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스톡홀름에 위치한 필라델피아 교회는 주일 예배 때 헌금을 스마트폰으로 낸다.

신도들은 성가대 봉헌 찬송이 시작되면 스마트폰을 꺼내 교회의 은행 계좌로 십일조를 이체한다. 이 교회가 2014년 접수한 헌금 2000만 크로네(우리 돈 21억원) 중 85%가 이처럼 디지털 방식으로 모아졌다. 현금 없는 사회가 익숙한 북유럽 지역 스웨덴과 노르웨이의 주요 은행 지점 가운데 절반은 아예 현금을 받지 않는다. 일반 가게 역시 현금 결제를 거부할 권리가 있다.

한국은행이 디지털화폐(CBDC) 발행 연구를 진행하면서 검토한 사례다. 여기서 디지털화폐는 ‘중앙은행이 차후 동전과 지폐 등 실물화폐를 대체할 목적을 가지고 직접 디지털 방식으로 발행하는 화폐’를 뜻한다. 한은 금융결제국은 16일 숭실대 고려대 서울대(저자 순)와 함께 중앙은행이 디지털화폐를 도입할 경우를 가정해 발생할 장단점과 법적 걸림돌을 모은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은이 디지털화폐 발행을 시작하는 순간 가장 먼저 사라질 수도 있는 대상은 시중은행이었다. 개인 간 거래에서 금융기관 중개가 필요 없게 되는 디지털 방식의 장점 때문이다. 만일 A와 B가 계좌로 돈을 주고받으면 지금은 A와 B 둘의 계좌에 숫자가 찍히고, 나중에 A와 B의 금융기관이 실제 현금을 주고받아야 거래가 완성된다. 하지만 디지털화폐가 발행되면 실제 현금을 주고받을 필요 없이 계좌에 숫자가 찍히는 것만으로도 거래가 완성된다. 지급보증은 디지털화폐의 발급기관이자 중앙은행인 한은이 도맡아 감당하기에 시중은행의 할 일이 없어지는 구조다. 보고서는 “시중은행을 거치지 않는 직접 방식 혹은 금융기관 중개를 지금처럼 허용하는 간접 방식 중 어떤 것을 채택할지 여부부터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은이 ‘빅브러더’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디지털화폐의 특성상 사용 기록이 남게 되는데 한은이 단일 기관으로 이 모든 기록을 보유한다면 정보 독점을 통한 관리 권력자로 등극할 가능성이 있다.

보고서는 또 “중앙은행이 천문학적 수의 개인계좌를 별도 개설하고 유지·관리하는 게 실익이 있을지도 미지수”라고 언급했다.

한은은 “가까운 장래에 디지털화폐 발행 계획은 전혀 없다”는 공식 입장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또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가상화폐)는 화폐로서의 속성을 결여했다”고 진단한다. 그럼에도 어디로 튈지 모르는 디지털 발전에 발맞춰 중앙은행의 역할 축소에 대응하기 위해 디지털화폐 기본 연구는 계속 진행한다는 게 한은의 스탠스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삽화=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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