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꿈 같던 4년을 뒤로하고 난 물러간다. 안녕….”

2018년 9급공무원 국가직 필기시험 치러진 다음날. 한 공무원 시험 4년차 수험생이 한 공시생 커뮤니티에 ‘작별 인사’를 올렸습니다.

이 수험생은 불합격을 직감한 듯 “엄마 혼자 계신 집에 이제 내려간다는 전화를 해야겠다”고 썼습니다. 노량진 고시원도 떠나겠다고도 말했습니다. 자습실 마지막 퇴근 도장을 찍기도 하면서 합격생 루트를 따라가는 줄 알았는데 이제 남은 건 너덜해진 책더미와 들어가기도 싫은 퀴퀴한 방과 공시 4년차 낙방 타이틀 밖에 없다며 지난 4년의 회한을 풀어냈습니다.

“3년차 떨어지면서 ‘나는 예외구나’라는 생각이 하루에도 수십번 들더라. 꾹 참고 매일 잔고 확인하며 올해가 마지막이라 생각했는데…. 국어 국사를 보면서 참았던 설움이 터지면서 괜히 엄마 생각나며 눈물이 고이더라.”

가슴 속 한 켠에 남은 아쉬움도 털어버린 듯 보였습니다. “1년 만 더 하면 될 것 같은 마음이 지금도 올라오지만 이제는 그게 유혹이고 중독인 걸 알기에 더 이상은 아닌 같다”며 마음을 다잡았는데요. 그러면서 시험 몇 달 전 만난 어머니의 얼굴에서 늘어난 주름살을 떠올렸습니다.

지난 7일, 4953명을 뽑는 2018 국가직 9급 공무원 필기시험에는 15만5388명이 응시해 31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습니다. 합격자는 5월 7일 발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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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가 4년 전 처음 노량진역에 내렸을 때는 이런 결말을 예상하지 않았을 겁니다. ‘반드시 합격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그를 이곳으로 이끌었을 테니까요. 한 두 번의 낙방에도 쉽사리 낙담하지 않았을 겁니다. ‘다음 기회’가 있었기 때문이죠. 그렇게 4년, 이번이 마지막이라며 고삐를 죄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경쟁률 31대1. 수많은 공시생들이 이날 같은 눈물을 흘렸습니다.

사회가 각박해지면서 안정된 직업과 안정된 보수에 대한 열망이 공시 열풍으로 이어졌습니다. 1995년 9만8000여명이던 공무원 시험 지원자 수는 2016년 28만9000명으로 3배나 늘었는데요. 최근 공시생 규모를 44만명으로 추정하는 연구결과도 나왔습니다.

올해 국가직 말고도 지방직, 서울시 등 시험이 연이어 예고돼 있습니다. 글쓴이는 “그래도 누군가는 합격하고 누군가는 이만 놓는 때인 것 같다”며 “너희들은 합격해라”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이 게시물에는 공감과 위로, 응원 댓글이 가득 달렸습니다.

‘합격’과 ‘불합격’. 인생은 이 두 단어로 설명할 수도, 평가할 수도 없겠지요. 4년의 수험생활이 글쓴이에게 남긴 것 역시 후회와 아픔만은 아닐 거라 믿습니다. 저마다의 신념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이 땅의 모든 청춘들, 그들의 ‘오늘’을 응원합니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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