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MBC 뉴스 캡처

남양주 다산 신도시의 아파트 단지에 택배 배달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택배 대란의 시발점인 단지 안에서 발생한 택배차량 사고 CCTV 영상이 공개됐다.

아파트 입주민들은 ‘안전이 최우선이다. 특히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서 택배차량의 지상 진입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 후진하던 택배차량에 부딪힐 뻔한 어린이와 엄마

지난달 7일 단지 안에서 한 어린이와 엄마가 후진하던 택배 차량에 치일 뻔한 사고가 발생했다.

10일 MBC가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택배 차량이 천천히 후진을 하고 있고, 한 엄마가 어린 자녀 둘을 데리고 차량 쪽으로 걸어가고 있다.

고개를 숙이고 걷던 엄마는 후진 중인 차량을 미처 발견 못한 듯 계속 걸었고, 부딪히지 직전 에서야 이를 발견하고 몸을 피했다. 아이들은 바닥에 넘어졌고 경미한 부상을 입었다.

차량 운전사도 뒤에서 다가오는 사람을 미처 보지 못했으며, 주변에 있던 사람들의 소리에 겨우 차를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입주민인 김모(38)씨는 한겨례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거의 사고가 날 뻔 했다. 어린이가 털썩 주저앉고 옆에 있던 사람들이 소리를 쳐 겨우 차량을 세웠다”고 말했다.


이후 입주민들은 관리사무소에 재발 방지를 요구했다. 다산신도시에 입주한 다른 3개 아파트 입주자대표들도 사고 장면이 담긴 CCTV 영상을 공유했다.

지난달 11일 4개 아파트단지 관리사무소장이 모여 회의를 했고, 입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단지 안에서 택배차량의 출입을 금지하고 지하주차장 출입만을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이들은 택배사에 공문을 보내 “다산신도시 아파트는 차 없는 단지로 지상 전체 통행로가 인도로 구성돼 있어 차량이 통행하면 조경이 훼손되고 보행자 안전사고 위험성이 매우 높다. 단지 출입구의 지상주차장을 이용하거나, 지하주차장 제한높이를 확인해 이에 맞는 저상차량을 활용해 달라. 아니면 경로당 어르신 택배서비스 등 대책을 마련해달라”는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하지만 이 아파트는 지하주차장이 2.3m 높이로 시공돼 일부 택배차량이 진입할 수 없다. 이에 택배업체 측은 택배기사들은 일대일 계약을 맺은 개인사업자이기 때문에 높이가 낮은 탑차 지원이 어렵다는 입장을 표했다.

결국 일부 택배사는 차량 진입이 가능한 아파트 한쪽에 배송 물품을 쌓아두고 주민들에게 '찾아가라'고 연락했다.

◆ ‘최고의 품격과 가치를 위해’ 논란 일으킨 아파트 공문

그러자 지난 2일 다산신도시 아파트 내에는 “우리 아파트 ‘최고의 품격과 가치’를 위해 지상에 택배 차량 통제를 시행하고 있다”는 내용의 공문이 붙었다.

공문은 "택배사가 현재 정문으로 찾으러 오든지 놓고 간다고 전화 및 문자가 오면 이렇게 대응하라"면서 "주차장에 주차 후 카트(손수레)로 배달 가능한데, 그걸 제가 왜 찾으러 가야 하죠? 그건 기사님 업무 아닌가요?"라고 답변하라고 공지했다.

또 아파트를 출입하지 못하게 해서 반송하겠다고 할 때는 “택배기사님들 편의를 위해 지정된 주차장이 있고 카트로 배송하면 되는데, 걸어서 배송하기 싫다고 반송한다고 말씀하시는데 그게 반송 사유가 되나요?”라고 말하라고 적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이 같은 내용의 공지문이 SNS에 퍼지면서 아파트 입주민들이 택배기사들에게 갑질을 한다는 역풍이 불었다. 특히 ‘최고의 품격과 가치’라는 문구가 문제였다.

아파트 입주민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입주민에 따르면 해당 문구는 관리소 측이 공고문을 작성할 때 관용적으로 사용하는 문구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파트 입주민들은 “지하주차장 대청소와 분수 개장을 알리는 내용의 다른 공고문에도 같은 어구를 썼다”며 “외부인들이 보기에 오해의 소지가 있던 거 같다”고 말했다.


◆ 택배 차량 개조… 비용은 누가?

입주민과 택배사들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좀처럼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아 택배대란은 장기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입주민들은 안전이 최우선이라며 단지 출입구의 지상주차장을 이용하거나, 지하주차장 제한높이를 확인해 이에 맞는 저상차량을 활용해 달라는 입장이다. 주차장 입구 높이를 높이는 방안은 택배 차량 높이를 낮추는 것보다 많은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돼 기각됐다.

하지만 이 아파트 단지 지하주차장 입구의 높이는 2.3m 높이로 일부 택배차량이 진입할 수 없다. 대부분의 택배 운송차량인 탑차는 높이가 2.5~2.7m 정도이고, 일부 개인사업자들은 차량을 개조해 3m 높이의 탑차를 운행하기도 한다.

대책 마련을 위해 택배 차량을 개조해 운행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문제는 택배 차량 개조 비용의 부담을 ‘누가 감당할 것인가’였다. 택배 회사가 부담해야 한다는 입주민과 아파트 쪽이 비용을 마련해야 한다는 택배회사가 맞서고 있다.

택배대란이 길어지면서 현장에 있는 택배 노동자들의 혼란은 커지고 있다.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은 10일 입장문을 내고 “아파트 단지는 입구에서 배송물품을 내린 뒤 카트를 이용해 고객에게 배송하라고 하지만, 이렇게 될 경우 배송 시간이 몇배 소요되기에 다른 고객 물품 배송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택배 회사와 국토교통부가 문제 해결에 책임 있게 나설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