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뉴시스

봄의 ‘실종’은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다.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 한파가 물러갔다 싶으면 어느새 더위가 찾아오는 현상은 이번 5월에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중부지방 낮 기온은 25도를 훌쩍 넘어서는 나날이 이어지고 있다. 봄의 변화에 맞추려는 건지 17일에는 ‘봄비’도 좀 달랐다.

17일 새벽부터 정오까지 서울은 시간당 2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다 뚝 그치기를 반복했다. 장마철에나 봄직한 굵은 빗줄기가 우산을 때리더니 불과 몇 분 또는 몇십 분 만에 언제 그랬냐는 듯 하늘은 잠잠해졌다. 출근길은 ‘복불복’에 가까웠다. ‘폭우 시간대’에 버스나 지하철을 내린 사람은 흠쩍 젖은 채로 사무실에 들어섰지만, 운 좋게 이를 피한 이들은 옷에 물 한방울 묻히지 않고 출근할 수 있었다.

이런 현상을 기상 전문가들은 국지성 집중호우라 부른다. ‘한국형 스콜’이란 표현도 최근 들어 자주 등장하고 있다. ‘스콜’은 갑자기 바람이 불기 시작해 몇 분 지속된 후 갑자기 멈추는 현상을 이르는 말이다. 매일같이 햇볕이 내려쬐는 열대지방에서 이런 스콜이 나타나면 뜨거운 공기가 상승해 찬 공기와 만나서 비를 뿌린다.

17일 서울에 스콜처럼 나타난 국지성 집중호우는 발생 원인이 열대성 스콜과 차이가 있다. 중국 남부에서 한반도로 유입된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북서쪽 상층에서 내려오는 차가운 공기와 만났고, 두 기단 사이에 전선이 형성됐다. 이 전선이 남동쪽으로 이동하면서 지나는 지역에 강한 비를 뿌렸는데, 전선의 움직임에 따라 국지적이고 초단기적인 폭우가 쏟아진 것이다.

당분간 더위와 소나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비는 18일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기상청은 17일 밤부터 서해상에서 남동진하는 기압골의 영향으로 남부지방에도 다시 비가 오기 시작해 전국에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비는 18일까지 이어지다가 북서쪽에서 접근하는 고기압의 영향으로 낮에 서울과 경기 지역부터 그치겠다.

17일 밤부터 18일 새벽 사이에는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시간당 20∼30㎜의 강한 비가 또 내릴 가능성이 크다. 18일까지 예상 강수량은 서울, 경기, 강원 영서, 충청 북부 등에 30∼80㎜다. 다만 많은 곳은 100㎜ 이상의 비가 내리겠다.

폭우가 이틀째 내린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계천이 출입 통제돼 있다. / 사진 = 뉴시스

이번 폭우로 16일 서울 정릉천에서는 자전거를 타던 60대 남성이 급류에 휩쓸렸고, 경기도 오산시 오산천에서는 40대 여성이 폭우로 불어난 하천에 휩쓸렸다가 구조됐다. 인천국제공항은 폭우와 동반한 돌풍 탓에 20여편의 이륙을 지연시켰고, 17일 오전에는 서울 중앙선에 낙뢰가 발생해 운행이 지연되기도 했다.

기상청은 최근 호우 특성을 반영해 기존 6시간, 12시간 강우량을 기준으로 하던 호우특보를 내달부터 3시간, 12시간 단위로 적용하기로 했다. 6월부터 기상청은 3시간 동안 60㎜ 이상, 또는 12시간 동안 110㎜ 이상의 비가 예상되면 해당 시·군·구 단위로 호우주의보를 내릴 예정이다.

김종형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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