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하듯이 살고 싶고 살듯이 여행을 하고 싶었고, 그것과 너무 잘 맞았던 게 밴라이프였어요.

매일 달라지는 집터, 마당을 저희가 선택할 수 있는 거예요. 우연하게 창밖으로 보이는 매일 바뀌는 풍경들이 지금도 얘기하면서 닭살이 돋는데 저희한테는 너무 큰 축복이었어요. 창, 이 창, 저 창, 거실의 창, 아니면 운전석, 그리고 화장실, 어디로 보아도 너무 색달랐고. 그렇죠. 이게 움직이는 집의 가장 큰, 가장 큰 매력이겠죠.


“안녕하세요, 저는 뮤직비디오 감독 허남훈이라고 합니다.”
“네, 안녕하세요, 저는 허남훈 감독과 함께 뮤직비디오와 CF 스토리텔링을 하고 있는 김모아 작가라고 합니다.”

Q. 움직이는 집에서 산다는 건?

저희가 밴라이프를 2017년 3월 17일에 시작했는데, 시작하기 한 6개월 전부터 리허설을 했어요. 밥은 저희 나름의 주방이 있어서 거기서 캠핑용 압력 밥솥에 해서 카레든지 김치찌개라든지 된장찌개 끓여서 집하고 똑같이 해먹는답니다. 밴에서 원고 작업도 했었고, 영상 작업도 했었고요. 편집도 여기서 했고요. 이메일 전화통화도 여기서 하게 됐고, 서울에서 해야 되는 미팅이나 업무가 있다면 서울로 와서 업무를 보고. 말 그대로 밴에서 사는 거였어요.

Q. 여행 경로는 어떻게 정했나요?

저 지도에 있는 금박이 벗겨진 곳이 다녀왔던 곳인데요. 많이 보기보다는 깊이 보자는 얘기를 많이 했어요. “와, 한국을 다 찍고 다녔겠다” 그랬다면 저희가 ‘사는 것’처럼 여행하진 못했을 것 같아요.

기차를 타거나 숙소를 예약하거나 이런 여행이었다면 계획이 필요할 수도 있었을 텐데 “떠날까?” 그럼 떠날 수 있고, 밤에도 떠나고, 떠나다가, 피곤하면 바로 휴게소에 세워서 편하게 잘 수 있고, 또 아침에 일어나서 업무가 있으면 휴게소에서 업무를 하다가…. 이런 굉장히 즉흥적인 여러 형태가 좋았던 것 같아요.


Q.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하루는 지방 면사무소에 차를 댔었어요. 그런데 할머니 한 분이 지나가시다가 (문을) 똑똑똑 두드리시는 거예요. ‘무슨 일이지?’하고 열어봤더니 “진료 보죠?”라고 얘길 하시더라고요. 보건소 차로 오해를 하신 거예요. 그 날 보건소 차가 오는 날이었대요.

밴에 살면서 저는 가장 많이 가슴에 담았던 게 ‘사람’이었어요.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과 관계하고, 더 많은 사람들을 이해하려하고 그게 진짜 여행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거든요.

스쳐 지나면서 시장에 있는 할머니나 혹은 말린 대추를 파는 아저씨랑 이야기 하면서도 그런 분들의 생각이나 인상이나 표정이나 이런 것들을 눈으로 보고 굉장히 속 깊은 얘기 많이 하게 되고. 그게 여행의 매력이었던 것 같아요.

Q. 불편한 점도 있을 것 같아요.

많은 분들이 캠핑카를 타고 여행하고 싶은 마음, 동경의 대상이잖아요. (그런데) 1년 동안 살아보니까 번거롭고 힘이 든 점들이 많더라고요. 일단 화장실도 굉장히 불편할 수 있고 물을 쓰는 거나, 세수하고, 샤워하고, 양치하고 여러 가지 하는 것들이 보편적으로 살았을 때 방식이랑 전혀 다른 거예요. 겨울에는 추울 수도 있어요.

Q. 그럼에도 불구하고 밴라이프의 매력이 있다면?

도시 속에서 살다 보면 아파트 밖 창문의 풍경은 또 다른 아파트가 보이는 풍경들일 텐데, 저희는 삼면이 바다인 마당에 살았어요. 어떤 날은 바다 앞이 제 마당일 때도 있었고, 또 어떨 때는 호수 앞이 제 마당일 때도 있었고, 또 어떨 때는 재래시장 앞이 저희 마당일 때도 있었고, 또 어떤 날은 고속도로 휴게소가 제 마당일 때도 있었고. 지금은 마당 밖으로 63빌딩이 보이네요. 누군가가 복사해놓은 삶의 틀에 들어가려 하진 않을 것 같아요. 만들어진 일반적인 삶의 형식을 무너뜨리면서 저희의 인생을, 저희다운 인생을 만들어가려하지 않을까, 그러려면 자유로워야 되더라고요.


우리는 집을 업고 다니는 거북이들이었다. 걷다가 고개만 쏙 넣으면 안락한 거처가 생기는 거북이의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러니 목적지만 정하면 그만이었다. 문밖을 나서기만 하면 새로운 세상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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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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