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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5월 서울 최대 번화가 강남역 유흥가 한복판 공중화장실에서 20대 초반 여성이 30대 남성에게 살해당했다. 피해자와 범인은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다. 경찰은 정신질환자의 ‘묻지마 살인’으로 결론지었지만 대다수 여성들은 “여자라서 죽었다”며 여성 혐오 범죄로 규정했다. 범인이 ‘여성 혐오’ 취지의 진술을 했기 때문이다. ‘강남역 여성살해 사건’이 17일 2주기를 맞았다. 지금 우리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 미투 운동 불러왔지만…여전한 ‘여성 혐오’

전문가들은 강남역 사건이 미투운동을 불러왔다고 보고 있다. 이를 계기로 여성들이 사회에 만연한 여성혐오(misogyny·여성을 남성과 다르게 대상화·차별하는 모든 언어·행동)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성을 상대로 한 차별과 나아가 여성에 대한 폭력은 여전하다는 반응이다. 16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여성이 피해자였던 강력범죄(살인·성폭력)는 총 3만 270건을 기록했다. 사건이 있었던 2016년 2만 7431건보다 10%가량 늘어났다.

강남역에서 여성을 살해한 범인이 “여성을 기다렸다 범행했다”고 진술하면서 ‘여성 혐오’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지만 여성대상 범죄는 도리어 늘어났다. 치안 당국은 해당 사건 이후 “여성대상 범죄를 엄단하고 있다”는 취지의 입장을 거듭 밝혀왔지만 상황은 악화된 셈이다.

이를 두고 그동안 음지에서 횡행하던 여성혐오가 수면 위로 올라 올 발판이 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그동안 자행된 성폭력, 데이트폭력, 몰카 등 고질적인 성범죄들은 강남역 사건 이후 불거진 남녀 간 이유 없는 혐오에서 비롯됐다고도 했다.

◇ “여성권 말하다 오히려 조롱당했다”…남성 ‘백래시’ 없어져야

강남역 살인사건과 미투 운동 등을 거치면서 성폭력 범죄는 물론 그동안은 침묵했던 외모 평가나 회식자리 술 따르기 등도 여성혐오라는 사실을 남녀 모두 인식하게 됐지만 이를 지적하는 여성들을 오히려 조롱하는 행태가 만연하다.

한국여성민우회가 지난달 6~13일 페미니즘 발언·행동에 대한 백래시(반격) 사례를 수집했다. 대다수의 여성들은 미투 운동을 지지하는 등의 이야기를 했을 때 비웃음을 샀다고 했다. 페미니즘 티셔츠를 입었다는 이유로 아르바이트 자리에서 잘린 사례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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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서구의 사례와 비교했다. 여성권 신장을 위해 일어난 18∼19세기 여성 참정권 운동이나 1960~1970년대 페미니즘 운동 역시 백래시를 피하지 못했다고 했다. 남성중심주의를 탈피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뜻이다.

◇ “우리는 멈추지 않는다. 더이상 침묵하지 않는다”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은 17일 강남역에서 추모집회를 연다. 2016년 사건 당시 강남역에 모여 포스트잇 수만 장을 붙였던 여성들은 사건 2주기인 이날 저녁 신논현역에서 검은 옷을 입고 모일 예정이다.

서울 9호선 신논현역 6번 출구 앞에서 ‘우리는 멈추지 않는다’는 기조로 열리는 ‘성차별·성폭력 끝장집회’ 주최 측은 “여성이 안전하고 성차별 성폭력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다시 한 번 모여주길 바란다”면서 참여를 북돋았다.

집회 참가자들은 검은 옷을 입고 강남역 살인사건 피해자 A씨를 추모하는 의식을 갖는다. 싱어송라이터 오지은이 공연하고, 4월 21일부터 약 한 달간 3400여명에게 연서명을 받은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1만인 선언’도 발표된다. 집회 뒤에는 사건 장소인 노래방 건물 앞을 거쳐 강남역 번화가 골목을 왕복 행진한다.

시민행동은 “변화는 진행 중이며 우리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여성이 침묵할 수밖에 없었던 세상은 끝났다. 미투 운동은 계속될 것이며 우리는 승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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