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 ‘나이 수업’] 위로 아래로 잘 통(通)하고 있나요?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스승의 날, 거기에다 부부의 날까지 있는 5월. 사랑하는 사람들의 소중함이야 모르지 않지만, 위로는 연로하신 부모님을 섬기고 아래로는 자식들을 살펴야 하는 낀 세대의 어깨가 결코 가볍지 않다. 나 역시 구순의 양가 부모님들을 모시고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다른 형제들과 일정을 맞추고 음식점 예약이며 선물을 의논하느라, SNS(사회관계망서비스)의 가족대화방에 한참 동안 코를 박고 지내야 했다. 그러면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태어난 조카손주들 어린이날 선물까지 챙기느라 분주하기 이를 데 없었다.

일러스트=이영은

잘하든 못하든 집안의 ‘중간어른’ 노릇에도 이제 슬슬 이력이 붙어가는 중이다. 물론 직장생활에서도 상사와 후배 사이의 중간 자리는 신경 쓸 일이 많지만, 그나마 고민을 털어놓고 문제를 함께 풀어갈 동료라도 있으니 다행이다. 가족의 사랑과 끈끈한 정을 이야기하면서도 실제로 가정에서 어느 누구의 협조도 받지 못한 채 위아래의 짐을 홀로 감당하는 경우가 많은 게 현실이다. 집안 대소사 모든 결정과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하고, 부양과 돌봄의 무거운 짐을 혼자 짊어지고 힘겹게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는 중년들이 많다. 노쇠한 부모님께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당장 달려가야 하는 5분 대기조에다가, 다 큰 자식들은 취업이며 결혼이 쉽지 않으니 가장의 짐이 언제쯤이나 가벼워질지 그날이 멀기만 하다.

평균수명이 늘어나고 장수시대가 되면서 증조부모-조부모-부모-자녀로 이루어진 4대 집안을 흔히 볼 수 있다. 앞으로는 사회 전체적으로 5세대가 함께 살아가는 시대가 온다니 ‘중간어른’인 50, 60대는 부모 봉양과 자식 부양에서 벗어나기가 점점 어려워질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어느 시대 어느 사회를 막론하고 중간세대는 있어 왔으며, 바로 이 중간 세대가 다른 세대를 떠받치는 든든한 버팀목이 돼 줘야 한다. 중간에 끼어서 위아래로 섬기고 돌보다가 내 인생 다 끝나버리게 생겼다고 하소연하지만, 인생의 어느 한 시기는 다른 시기와 동떨어져서는 결코 존재할 수 없으며 세대와 세대는 서로 이어져있기에 중간 역할을 한다고해서 존재의 의미가 옅어지는 것은 아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데다 인간관계까지 예전 같지 않아서 마음 붙일 곳이 없고 살기가 팍팍하다고들 한다. ‘중간어른’들이 나서야 하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윗세대 어르신들은 후손들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남은 삶을 소중히 여기고, 어린세대는 어떤 위기의 순간에도 생명을 소중히 여기며 자기 앞에 주어진 시간을 정성껏 살도록, 한가운데 서서 도와야 하는 것이 바로 낀 세대인 시니어들이 해야 할 일이다. 중심이 잘 잡히면 저울도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고 균형을 이루는 것처럼 가정과 사회 모두 중간 세대의 역할에 따라 전체적인 분위기나 소통이 원활해진다.

그런데 속마음이야 나이 많은 부모님과 좀 더 따뜻하게 사랑을 나누고 아랫세대와 사이좋게 지내고 싶은데, 솔직히 그동안 사느라 바빠 전혀 신경 쓰지 못했기 때문에 부모님이 어떤 일상을 보내며 무엇을 원하시는지 전혀 모른다. 아랫세대 젊은 사람들의 관심사 또한 도통 알 길이 없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그래서 낀 세대가 위아래로 막힘없이 고루 통하기 위해 알아두면 좋을 것들이 있다. 우선 ‘중간어른’의 자리에 이르긴 했지만 스스로 여전히 미숙하고 부족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게 그 첫걸음이다. “나도 내 아버지에게 아들이었으며 내 어머니 보기에 유약한 외아들이었노라.”(잠언 4:3)

유경(사회복지사·어르신사랑연구모임 대표)


위아래 소통의 길 찾기

하나, 관심이 우선
혼자 계신 부모님은 아름다운 봄날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내시는지 알고 있는지 묻고 싶다. 아니, 한 번이라도 여쭤본 적은 있는지 말이다. 오랜만에 만난 집안 조카들에게 ‘어느 대학 갈 거냐’‘결혼은 언제 할 거냐’라는 질문 말고 어떤 노래를 좋아하고 기분이 울적할 때는 어떻게 푸는지 한 번이라도 관심을 가져본 적 있는지. 모든 관계와 대화의 시작은 관심에서부터 시작된다. 요즘 어르신 계신 집안의 가장 큰 걱정 중 하나가 치매이다. 치매는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치매 역시 가족의 관심과 관찰을 통해 조기 발견, 조기진단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명심하자.

둘, 듣고 또 듣고
집안일의 모든 결정권이 자식들에게 넘어가면 부모님은 자신감이 줄어들면서 위축될 수밖에 없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마저 없으니 늘 외롭고 서운하다. 중간 세대는 어르신들의 처지를 제대로 헤아릴 생각은 하지 않은 채, 아랫세대를 만나면 자기 경험을 들려주고 싶어 조바심을 낸다. 상대방의 말을 듣기보다 내 말 하기에 바쁘면 늙기 시작했다는 증거다. 누가 됐든 말을 끊거나 중간에 끼어들지 말고 차분하게 듣는 것부터 실천해보자. 경청(傾聽), 귀를 기울여 듣다 보면 어느 순간 부모님도 아이들도 마음 속 이야기를 털어놓기 시작할 것이다.

셋, 질문을 해야 답을 얻는다
부모님의 뜻도 아이들의 마음도 잘 모르지만 걱정할 건 없다. 모르면 물어보면 된다. 진짜 속마음을 도무지 알 수 없을 때 지레 짐작해서 섣불리 판단을 내리거나 이런 저런 해석을 하느라 괜한 힘을 뺄 필요 없이 물어보는 것이 가장 빠르고 좋은 방법이다. 단, 아무리 애를 써도 답을 들을 수 없고 상대방의 속내를 잘 모를 때는 일단 좋은 쪽, 긍정으로 생각하고 풀어나가도록 한다.

유경 사회복지사·어르신사랑연구모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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