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반항과 고집이 센 아이들이 있다. “싫어” “안해”라는 말은 입에 달고 살며, 사소한 일도 예정에 없이 발생하면 못 견뎌 화를 낸다. 설득하기 쉽지 않다.

J가 진료실에 들어오는 표정이 예사롭지 않다. 굳은 표정에 묻는 말에도 대답을 하지 않고 짜증이 배어 있다. 화가 나 있음에도 직접 화를 표현하는 일은 없다. 일단 화가 나 있음을 의사인 내가 알아차려 주기를 바라고 있다. 먼저 감정을 읽어 주니 조금씩 말을 하기 시작한다. 원래는 진료를 본 후에 엄마랑 근처 백화점에 가서 J가 좋아하는 맛있는 과자를 사먹기로 했단다. 하지만 동생에게 급한 일이 생겨 진료 후에 시간이 없어 빨리 집으로 돌아가야 할 사정이 엄마에게 생겼다. 엄마는 사정을 얘기하고 과자를 사먹는 건 다음 기회로 미루자고 J에게 이야기했다. 아니 사정을 했다.

엄마도 J의 성격을 아는지라 포기하는 것이 쉽지 않을거라고 예상을 했다. 하지만 동생 때문에 마음이 급해진 엄마는 이런 상황조차 이해 못해 주는 J가 밉고 ‘너무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어 버럭 화를 냈다. 아이의 고집을 꺾어야겠다는 생각에 극단적으로 대립된 상태서 진료실을 들어 온 거다.

어려서부터 J는 부모를 힘들게 했다. 먹는 것에도 좋고 싫음이 분명하여 편식도 심하고 정해진 방식에서 벗어나면 심하게 떼를 쓰고 못견뎌했다. 정해진 시간에 유치원에 가야했다. 부모가 사정이 생겨 시간을 변경하거나 엄마가 시간이 없어 할머니가 데려다 주려하면 고집을 부리고 가지 않았다. 고집을 꺾어 보려고도 했으나 그럴수록 떼가 심해지니 포기하게 되었다.

J는 놀이하는 모습도 남달랐다. 정해진 틀에 맞춘 놀이만 하였고, 좋아하는 놀이만 반복해서 했다. 친구들과 노는 걸 싫어하지는 않았지만 친구가 놀러와 자기 방에 들어와 자신의 물건을 만지는 걸 싫어해 친구를 집에 데려오지도 않았다. 동생이 방에 들어오거나 자기를 방해하는 것을 너무 싫어해 동생을 때리기 일쑤였다. 친구나 동생과 놀이를 할 때도 자기가 하고 싶은 놀이만을 고집, 양보하는 법이 없다. 그러니 아이들과 오랜 시간 함께 놀기 힘들었다.

하지만 J와 같은 성향의 아이들은 자신의 신념에 대해선 확고한 믿음을 갖고 추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정직한 편이다. 하지만 부모가 지나치게 간섭하지 않고 통제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부모가 아이와 비슷해서 자신의 소신에만 집착하고 아이를 억지로 변화시키려고 한다면 아이와 많이 충돌하고 고집은 더욱 심해질 뿐이다.

차분하지만 단호한 어조로 아이를 설득하는 것이 좋다. 마음의 지도를 바꾸는 데는 누구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므로 무엇이든 미리 얘기를 해주어야 하며 적어도 10분 전에는 알려 주어 마음의 준비를 하게 하여야 한다. 미리 준비만 시킬 수 있다면 이들은 규칙을 일정하게 가질 때 안정감을 가질 수 있고 순종을 늘릴 수 있다. 갑자기 변화되는 상황에 대한 적응력이 늦은 것은 ‘불순종’과는 다른 것이며 타고난 능력이 다른 것이어서 강요하면 부작용만 늘어날 뿐이다. 부모가 이런 아이의 특성을 알고 이해해서 대처하면 아이의 융통성과 대응력도 차츰 향상될 수 있다. 마냥 ‘허용적’인 것과 아이의 특성을 이해하고 마음의 지도를 바꾸는 시간을 벌어주는 것은 전혀 다르다.

이호분(연세누리 정신과 원장,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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