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의 자료창고' 블로그 화면. 현재 글을 확인할 수 없다.

네이버 등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문재인 정부 비방 댓글을 무더기 추천하는 방식으로 여론 조작에 가담한 민주당원 3명이 검찰에 구속 송치됐다. 이들 중 김모(48)씨는 '드루킹'이라는 필명으로 인터넷 등에서 유명세를 탔던 인물이다.

15일 경찰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 포털사이트 등에서 정부에 비판적인 성격의 댓글을 추천해 여론을 조작하려 한 혐의(업무방해)로 구속된 김씨는 네이버에서 시사 블로그 '드루킹의 자료창고'를 운영하며 주식과 경제 분야와 관련해 인지도를 높여왔다.

김씨는 2010년 초반께부터 한 커뮤니티에서 '뽀띠'라는 필명으로 경제 관련 글을 써오다 필명을 드루킹으로 바꾸고 본격 블로그 활동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2009년과 2010년 연속 시사·인문·경제 분야 '파워블로그'로 선정됐다. 그는 2010년부터 지난 2월까지 경기도 파주시에 있는 느릅나무 출판사 공동대표를 역임했다. 댓글 여론을 조작한 다른 민주당원 2명도 이 출판사에서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인터넷 카페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의 매니저'로 활동했다. 경공모는 2014년 소액주주 운동을 목표로 카페로 회원 수는 2500여명이다. 경공모는 국 내외 유명 인사들을 초청해 정기적으로 강연을 연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에는 블로그와 같은 제목으로 팟캐스트, 유튜브 채널을 운영했다. 현재 그가 운영했던 블로그와 유튜브에서는 글과 동영상을 확인할 수 없는 상태다.

하지만 각종 커뮤니티에서 공유됐던 글들을 보면 김씨는 2012년 '안철수의 이원집정부제로 부활 노리는 MB', 2016년 '탄핵을 늦추면 박근혜는 도망간다-탈주의 공범은 MB이다', 지난해에는 '문재인의 압도적인 승리가 필요하다' 등의 글을 블로그에 올리며 친여권 성향을 나타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와 우모(32)씨, 양모(35)씨 등 민주당원 3명은 지난 1월 평창 동계올림픽 남북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과 관련된 기사에 정부 비판 댓글이 게재되면 ‘공감' 혹은 ’비공감'을 대량 클릭, 특정 댓글이 네티즌들의 관심을 받도록 유도했다. 여러 댓글이나 추천 등을 한꺼번에 자동적으로 올릴 수 있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동원해 인터넷 여론을 조작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경찰조사에서 매크로 프로그램을 테스트 하기 위해 보수진영에서 정부 비판 댓글에 ‘공감'을 클릭한 것처럼 보이도록 한 의도가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범행 동기에 대해 “보수 세력이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한 댓글 비방을 많이 한다고 하기에 시험해 봤고, (정체가) 드러나면 곤란하니까 이왕 할 거면 보수 세력이 한 거처럼 하려고 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김경수 민주당 경남지사 후보

김 씨 등은 민주당 핵심인사와 텔레그램 메신저로 접촉했다고 진술해 파장을 일으켰다. 일각에서 이들이 접촉했다는 핵심인사가 김경수 민주당 경남지사 후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김 후보는 14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나와 관련해서 전혀 사실이 아닌 내용이 무책임하게 보도된 데 대해 유감을 표한다”면서 “충분히 확인지 않고 보도한 것은 명백히 악의적인 명예훼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김씨가)자발적으로 돕겠다고 하더니 뒤늦게 무리한 대가를 요구했다”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반감을 품고 불법적으로 ‘매크로’를 사용해 악의적으로 정부를 비난한 것이 사태의 본질”이라고 주장했다.

김 후보는 또 “진상을 파헤쳐야 할 시점에 사건과 무관한 나에 대해 허위 내용이 흘러나오고 충분히 확인 없이 보도한 것은 악의적인 명예훼손”이라며 “특히 수백 건의 문자를 주고 받았다는 보도는 사실과 다른 악의적 보도이므로 강력한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부연했다.

이재명 민주당 경기지사 예비후보.

이재명 민주당 경기지사 예비후보 역시 SNS를 통해 김씨와 악연을 설명하며 “‘청탁을 안 들어줘 보복한 것 같다’는 김 후보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동감을 표했다.

이 예비후보도 ‘드루킹’ 김씨와 논란을 벌인 적이 있다. 김씨는 2016년 블로그에 ‘이재명은 동교동의 히든카드인가?-2007년 정동영의 재림’이라는 글을 통해 이 예비후보를 비판했고, 이 예비후보는 허위사실 유포로 고발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 예비후보는 페북 글에서 “나도 작년 이 사람으로부터 ‘동교동계 세작’이라는 음해공격을 받았는데 그 내용이 황당무계하고 근거 없는 것이었다”며 “하지만 그의 큰 영향력 때문에 나는 졸지에 ‘동교동 즉 분당한 구민주계 정치세력이 내분을 목적으로 민주당에 심어둔 간첩’이 되고 말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들은 댓글조작과 허위 글에 기초한 정치적 영향력을 과신하고 자신이 선택한 정치인(정치집단)을 위해 옹호용 또는 상대방 공격용 댓글조작이나 날조 글을 써왔다”며 “‘일방적으로 도움을 준 드루킹이 사후청탁을 했으나 들어주지 않자 한 보복’이라는 김 의원의 주장에 100% 공감 가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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