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지역의 현대판 노예 사건을 조사한 충남장애인권익옹호기관 직원들과 박수진 관장(오른쪽 두 번째)이 2일 천안 사무실에서 회의를 하고 있다. 충남장애인권익옹호기관 제공

“현대판 노예 사건은 지금도 어딘가에서 계속되고 있습니다.”

박수진 충남장애인권익옹호기관 관장은 2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현대판 노예 사건이라고 하면 농촌·어촌 등 지방 마을에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생각하곤 한다”면서 “최근 잠실야구장 노예 사건을 보면 시민들이 신나게 야구경기를 보던 바로 옆에서 누군가는 계속 극한 처지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관장은 지난달 21일과 22일 충남 지역 피해자 두 명을 잇달아 긴급구조 조치했다.

박 관장은 당시 상황에 대해 “정신이 없고 긴박했다”고 말했다. 가장 우려된 것은 피해자의 건강상태였다. 그는 “이런 사건은 제대로 된 임금조차 받지 못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수십년간 고된 노동을 했지만 병원 근처조차 못 가보신 분들이 대다수”라며 “건강이 가장 염려됐다”고 했다. 실제로도 피해자 중 한 명은 병원으로 이송돼 치아와 어깨를 치료받고 있다.

구조 과정도 쉽지 않았다. 일부는 구조를 원했지만 구조를 원치 않는 이들도 있었다. 구조를 원하지 않으면 차근차근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피해자 보호시설 등을 찾는 것도 난관 중 하나였다. 박 관장은 “피해자들을 구조해도 보호시설 등 거주할 곳이 부족하다”며 “해외에는 피해자가 체계적 지원을 받아 사회에 정착할 수 있게 해주는 시스템도 마련돼 있지만 우리나라는 그런 제도가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구조 후 피해자들의 삶도 걱정이라고 했다. 그는 “시키는 일을 하며 부당한 대우를 받는 걸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새로운 환경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는 모습들을 지켜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박 관장은 현대판 노예 사건에 대한 인식 개선을 강조했다. 그는 “마을에 사는 그 사람이 수십년째 노예처럼 일하는 것을 알았지만 그것이 잘못된 것임을 몰랐을 수도 있고, 알지만 못 본 척했을 수도 있다”며 “‘어려우니까 돌봐준 거야’ ‘장애인이니까 괜찮아’ 같은 생각이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