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내용과 무관. 픽사베이

존경과 공경의 마음을 전하는 15일 스승의날, 인터넷은 몇 달 전 게시됐던 글로 떠들썩했습니다. 올해 대학에 입학한 한 네티즌이 지난 1월 포털 사이트 ‘네이트판’에 올렸던 사연이었습니다. 4개월 전 이야기이지만 스승의날과 맞물려 이 글은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에 순식간에 퍼졌습니다. 안타깝게도, 스승과 제자의 가슴 따뜻한 일화는 아닙니다.

글쓴이는 논술 전형 추가 합격으로 서울에 있는 대학을 가게 됐다고 했습니다. 합격 사실을 확인하고 4년간 함께 했던 논술 과외 선생님께 곧장 알렸다고 합니다. 글쓴이와 선생님은 함께 기뻐하며 감사와 축하의 메시지를 주고받았습니다.

하지만 ‘훈훈한 분위기’는 얼마 가지 못했습니다. 선생님은 갑자기 ‘사례금’을 언급했습니다. 선생님은 “일대일 지도해서 서울 내 대학에 합격시켜주면 300만~500만원의 사례는 받는다고 어머님께 전해드려라. 여기저기서 한턱내라고 난리인데 좀 부족하다. 엄마한테 서운하다고 꼭 전해드려”라고 노골적으로 요구했습니다.

선생님은 “시험을 앞둔 마지막 2주간 주6일 강의를 했고, 그동안 다른 학생을 받지 못했으며, 학생의 식사와 교통 문제까지 챙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선생이 있다고 생각해?”라고 질문했습니다.

글쓴이는 이 메시지를 받고 “화가 났다”고 했습니다. 자신이 답한 메시지를 공개하기도 했지요. 그는 “고생 많이 하신 것 알지만 엄마가 금액 다 지불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늘 밥을 얻어먹는 것이 죄송해 롤케이크 등을 선물한 것도 기억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과외비를 높였을 때도 엄마가 아무 말 없이 드리지 않았나. 대부분 사례하기 때문에 저도 그래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선생님의 답은 “자거라”였습니다. 이후 두 사람은 카카오톡 메시지로 몇 차례 대화하며 논쟁을 벌였다고 합니다. 선생님은 “어른 일에 관여하지 말고 엄마한테 전하라”는 입장이었고 글쓴이는 “납득할 만한 근거를 말해달라”며 맞섰습니다.

글쓴이는 글에서 “혹시 제가 잘못 생각하거나 행동한 부분이 있으면 댓글로 남겨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지어낸 사연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자 다른 네티즌의 요청대로 ‘인증 사진’을 첨부하기도 했지요. 인증 사진은 온라인에서 익명의 글 작성자가 자신이 쓴 글이 사실임을 주장할 때 사용됩니다. 주로 글을 읽은 네티즌이 구체적인 사진을 주문하면 글쓴이가 그 사진을 올리는 방식입니다.

대부분 네티즌은 글쓴이 편을 들었습니다. 선생님의 부탁이 다소 무례하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일부는 “합격하면 사례금을 주는 게 관례”라면서 선생님 입장에 공감한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문제는 글쓴이 부모님이 선생님에게 이미 사례금 200만원을 드렸다는 겁니다. 글쓴이는 “다른 대학에 먼저 합격한 뒤 선생님이 돈을 요구해서 어머니가 드렸다더라”고 말했습니다.

사례금의 사전적 의미는 ‘사례의 뜻으로 주는 돈’입니다. 사례는 ‘언행이나 선물 따위로 상대에게 고마운 뜻을 나타냄’이라는 단어이지요. 선생님과 글쓴이의 상황 중 누가 옳은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고마움’이라는 가장 중요한 감정이 빠진 것만은 확실해 보입니다. 감사를 강요하고 또 강요받은 돈, 액수는 컸을지 몰라도 분명 값지진 않았을 겁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더 보기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