 고스란히 담겨있었기 때문이죠. 아내가 자신의 죽음을 예감한 듯 딸에게 영상편지를 남겨둔 겁니다.

ABC방송 캡쳐

영상은 한 개가 아니었습니다. 아이가 충분히 엄마의 얼굴을 볼 수 있도록, 그리울 때마다 엄마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던은 아이를 위해 여러 개의 영상을 녹화해두었던 거죠.

월리도 던의 마음을 알기에 아이에게 영상을 모두 다 보여주진 않았습니다. 아이가 그리움에 사무쳐 할 때마다 하나씩, 하나씩 꺼내어 보여주었죠.

그러던 어느 날, 월리의 차에 도둑이 들었습니다. 그는 노트북부터 찾았습니다. 하필 그날 차에 둔 겁니다. 하지만 이미 도둑 맞은 뒤였습니다.

반드시 찾아야 했습니다. 아직 어린 딸이 보지 못한 엄마의 영상이 그 안에 너무도 많이 남아있었기 때문이죠.

쉽지 않았습니다. 달리 방법이 없자 호소하기로 했습니다. 월리는 집 앞에 글을 남겼습니다.

ABC 방송 캡쳐

“내 트럭에서 노트북 훔쳐간 사람에게. 9달 전 세상을 떠난 아내가 4살 된 딸을 위해 찍어둔 영상이 노트북 안에 들어 있습니다. 전 그저 거기 들어 있는 메시지가 필요할 뿐입니다. 부탁입니다. 노트북을 현관문 옆에 두고가 주세요.”

한 달 쯤 지났을까요? 월리에게 전화 한 통이 걸려왔습니다. 노트북을 가져간 그 도둑이었습니다.

아내의 영상편지를 본 도둑은 심경의 변화를 일으킨 듯 했습니다. 그가 안내하는 장소로 가보니 정말 노트북이 놓여있었습니다. 영상도 그대로였습니다.

무자비하게 차량을 턴 도둑의 마음을 흔들정도로 따뜻했던 엄마의 메시지. 월리는 하늘에 있는 아내가 도왔다고 했습니다. 엄마는 자신의 빈자리를 매순간 느껴야 할 어린 딸에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될 노트북 속 ‘안식처’를 꼭 찾아주고 싶었을 거라고 말입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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