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 노조활동 전략적 방해… 파업엔 직장폐쇄로 대응
檢, 삼성이 더 심하다고 인식… 그룹 지시 여부 확인이 과제

지난해 2월 17일 유성기업의 유시영 회장이 부당노동행위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외부 컨설팅을 받아 단계별 노조 대응 전략을 세우고, 노조원들을 감시하고, 사측 인사(key man)를 심어 노조 이탈을 유도하는 등 계획적으로 노조 와해 공작을 했다는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면서다. 지난해 12월 대법원에서 확정된 이 판결이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다. 삼성그룹의 노조 와해 공작 의혹과 구조나 양태가 매우 흡사하기 때문이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삼성을 수사 중인 검찰도 유성기업에 대한 대법원 판례를 연구하고 있다. 유 회장 등에 대한 판결문을 보면 유성기업은 2011년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의 자문을 받아 노조 활동을 전략적으로 방해했다. 창조컨설팅이 유성기업에 제안한 전략 문건에는 민주노총 금속노조 산하에 있는 노조지회의 조직력과 투쟁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조합원들의 탈퇴를 유도한다는 목표가 명시돼 있었다. 삼성전자서비스도 내부에 노조대응 총괄 태스크포스(TF)를 뒀으며 이에 창조컨설팅 출신의 변호사도 동원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노조 와해 전략을 총괄하는 마스터플랜 등의 문건도 검찰이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성기업은 당시 노동시간을 줄이는 주간연속 2교대제 도입 협상 과정에서 벌어진 노조 파업에 가장 공격적인 직장폐쇄로 대응했다. 이후 회사에 친화적인 기업노조를 설립해 본격적으로 노조 와해 전략에 들어갔다. 조합원들의 성향을 분류하고, 학연·지연 등이 얽힌 ‘키맨’를 골라 회유하는 등 노-노 갈등 방식으로 노조 이탈을 유도했다. 승진과 임금 성과급 등으로 차별하거나 교육 명령, 라인이동 등을 지시했다 거부하면 징계 절차를 밟는 식으로 압박하기도 했다. CCTV 설치 등을 통한 조합원 감시도 이뤄졌다.

삼성전자서비스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가족직원’을 투입해 노-노 갈등을 유발하고, 비노조 서비스센터에 일감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노조 센터에 불이익을 주는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노조 활동이 강한 지역 서비스센터를 경영난 등을 이유로 위장 폐업해 노조원들의 일자리를 사실상 빼앗았다는 의혹도 집중 수사 대상이다.

유성기업은 노조 와해 전략에 직접 개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당시 창조컨설팅으로부터 받은 18건의 공식 전략 문건 등과 그 대가로 지급된 총 14억원에 가까운 자문료 등을 근거로 회사 차원의 조직적 개입을 인정했다.

삼성의 노조 와해 공작은 유성기업보다 훨씬 전방위적이고 방대하다는 게 검찰의 인식이다. 이미 확보한 관련 문건만 수천 건이다. 이미 “노조 관련 공작의 종합판”이라는 말도 나온다. 원청회사인 삼성전자서비스가 하청 관계인 센터의 노조 대응에 직접 개입했는지, 더 나아가 삼성전자나 그룹 차원의 지시가 있었는지 등을 확인하는 것이 남은 과제다. 검찰 관계자는 “유성기업은 외부 컨설팅을 통해 어용노조를 만들어 탄압한 행위 하나로 실형을 받았다. 위장폐업으로 일자리 자체를 빼앗은 행위 등은 더 엄중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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