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초 중국 저장성 항저우 경찰은 최근 한 술집으로부터 희한한 전화를 받았다. 손님이 두고 간 여행가방을 열어보니 현금 200만 위안(약 3억3900만원)이 들어있었다는 신고였다. 경찰이 사건을 조사해보니 다소 황당한 사연이 숨어있었다.

◇“3억은 너무 적어” vs “집도 살 수 있는 돈”

술집 직원 진술에 따르면 20살쯤 돼 보이는 남성 1명과 여성 2명이 밤 10시쯤 가게를 찾았는데, 이 남성은 대형 여행가방을 갖고 왔다고 한다. 세 사람은 밤늦도록 대화를 나누더니 갑자기 언성을 높이며 싸우기 시작했다. 그 후 화가 난 남성은 가지고 온 가방을 놓고 나가버렸고, 여성 2명도 곧장 밖으로 나간 뒤 돌아오지 않았다. 가게 문을 닫을 때쯤 직원이 이 가방을 열어보니 현금 200만 위안이 들어있어 경찰에 신고를 했다고 직원은 말했다.

알고보니 이 돈의 주인은 IT업체에서 일하는 23세 남성이었는데, 이 남성은 200만 위안이 헤어진 여자친구에게 ‘위약금’ 명목으로 준 돈이었다고 털어놨다. 당초 여자친구는 1000만 위안을 달라고 했는데 남성이 200만 위안만 갖고오자 화가나 그냥 가버렸다고도 했다. 경찰은 남성의 신원을 확인한 후 돈가방을 돌려줬다. 이 여성은 전 남자친구가 준 돈이 너무 부족했다고 주장했지만, 남성은 200만 위안이면 큰 돈 아니냐며 억울해했다고 한다. 이 사건이 알려지자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연애관계에서의 남녀차별을 놓고 논란이 일었다.



◇새로운 연애 트렌드?

영국 BBC방송은 이 사건을 전하면서 중국에서 위 사례와 같은 ‘연애 위약금’ 지불이 새로운 문화로 떠올랐다고 보도했다. 장기간의 연애관계를 청산하는 데 따른 일종의 보상 개념이라는 것이다. 관계를 지속하기 위해 각자가 투자한 노력과 비용을 정산해서 지급할 돈이 정해지는 경우가 많지만 일부는 연애 파탄에 따른 심리적 충격을 고려해 추가비용을 부담하기도 한다.

이혼 위자료도 아닌 연애관계 파탄에 따른 비용을 지불하는 데에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한쪽에서는 소비주의에 물든 일부에 한정된 현상이라고 의미를 축소하기도 한다. 하지만 다른 쪽에서는 여성들이 남성에게 재정적으로 의존하는 경향이 강한데다 남성의 일방적인 연애관계 정리에 따른 정신적 고통을 예방하는 차원에서도 헤어질 때 위약금을 주는 문화가 필요하다는 적절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는 ‘남성과 여성 중 누가 돈을 내야 하는가’에서부터 ‘남성과 여성은 과연 평등한가’라는 문제까지 복잡한 쟁점을 담고 있는 주제이기도 하다. BBC는 “남성이 위약금을 내는 경우가 더 많긴 하지만 평소 남자친구가 연애비용을 더 많이 내는 점을 고려해 여성들도 위약금을 낼 수 있다는 인식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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