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살만한 세상] 차도서 길 잃은 강아지와 파란 셔츠의 ‘영웅’

페이스북 'Many kind souls' 캡처

차량 수십여대가 달리는 편도 3차로 위. 강아지 한 마리가 불안한 발걸음을 옮깁니다. 자칫하면 주변을 살피지 못한 차와 부딪힐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습니다. 강아지도 두려웠는지 피할 곳을 찾아 두리번댔습니다. 차 한 대가 빠르게 지나치자 깜짝 놀라며 몸을 피하기도 했습니다. 이달 초 싱가포르 어퍼 톰슨 로드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갑자기 등장한 강아지 때문에 운전자들도 당황한 모양이었습니다. 대부분 차량 모두 강아지를 지나칠 때면 속도를 크게 줄였습니다. 아예 멈춰선 차도 있었습니다. 이때 파란색 셔츠를 입은 한 남성이 차로로 걸어왔습니다. 조금 전까지 바쁘게 걸음을 옮기던 강아지는 ‘슈퍼 히어로’라도 마주친 것처럼 그 자리에 멈춰 남성을 바라봤습니다.



남성이 다가서자 강아지는 경계하며 살짝 뒷걸음질 쳤습니다. 하지만 선의를 알아차린 듯 이내 남성의 품에 안겼습니다. 주변에 있던 차들도 멈춰서 이 남성이 안전하게 강아지를 구할 수 있도록 기다렸습니다.

당시 현장에서 이 과정을 다 지켜봤던 수니타 파르하는 자신의 차량 블랙박스에 찍힌 영상을 지난 8일(현지시각) 페이스북에 공개했습니다. 그는 “강아지가 길 한가운데에서 어찌할 줄 모르는 것 같았다”면서 “강아지를 구해준 남성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싱가포르에서 이 영상이 크게 화제가 되고 있지만 아직 강아지를 구한 남성의 정체는 밝혀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것, 참 쉬운 일인데 때론 정말 어렵습니다. 이젠 ‘돕지 않는 것’이 ‘돕는 것’보다 더 익숙한 사회가 돼 버려서, 어쩌면 내 ‘호의’가 상대에게 ‘불편함’이 될까 두려워서 일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도움은 이런 고민이 없을 때 가장 빛나는 것 같습니다. 운전자들이 차 속에서 나설지 말지를 두고 전전긍긍하던 때 파란 셔츠의 영웅이 멋지게 강아지를 구해낸 것처럼 말입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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