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아동은 권리를 가지고 있는 주체이고 성인과 똑같은 존재’라는 것을 배웠음에도 불구하고, 아동옹호센터에서 근무하기 전까지 아동은 그저 성인의 보호가 필요한 대상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동옹호센터에서 3년 간 근무를 하며, 아동은 ‘권리주체자’임을 이해하게 되었고 우리 주변의 일들을 아동의 시선으로 바라보려 노력하고 있다.


[청년기고] 아동은 이미 자신의 권리를 알고 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서울아동옹호센터 허승지


1991년 우리나라가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비준한 이후, 아동‧청소년의 권리증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고 아동권리 신장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아동청소년의 권리는 열악한 편이다. 우리나라가 제출한 유엔국가보고서에 대한 권고사항을 살펴보면 아동의 참여권은 생존권, 보호권, 발달권에 비해 미흡한 실정이다. 이에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서울아동옹호센터에서는 우리나라의 모든 아동의 권리가 보호되고 존중되는 사회를 만드는데 힘을 보태고자 아동의 참여권을 증진하기 위한 다양한 옹호활동을 시작했다.

아동들의 얼굴을 처음 마주했을 때, 초등학생이 아동의 참여권에 대해 이해를 할 수 있을지 본인이 주도적으로 활동을 이끌어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스러운 마음이 컸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이 바뀌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활동에 참여한 아동들은 지역사회 내 권리침해 사례를 스스로 생각해보고,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권리에 대해 고민하고, 관련된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일례로, 한 아이가 학교 주변 불법주정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불법주정차 금지 스티커를 부착하자는 의견을 낸 적이 있다. 이 아이가 속한 팀의 다른 아이들도 의견에 동의해 자신들끼리 머리를 맞대며 함께 불법주정차 금지 스티커 디자인을 만들기 위해 고민했다. 이 중 한 아이는 본인 스스로 안내 스티커를 만들어 집 주변 차량에 부착하는 적극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아이들과 함께 제작한 불법주정차 스티커

아이에게 물었다. 어떻게 혼자 스티커를 만들어서 부착할 생각을 하게 되었느냐고. 그러자 아이는 이렇게 대답했다. “요즘은 어른들도 말로만 하고 행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래서 저라도 실천해보고 싶었어요.” 아이의 대답을 듣고 난 뒤, 우리 모두 놀라움을 금치 못했으며 다시 한 번 ‘아동’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아이들은 아동의 권리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었으며, 아동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 어떻게 해결해 나갈 수 있을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실제로 아동과 주고받은 문자 사진

연초 6학년 아이 한 명이 이렇게 물었다. “선생님, 저희가 이렇게 이야기하면 어른들이 그 이야기를 정말로 들어줘요?” 그리고 12월 정책간담회를 가진 이후 다시 한 번 이렇게 이야기했다. “저는 처음에 우리들의 이야기가 정말 반영될 수 있을까 라는 고민이 있었는데, 이렇게 정책간담회에 참여하고 저희들의 이야기를 발표하니 정말로 아동의 의견이 존중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뿌듯합니다.”

아동의 참여권이란 어려운 것이 아니라 아동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이와 함께 놀러갈 때, 아이와 함께 밥을 먹을 때도 부모님이 임의로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자녀에게 어떤 곳을 가고 싶은지, 어떤 것이 먹고 싶은지 한번이라도 물어보고 그 대답을 들어보면 좋겠다. 아이들은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것들을 이야기 할 수도 있고 본인의 의견이 소중하고 존중받는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어느 루마니아 인권교육가가 이러한 말을 했다. “우리 모두는 자신이 권리를 가졌다는 걸 알고 태어났습니다. 필요한 것은 그걸 다시 기억해내는 일일 뿐입니다.” 우리 주변에 있는 모든 아동들은 권리를 가지고 태어났고 본인의 생각을 펼치고 참여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그 사실을 잊지 않고 기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우리 사회의 기성세대, 즉 의무이행자가 해야 할 역할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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