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공습 후 시리아 바르자 연구개발센터 모습. YTN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이하 현지시각) 시리아 화학무기 시설에 대한 공격 명령을 내렸다. 지난 7일 시리아 두마 지역에서 화학무기로 의심되는 공격 때문에 최소 70명의 민간인이 사망한 것에 대한 응징 차원이다. 여기에 영국과 프랑스가 동참했다. 미 국방부 발표에 따르면 연합군은 수도 다마스쿠스 외곽에 있는 ‘바르자 연구개발센터’에 76발, 서부 도시 홈스 외곽의 ‘힘 신샤르 화학무기 단지’ 저장고와 벙커에 22발과 7발 등 미사일 총 105발을 떨어뜨렸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시리아 정부군에 대한 두 번째 공격이다.

◇ 시리아 공격에 美·英·佛 첨단 무기 총출동

CNN이 미군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한 것에 따르면 이번 공격에 ‘B-1B 랜서 전략 폭격기’가 동원된 것으로 추정된다. ‘죽음의 백조’란 별명을 가진 B-1B는 총 56t의 장거리 미사일을 탑재하고 최고 1530㎞의 속도로 1만2000여㎞를 날아갈 수 있다. 최소 한 척의 미군 군함도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미 군사전문 매체들은 6500명을 태운 ‘해리 S. 트루먼’ 항모전단이 11일 중동을 향해 떠난다고 전했다.

영국 국방부는 자국 공군의 ‘토네이도 GR4’ 4대가 출동했다고 설명했다. 토네이도는 영국의 주력 지상 공격기로 400㎏의 탄두를 탑재하고 400㎞를 날아갈 수 있다. 프랑스군의 라팔 전투기도 이번 공습에 동원됐다. 두 전투기 모두 ‘스톰 섀도’ 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다. 이 미사일은 사거리 250㎞의 순항미사일로, 시속 979㎞로 표적을 타격한다. 탄두 무게는 450㎏이다.

강력한 미 군사력의 상징 중 하나인 길이 5.56m, 무게 1192.5㎏의 ‘토마호크 미사일’도 사용됐다. 이 미사일은 1991년 걸프전, 2011년 리비아 공습 등에 동원된 바 있다.

14일 영국 공군 전투기 한대가 키프로스 공군기지에 착륙하고 있다. 미국, 영국, 프랑스는 이날 시리아에 대한 공습을 전격 감행했다. 영국은 전투기 4대가 이번 공습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이하 AP/뉴시스

◇ 美·시리아, 엇갈리는 주장… 위성사진은?

미·영·프의 첨단 전략자산이 동원된 이번 공습 결과를 두고 미국과 시리아의 해석은 엇갈리고 있다. 미국은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했지만 시리아와 그 동맹국인 러시아는 “대부분의 미사일을 요격했다”며 맞서고 있다. 피해 현황에 대한 진술도 다르다.

시리아는 미사일 폭격 직후 “모두 110발이 날아왔으며 대부분 요격했다”고 발표했다. 피해도 미미한 수준이라는 게 시리아 측 설명이다. 미사일 한 발 정도가 바르자 연구센터를 타격해 건물이 파괴됐고, 인명 피해도 홈스 지역 3명뿐이라는 것이다. 러시아도 “시리아 방공망이 미사일의 70% 이상을 차단했다”고 주장했다.

미 국방부는 공습 다음 날인 14일 이 같은 시리아의 입장을 전면 반박했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발사된 미사일은 시리아 내 화학무기 관련 핵심기반 시설 3곳에 모두 명중했다. 시리아 방공망도 대부분 작동하지 않았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완벽하게 실행된 공격이었다. 임무가 완수됐다”고 말했다.

미 국방부는 시리아 공습 전후 위성사진도 공개했다. 사진을 보면 바자르 연구개발센터와 힘 신샤르 화학무기 단지의 장비 저장시설, 군 전략 지휘소 등이 크게 파괴됐다. 집과 시설이 있던 자리에 평평한 터만 휑하게 남아있고 큰 나무도 대부분 사라졌다. 미 합참 본부장인 케네스 매켄지 중장은 “이번 작전을 정확, 압도적, 효과적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며 “특히 바자르 연구시설은 완전히 파괴돼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시리아 다마스쿠스 북동쪽에 위치한 바르자 연구개발센터의 폭격 후 모습.

이하 YTN 캡처


◇전문가들 “효과는 여전히 의문”

양측이 상반된 주장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공습의 실효성을 두고 “별 의미 없는 공허한 제스처”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온다. 시리아 화학무기 조사에 관여했던 아둘살람 압둘라젝은 “그 공습이 시설 일부를 타격했을지 모르지만 심장부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도 어느 정도 인정하는 분위기다. 매켄지 중장은 “여전히 화학무기 프로그램의 잔여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시리아 정권이 화학 공격을 계속 실행할 능력 자체가 없어지게 됐다고 말하지는 않겠다”고 시인했다.

미군 장성 출신인 더글러스 루트 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대사도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다른 화학무기를 사용 못 하도록 만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NBC에 밝혔다. 영국 로열 유나이티드 서비스 연구소의 저스틴 브롱크도 “화학무기를 투하하는 시리아 공군 전투기들은 대부분 공습 전 다른 곳으로 옮겨졌다”고 했다. 시리아 정부군의 전체적인 화학무기 생산 능력에 얼마나 큰 타격을 미쳤는지는 아직 불확실하다는 분석이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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