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나의 ‘예스맨’으로 만들고 싶을 때 사용할 수 있는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방법인 ‘문간에 발 들여놓기(Foot-in-the-door)’기법이 사이비 종교의 포교에 활용되고있다. ‘당하지 않기’ 위해서,혹은 ‘설득하기’ 위해서 우리는 이 개념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청년기고] 왜 우리는 사이비종교인에게 포교당하는가?
부산대학교 권현아


혼자 길거리를 다니다보면 “인상이 좋으세요”, “졸업논문을 써야하는데 설문조사 좀 해주세요” 등 갑작스레 말을 거는 사람들을 종종 만나곤한다.처음에야 선의로 반응을 했지만,이제는 수많은 경험을 통해 이 모든것이 사이비종교의 포교법이라는 것을 안다.그렇게 많은 종교인이 포교에 실패하자, 그들은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방법과 설득 방법을 공부한 듯하다.이제는 뻔한 수법 대신 더욱더 다양하고 신선한 방법으로 위장 포교를 한다. “카페 창업 예정자인데, 20대 여자분들은 어떤 인테리어를 선호하나요?” 하며 사진을 보여주기도 하고, “백화점을 찾고있는데 이 지역이 처음이라… 혹시 어떻게 가는지 아시나요?”와 같이 종교와 전혀 무관한 질문으로 운을 떼기 시작한다. 그리고 많은 시민이 이 방법에 걸려드는 한 마리의 물고기가 되고만다.

사이비종교인이 최근에 쓰고 있는 전략은 심리학 용어인 ‘문간에 발 들여놓기(Foot-in-the-door)’이다. 이는 협상과 설득을 할 때 굉장히 유용하게 사용되는 기법으로,1966년 프리맨(Freedman)과 프레이저(Fraser)는 이 기법의 효과를 연구하기 위한 실험을 진행한 바 있다. 한 마을의 주부들에게 안전운전위원회에서 나왔다고 하면서 국회에 제출할 안전운전 진정서에 서명(작은 요구)해 달라고 부탁했다. 부담이 가지 않고,사회적으로 바람직하기도 하므로 대부분 흔쾌히 서명하였다. 몇 주 후, 서명 주부들을 다시 방문하여 ‘조심스럽게 운전합시다’라고 적힌 크고 보기 흉한 표지판을 집 앞에 설치(큰 요구)하도록 요구한 결과 55%가 동의했다. 그러나 서명을 부탁한 적이 없는 새로운 주부들을 방문해서 표지판 설치를 요구한 결과 단지 17%만 동의했을 뿐이었다. 이 실험을 통해 작은 요구에 대한 동의가 이후 있을 더 큰 부탁 역시 수락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음을 밝혀냈다.‘문간에 발 들여놓기(Foot-in-the-door)’ 효과는 커뮤니케이션 또는 설득을 할 때 듣는 사람에게 원하는 반응이나 행동을 성공적으로 끌어내도록 하는 하나의 전략인 것은 틀림없다.

사이비 종교인들이 사용하는 이 ‘문간에 발 들여놓기(Foot-in-the-door)’기법은 자기인식이론(Self-Perception Theory)에서 기인한 것인데,이 이론은 자신의 태도가 불분명할 때 행동과 상황을 분석하여 자신의 태도를 결정짓는 현상이다.즉,처음받은 부탁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어려울 때, 사람들은 주로 그 부탁을 들어준다.그리고 그 후 더 큰 부탁을 해왔을 때 역시 ‘나쁘다’ 혹은 ‘싫다’라는 판단이 서지 않으면 자신이 하는 행동이 ‘잘된 것’이며 요청에 수락한 자신을 ‘친절한 사람’이라고 판단한다.그리고 이러한 착각은 이후의 요청에도 쉽게 응하는 것으로 일관된 행동을 하게 한다.그럼에도불구하고,이 이론에도 한계는 존재하기 때문에 우리는 이들의 위장포교에 속지 않는다.실제로 사이비 종교인에게 속아 그들이 계속 연락을 취해와도 우리는 그 연락에 응답하지 않는다.이 효과를 악용한 사이비 종교인에게서 우리가 벗어나도록 한 것은 무엇일까?바로 그 ‘부탁’의 ‘옳고 그름’이라는 판단 기준이다. 사이비 종교인의 첫 부탁은 크게 ‘이상하다’는 판단이 서지 않기에 우리는 도움을 주게 되고,그 이후 종교에 관련된 것을 직·간접적으로접하게 된다면 ‘싫다’라는 판단을 한다.따라서 더는 그들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몇몇 사이비 종교인은 이 한계까지 예상하고 설득전략을 쓰기도 한다.그리고 그 설득전략에는 두 가지가 있다.첫째,이 효과의 필승전략은 작은 요청이 이미 염두에 두고 있는 큰 요청의 축소판이며, 그 작은 요청은 거절하기 곤란할 정도로 부담감이 적은 것일수록 좋다는 것이다.동의한 사람에게 ‘관여’했다는 생각을 심어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둘째,“하지만 당신은 선택의 자유가 있습니다.”라는 말을 함께 사용하는 것이다.프랑스 브르타뉴 대학의 니콜라스게겡(Nicholas Gueguen)에 따르면 ‘선택의 자유’를 제공함으로써 설득의 효과를 높일 수 있다.상대방에게 선택권을 넘겨 자발적으로 결정하게 제안함으로써, ‘부탁받은 것’보다는 ‘약속한 것’이라는 인상이 깊게 남기 때문이다.따라서 요청을 받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약속 혹은 지시를 준수하게 된다.

‘문간에 발 들여놓기(Foot-in-the-door)’기법은 우리 속담‘가랑비에 옷 젖는다’와 비슷한 맥락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모든 것은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되며,그 중심에 내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그러나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방법의 하나인 이 기법을 현행법상 불법인 위장포교의 한 방법으로 악용하는 사이비 종교인으로부터 우리는 더 이상 속을 수는 없다. 우리는 이제 ‘문간에 발 들여놓기(Foot-in-the-door)’와 이 효과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을 알고 있으므로, 누군가가 나에게 설계한다는 것을 미리 눈치채고 속지 않는 것 또한 중요하다.지피지기면 백전불태다!


청년들의 의견을 듣는 ‘청년기고’ 코너는 다양한 청년들의 목소리를 담는 코너입니다. “청년의, 청년에 의한, 청년을 위한” 셋 중 하나 이상에 해당하는 모든 기고는 수정 없이 게재하며 국민일보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청년기고 참여를 원하시는 분께선 200자 원고지 6매 이상의 기고문을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에게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더 보기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