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 칸타타] “사람이 있는 곳 어디나 나의 선교지죠”

평생을 선교의 길 걷는 이명희 선교사

그에게 ‘선교사’란 이름은 전 인생을 통한 ‘주님의 호명(呼名)’이었다. 선교학자로 다문화선교포럼 강사로 활동하며 이주민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이명희(63) 선교사는 평생 선교사로 불리길 소망했다.

첫 ‘부르심’은 1980년 ‘세계복음화대성회’ 때였다. 서울 여의도광장에 구름 떼처럼 모인 군중 앞에서 빌리 그레이엄 목사는 “여러분이 받은 복음을 누군가에게 전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전 생애를 바쳐 복음을 전할 사람들은 그 자리에서 일어나십시오.”

강대상 바로 앞에 앉았던 그는 옆에 놓인 목발을 바라보며 ‘내가 목발 짚고 선교사로 헌신할 수 있을까’ 하며 망설였다. 가슴이 쿵쿵 뛰었다. 생후 11개월 무렵 찾아온 소아마비로 20년 넘게 목발에 의지했던 그는 그 목발을 짚고 일어나 서원했다. “주님 저를 선교의 도구로 사용해 주소서.” 믿은 지 1년 된 신앙 초년생이었지만 복음의 열정은 누구보다 뜨거웠다.

이명희 선교사가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한 카페에서 인터뷰한 뒤 길가에서 미소 짓고 있다.


이후 미국의 나성한인교회를 개척한 김의환 목사가 설립한 미국 국제신학교(ITS)에서 신학공부를 하며 마음에 품어왔던 인도 선교를 준비했다. 마지막 학기를 남겨두고 3개월 동안 기차를 타고 인도 국토를 종단하며 인도 선교의 어려움을 실감했다. 목발 짚고 선교하기는 너무나 어렵다는 걸 절감했다. 선교사 소명을 접어야 할 것 같았다.

그러나 여행에서 돌아온 후 비가 오면 진창이 돼 걸어 다닐 수 없는 인도의 시장 거리가 자꾸 떠올랐다. 한번 선교사로 부르심을 받았으니 계속 선교사로 살고 싶었다. 차선책으로 신학교수 사역을 하기로 했다. 신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해선 더 공부해야 했다. 기도하면 주님은 항상 막힌 길을 열어 주셨다. 미국 칼빈신학대학원에서 전액 장학금을 받고 구약학을 전공했다.

선교사에서 선교학자로
1996년 8월 예장합동 총회세계선교회(GMS) 소속 인도 선교사로 파송돼 신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선교사로 서원한 지 16년 만이었다. 그러나 98년 낙상사고로 다리를 크게 다쳐 한국으로 돌아와 수술을 받았다. 왼쪽은 소아마비로 뼈가 약해진 상태였는데 오른쪽 다리마저 심하게 다쳐 걸을 수조차 없었다. 수술 후 2년 넘게 물리치료를 받았다. 의사는 1년이면 10번 이상 넘어지는 그에게 넘어져 뼈를 다치면 재생 불가능하다며 한 번이라도 넘어지면 안 된다고 했다.

‘하나님 너무해요. 16년 만에 선교사로 갔는데 2년도 못 채우다니요. 열악한 선교지에서 어떻게 안 넘어질 수 있어요.’ 그는 펑펑 울면서 기도했다. 그래도 선교사란 이름표를 떼고 싶지 않았다. 다른 길이라도 달라고 간구했다. 두 번째 부르심은 선교신학자로 부르심이었다.

2012년 미국 시카코 트리니티신학대학원에서 ‘이주민 선교’에 대한 논문으로 선교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연구를 위해 2006년 한국에 오니 수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있었다. 그토록 선교하고 싶었던 인도인들도 있었다. 선교지로 못 나가도 한국에 온 외국인을 상대로 선교할 수 있는 길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는 미국 시카고한인교회에서 선교훈련을 전담하는 선교목사를 지냈고, 현재 한국에 머물며 이주민 선교단체 홀리네이션스 선교회에서 말씀을 전한다. 국내에서 열리는 다문화선교포럼 강사로 참여한다.

이명희 선교사가 지난해 5월 브라질에서 열린 ‘블레싱어린이전도집회’에서 설교하는 모습.

“선교의 대상은 나라가 아니라 사람이며 사람이 있는 장소가 바로 선교지입니다.” 그는 해외 선교현장을 누빌 수 없지만 고국에서 여러 나라에서 온 이주민을 선교 대상으로 삼고 복음을 전한다.

최근 경기도 일산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 선교사는 “현재 국내에 150만명 넘는 외국인 이주민이 살고 있다. 이들 중에 다수가 단기 이주민이고 돌아갈 사람들이다. 복음을 전하기 힘들고, 복음화 비율이 저조한 국가에서 온 사람들인데, 이들을 향한 ‘문지방 선교’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근대 글로벌 디아스포라 현상에서 몇 가지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장기 이민자에 비해 단기 이주자들이 많아지고, 한곳에 정착하기보다 여러 국가를 넘나드는 초국가적 이주자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자국으로 돌아가는 귀국 이주자가 늘고 있어 이에 맞는 선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문지방 선교’에 눈뜨다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명하신 바는 모든 종족을 주님의 제자로 삼기 위해 그들이 사는 곳으로 갔는데 이제는 이들을 하나님께서 흩어 우리에게 보내고 계십니다. 우리가 접근하지 못했던 국가의 사람들이 우리에게 접근해 온 것입니다. 이들은 선교의 대상인 동시에 잠재적인 선교의 활력소가 됩니다.”

그는 보조기가 있어야 걸을 수 있지만 누구보다 부지런하다. 장애인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고 강연과 설교를 하러 직접 운전을 한다. “저의 약함이 약함 되지 않고 강함의 발판이 되게 해달라고 늘 기도합니다. 힘겹게 살고 있는 장애인들에게도 희망을 주고 싶어요.”

이 선교사는 지난해부터 시작한 브라질 단기선교를 위해 내달 28일 브라질로 출국한다. ‘브레싱 어린이전도집회’에서 말씀을 전하고 현지 선교활동에 참여한다.

글·사진=이지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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