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내 3D 봉사] 주차에 식당에 청소에… 인기없는 ‘수고’

많은 이들이 취업을 하지 못해 힘들어하고 있지만 소외 ‘3D업종’은 기피한다. 힘들게 일하며 돈 벌긴 싫다는 것이다. 3D업종은 홍보를 해도 늘 지원자가 부족하다. 때문에 국내 산업현장은 심각한 인력난에 빠졌다. 3D는 영어 ‘Dirty’(불결하고) ‘difficult’(위험하고) ‘dangerous’(위험한)의 앞 글자를 딴 말이다. 원래 제조업, 광업, 건축업 등 더럽고 위험하고 어려운 분야의 산업을 일컫는 데서 비롯됐다. 그러나 최근엔 젊은 층을 위주로 한 노동인력의 취업 경향을 설명하는데 주로 사용된다.


흥미로운 것은 교회 안에도 3D사역이 있다는 것이다. 교회사역은 소위 ‘인기사역’과 ‘외면사역’으로 나뉜다. 자신의 얼굴이 드러나고 대접받는 인기사역에는 많은 이들이 참여한다. 하지만 이름도 없고 빛도 없는 외면사역에는 봉사자가 드물다. 사정하듯 참여를 권면해도 할까 말까 하는 정도다.

성경은 “주 앞에서 낮추라 그리하면 주께서 너희를 높이시리라(약 4:10)”라는 말씀으로 교회 내 3D사역을 권면하고 있다. 바울의 교회론에 따르면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이며(엡 4:12) 우리는 그 몸의 지체다(고전 12:27). 다시 말하면 교회를 섬기는 것은 교회의 머리이신 주님과 그의 몸을 섬기는 것이다. 그렇다면 3D로 분류되는 교회사역은 무엇일까.

주차 시험에 들다
교회에서 주차를 정리하는 일이다. 대표적인 3D사역으로, 시험에 들기 십상이다. 제멋대로 주차하는 교인들 때문에 얼굴을 붉혀야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주차장은 예배 때 받은 은혜를 한순간에 잃어버릴 수도 있는 장소이다. 간혹 다툼이 일어나기 때문에 웬만큼 강심장이 아니면 사역에 참여하기 어렵다. 어떤 주차봉사팀원은 차에 치는 불상사를 경험하기도 했다. 김한경 국제신학교육연구원 목회연구소장은 “주차봉사를 해 보라. 그러면 인간의 추한 모습을 발견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신앙과 인격이 얼마나 조화롭지 못하게 움직이는가 알게 될 것”이라고 했다.

식당 마음까지 깨끗이


전통적인 3D사역이다. 예배 후나 교회에 손님이 오시면 식사나 간식을 챙기는 일이다. 음식을 제공하기 위한 장을 보거나 설거지를 하는 것도 식당봉사자들이 해야 할 일이다. 나름 명예가 있다. 주방장 권사님에겐 약간의 권력도 있다. “고맙다”는 인사를 들을 때는 피로를 씻는 만족감도 있다.


세계한국인기독교총연합회 여성위원장 하종심 권사는 “주방봉사 차례가 오면 해외출장도 미루곤 했다. 특히 찬양하며 설거지할 때 기쁨이 있다. 몸도 깨끗이 씻겨 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동 우리들교회에 출석하는 탤런트 조연우씨는 “목장마다 돌아가며 식당봉사를 하는데 모두들 싫은 내색 없이 즐거운 마음으로 하시더라. 지난번 순번이 왔는데 하필 촬영이 있어 불참했다. 다음에 차례가 오면 두 배로 열심히 하겠다고 약속드렸다”고 했다.

청소 가장 낮은 자리에 서다
가장 필요하면서도 외면당하는 사역이다. 더럽고 힘든 사역이다. 일부 교회에선 신앙훈련 차원에서 임직자 훈련 프로그램에 교회 화장실 청소를 넣기도 한다. 비록 냄새나고 더러운 일이지만 당신의 수고로 다른 교인들은 쾌적하게 화장실을 이용할 것이다. 타인을 행복하게 해 주는 일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사역일 것이다.


한국기독교직장선교연합회(한직선) 최영분 사무국장은 “평소 교회에서 화장실 청소봉사를 하는 교인들을 보면 존경스럽다”고 했다. 이병오 한국농업방송 홍보사업단 전무이사는 “교회에서 가장 낮은 자리는 화장실일 것”이라며 “드러내지 않고 남들이 꺼려하는 청소를 할 때 하나님이 기뻐하시고 축복하실 것”이라고 했다.

장례·병원 밤·낮 없는 5분 대기조
미리 고정되거나 예정된 스케줄이 없는 사역이다. 낮과 밤이 따로 없다. 죽거나 아픈 사람은 수시로 발생한다. 일명 ‘5분 대기조’인 셈이다. 장례사역자와 팀원들의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권혁만 KBS프로듀서는 “열심히 해도 큰 열매가 없어 보이는 일들인데 사실 누군가 하지 않으면 안되는 일이다. 예수님은 낮은 곳으로 오셨다. 우리도 그렇게 살아야 하지 않을까”라고 했다. 한직선 선교비전본부 김준성 전도사는 “섬기러 오신 예수 그리스도를 본받아야한다. 작은 것에 봉사하는 삶을 실천해보자”고 했다.

중보기도 드러나지 않는 섬김
이 사역은 왜 3D일까. 사역이 어려운 것은 자신을 위해 기도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교회를 위해 혹은 타인을 위해 기도한다. 그래서 교회마다 중보기도 사역팀이 있지만 참여 교인은 그리 많지 않다. 사역을 했다는 흔적도 없다. 하지만 중보기도 사역은 연예인 뒤에서 보이지 않게 움직이는 매니저와 같다. 자신은 드러내지 않으면서 연예인을 유명하게 만들어주는 그런 매니저들 말이다.

북한에 31개월간 억류됐다 풀려난 임현수(캐나다 토론토 큰빛교회 원로)목사가 메시지를 전하는 집회에 참석한 적이 있다. 북한에 억류된 기간에 자신의 석방을 위해 수많은 교인들이 중보기도해 주고 있었다는 말을 들었다.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임 목사가 석방 후 활동을 재개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골방에서 기도하는 중보기도 사역자들, 즉 3D사역들 덕분이었다.

지난해 가을 백두산을 다녀 온 뒤 북한선교를 위해 중보기도를 시작했다는 김영식 집사는 “남북한 평화통일을 위해 기도하다보니 나라와 민족, 교회를 더 많이 사랑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학범 인천 선학초 교장은 “그늘진 곳에서 봉사하는 손길이야말로 주님의 손길이라 생각한다. 은밀한 중에 함께 하시는 하나님께서 천국비디오 촬영을 하시며 따뜻한 미소를 머금고 계실 것”이라고 했다.

유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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