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원구에 사는 70대 P씨는 얼굴에 거뭇거뭇하게 검버섯이 생긴 걸로 생각하고 레이저로 태웠다가 몇 달 뒤 비슷한 크기로 다시 생기자 조직 검사를 통해 피부암 진단을 받았다. 검버섯으로 생각하고 조직 검사 없이 레이저로 겉만 없앴기 때문이다. 이처럼 노인들에게 흔한 검버섯이나 점 중 일부는 기저세포암이나 악성 흑색종 같은 피부암일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16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피부암으로 진료받은 사람은 2015년 1만7455명에서 2016년 1만9435명으로 약 42% 증가했다. 2016년 진료 환자를 연령별로 보면 70대가 28%로 가장 많았고 60대 21.6%, 80세 이상 21.3% 순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도 피부암 발생이 늘고 있는 것이다.
흑색종을 제외한 대부분의 피부암은 생명을 위협하는 경우가 많지 않고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율이 높다.

우선 국내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피부암은 기저세포암이다. 2000년대에는 약 5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발생 원인은 자외선B에의 노출이다. 직업적인 장기 노출보다는 짧고 과다하게 노출되는 것이 더 위험하다. 60대 이상 노년층에서 두경부, 특히 얼굴 중앙 상부에 잘 발생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갈색 또는 검은색으로 보이는 색소 기저세포암도 흔하게 관찰된다.

편평세포암 역시 자외선 노출이 원인이다. 대부분 일차적인 광선 각화증이나 보웬병 같은 질환이 먼저 발생하고 이어 편평세포암이 발생한다. 하얀 피부, 금발, 소아기의 주근깨 등이 위험 인자다. 흉터(특히 오래된 화상 흉터), 방사선, 화학물질도 원인이다.
중년 이후 노년층에서 일반 피부염 치료에도 나아지지 않는 병변이 있을 때는 전문의 진찰 및 조직 검사가 필수적이다.

피부 멜라닌세포에서 유래하는 악성 흑색종은 백인에서 더 흔하게 발생하지만 2000년대 이후 국내에서도 발병률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인구 10만명당 1명 전후로 발병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피부암 중 거의 유일하게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는 흑색종은 점처럼 보이는 경우가 흔하다.

발생 원인은 아직 확실하지 않지만 유전적 요인과 과도한 자외선 노출 특히, 자외선 B가 중요한 발생 기전으로 판단된다. 지속적인 노출보다 강한 자외선에 간헐적으로 노출되는 것이 더 위험하다.
부모나 자식에게 흑색종이 있는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8배 높은 발생률을 보인다. 20~50%의 흑색종은 기존의 점에서 발생한다. 특히 태어날 때부터 있던 점이나 전형적이지 않은 점에서 발생 빈도가 높다.

발바닥 티눈이 없어지지 않고 계속 남아 자라거나 색깔이 변하면 흑색종을 의심해야 한다. 절반 가량은 기존 피부에 솟아 있던 티눈으로 착각하는 흑갈색 반점에서 시작되기 때문에 ‘원래 있던 점’으로 간과하는 사람이 많아 위험하다.
상당히 진행된 경우에는 피부 위로 병변이 솟아오르면서 피가 나고 딱지가 생긴다. 또 엄지 손톱 등에 검정색 손톱이 나는 방향과 같게 줄이 생기면서 손톱을 깎아도 없어지지 않는다면 피부과나 성형외과를 찾아 조직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인제대 상계백병원 성형외과 최영웅 교수는 “흑색종은 가려움증이나 통증 등의 자각 증상이 없으며 평범한 검은 반점이나 결절로 보일 수 있다”면서 “손가락이나 발바닥에서 생기는 타입이 많으며 대부분 티눈같이 보여 손톱깎이로 제거하려다 색깔이 진해지고 제거되지 않아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또 “검은 점이 새로 생긴다든지 이미 있던 점의 모양, 크기가 변하거나 통증 등 증상이 생기는 경우 반드시 전문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피부암 병변은 대부분 눈에 잘 보이기 때문에 진단은 쉬운 편이다. 악성 흑색종을 제외하곤 다른 부위 암에 비해 전이될 확률이 낮아 사망률도 낮다. 하지만 일단 피부암이 진단되면 전이 여부를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기저세포암의 전이 확률은 낮지만 편평세포암과 흑색종 전이율은 비교적 높다.

흑색종을 제외한 대부분 피부암은 조기 발견해 치료하면 수술 후 추가 치료 없이 경과가 좋은 편이다. 하지만 치료를 미루면 병변이 계속 커져 피부 아래와 근육, 심지어는 뼈에도 퍼질 수 있다.

피부암은 피부 확대경을 통해 진단에 도움을 얻을 수 있다. 확진을 위해서는 3mm 정도 직경 펀치를 이용해 조직검사를 해야 한다.

상계백병원 피부과 이운하 교수는 “최근 더모스코피 검사법이 암 전단계 증상과 암 진단에 많이 쓰이는데 침습적인 조직검사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지만 조직검사 이전 외래에서 바로 시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종양 중에서 악성화된 병변을 확인해 조직 검사를 할 수 있어 일반적인 점과 흑색종을 미리 감별하는데도 이용된다”고 설명했다.

흑색종을 제외한 대부분의 피부암은 조기에 진단하면 비교적 쉽게 치료가 가능하다. 다만 피부암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점이나 다른 피부병으로 오인해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피부암은 저절로 좋아지지 않으므로 초기에 정확한 진단 후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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