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영이의 8일 혈액검사 결과. 모든 수치가 양호하다.

인영이는 2주 전부터 항암제 투약 용량을 높였다. 백혈병은 말 그대로 백혈구 수치가 정상보다 높은 병이다. 정상 백혈구 수치는 4000~1만인데 그 이상이 지속되면 백혈병으로 의심을 받는다. 인영이도 첫 발병 때는 백혈구 수치가 1만을 훌쩍 넘었다. 이후 암세포를 없애는 관해 치료를 한 뒤 백혈구 수치를 4000미만으로 유지하는 항암유지치료를 받고 있다. 그런데 한 달여 전부터 백혈구 수치가 조금 불안정해 매일 먹는 항암약 프리네톤의 용량을 늘렸다.

백혈병은 혈액암의 일종이다. 혈액은 순환되기 때문에 재발확률이 다른 고형암에 비해 높다. 이틀 전부터 인영이 컨디션이 좋지 못했다. 한 번도 안자던 낮잠을 자고, 감기도 아닌데 열이 높았다. 입맛도 없다며 그렇게 좋아하는 라면을 끓여 줘도 몇 가닥 먹고 젓가락을 놨다.
이달 초 인영이 유치원 소풍날. 수목원에서 남자친구 손을 잡고 가는 인영이 뒷모습을 보며 행복했다.

어제 밤, 일찍 잠든 인영이의 열나는 이마를 만지다가 인영이 방에 갔다. 아빠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어지러워진 인영이 방을 치우는 것 밖에 없었다. 친한 환아 아버님에게 전화해서 인영이같은 증상이 있었는지 물어봤다. 인영이처럼 이유 없이 열이 나고 힘이 없을 때가 있었다고 큰 걱정하지 말라는 말을 들었지만 무서웠다. 처음 인영이가 발병했을 때 축 처지고, 열이 나던 때와 비슷했기 때문이었다.
인영이 건강상태 때문에 마음이 심란할때는 인영이 방을 청소하는 습관이 생겼다. 아내가 무척 좋아한다.

아침에 인영이를 병원에 보내고 일을 하면서 내내 혈액검사 결과를 기다렸다. 연휴 다음날이라 4시에 진료예정시간이었지만 1시간 넘게 지연됐다. 5시 넘어 인영이 수치가 모두 정상이라는 얘기를 아내에게 들었다. 항암제 용량을 높인 탓인지 백혈구 수치는 2000대로 뚝 떨어졌다. 다른 혈소판, 호중구, 혈색소 수치도 정상이었다.

인영이가 아빠에게 커다란 어버이날 선물을 줬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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