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호
구원창문외과 대표원장

나는 운동을 잘 하지는 못해도 익스트림 스포츠 쪽에 도전하기를 좋아한다. 두려움이나 불안을 주는 스포츠 활동을 즐겨 하는 편인데 평소의 이러한 활동들은 일상이나 수술 중에 마주치게 되는 여러 힘든 상황에서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마음의 근육을 키워준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평정심을 유지하려 노력해도 실제 그렇게 사는 것은 쉽지 않다. 삶에서 부딪히는 각종 스트레스는 우리 몸에 여러가지 질병들을 유발시키기도 한다.

내가 전공으로 하고 있는 항문병도 그런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스트레스는 괄약근의 긴장도를 높이며 장운동에도 영향을 주어 변비 또는 설사를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문제들로 항문이 찢어질 수 있는데 그러면 배변 시 날카로운 통증과 약간의 피가 묻어나온다. 이러한 병을 치열이라고 한다.

예전 그리스의 철학자들은 화를 내지 않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유머라고 했다.

“분노하지 말고 웃어라. 웃음이야말로 우리를 울게 하는 것들에 대한 옳은 반응”이라는 말은 귀담아 들을만 하다.

그러나 그렇게 유머를 실천하기 어려운 사람도 있다. 그럴 때는 자신이 부조리극의 주인공이라고 생각하는 방법을 써보는 게 효과적일 수도 있다.

부조리극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이치에 맞지않고, 등장인물은 무능하며, 정의는 늘 그렇듯이 아주 우연히 그리고 힘들게 이루어진다. 세상이 그런 부조리극의 상황이고 자신이 그 연극 속에 놓여진 인물이라고 생각하면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도 좀 살아 숨쉴만한 공간으로 바뀌는 듯한 치유의 경험을 할 수 있다.

나는 요즘엔 취미생활로 붓글씨 연습도 좀 해보고 있는데 처음에는 문방구에서 파는 먹물을 사서 쓰다가 요즘에는 벼루에 먹을 갈아서 쓰고 있다. 너무 편한 것만을 추구하는 세상에서 뭔가 자발적인 불편함을 자꾸 경험해 보는 것도 좋다.

요즘 캠핑이 인기가 있는 것도 그런 경험이 주는 힐링의 역할이 적지 않다는 증거가 아닐까. 삶을 대하는 방식에서 자신의 관점을 바꾸게 해주어 자기 자신을 강인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

스트레스로 유발된 여러 증상들, 특히 경증일 경우에는 질병들이 이러한 방법으로 예방 또는 치유되기도 한다. 그러나 어떤 병이든 심해지면 이러한 방법으로 다 해결되지는 않는다. 스트레스로 유발된 치열이라 할지라도 만성화되어 피부가 섬유화되고 좁아지게 되면 이제는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치열수술은 오랜 상처와 흉터로 좁아진 항문을 부분적으로 조금 넓혀주는 수술이다. 힘들게 배변하며 찢어지던 항문을 원활하게 기능하는 상태로 되돌리기 위한 수술인 셈이다. 수술은 부분마취로 비교적 간단하게 시행가능하며 술 후 일상생활에도 큰 지장이 있을 정도는 아니다.

수술 후 치유되었다 하더라도 재발하지 않으려면 변비가 생기지 않도록 유의하고 너무 스트레스받지 않고 평정심을 갖고 살 수 있도록 자기만의 여러가지 수단을 찾아 실행해 보시길 권한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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