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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럽고 아름다운’

참 역설적인 말입니다. 하지만 글을 읽어보니 단박에 이해가 되었습니다. 지난달 28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7211번 버스 안에서 본 더럽고 아름다운”이라는 제목의 사연이 올라왔습니다. 글쓴이 말을 빌리면 내용이 ‘아주 조금은 더러울 수 있으니’ 양해바랍니다.

국민대를 지나 연신내역 방향으로 가는 버스 안, 밤 11시가 넘은 늦은 시간이었지만 승객이 꽤 탑승해있었습니다.

어느 정거장에 정차하기 전, 글쓴이보다 뒤쪽 자리에서 웅성웅성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러다 이내 주변 사람들이 놀라는 음성이 들렸죠. 뒤를 돌아보려던 찰나, 한 남자 대학생이 비틀거리면서 하차를 했습니다. 무언가 일이 생긴 듯싶어 얼른 뒤쪽 자리를 쳐다봤는데, 이런..

조금 전 내린 그 남학생이 과음을 했는지, 버스 안에서 구토를 한 겁니다. 심지어 한 여학생에게 말이죠. 후드티, 바지 뿐 아니라 가방까지 온통 토사물 범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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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너나할 것 없이 버스 안에 있던 모든 승객이 여학생에게 몰렸습니다. 그리고 제각각 가지고 있던 휴지, 물티슈, 손수건 등으로 토사물을 닦아내주었습니다. 글쓴이도 동참해 물티슈를 찾아 여학생의 바지 쪽 토사물을 치워주었습니다.

이런 일이 닥친다면 ‘화’를 내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할 법도 합니다. ‘봉변’으로 표현해도 부족함이 없죠. 뭐, 사실 나지막이 욕 한 마디해도 누구 하나 뭐라고 하지 않을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학생은 달랐습니다. 오히려 도와주는 승객들에게 연신 감사하다며 고개를 숙였고, 자신은 괜찮다며 옅은 미소까지 지어보였죠. 또 휴지를 꺼내 옆 자리에 묻은 토사물까지 깨끗하게 정리했습니다. 학생 대신 욕을 해주는 한 남자 승객에게는 괜찮다고, 거의 다 닦았다며 오히려 안심시키기도 했고요.

글쓴이는 “누군가의 곤란한 모습을 보고 각자의 가방을 뒤져 뭐라도 꺼낼 것을 찾는 그 부산함이 좋았다”고 말합니다. 아마 많은 감정이 교차했겠지요.

‘각박하다’는 말로는 차마 다 담을 수 없는 차가운 세상 속 아직도 참 따뜻한 인심은 우리 주변에 이토록 많이 남아있습니다. 어려움에 처한 이를 도와주기 위해 바삐 움직였던 사람들, 그날 그 시간 7211번 버스에 탔던 마음씨 고운 승객분들 모두 복 받을 겁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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