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영구, 맹구 얼마나 우리 좋아했어요. 개그맨들 나와서 콧물 분장 그려놓고, 머리도 쾅쾅 박고 이러면 그냥 재밌게 웃으면서 봤어요. 제 아들이 발달 장애인이 되기 전에는….”


따지고 보면 우리를 웃게 만든 영구와 맹구도 발달장애인이었습니다. 겉모습은 어른이지만 속마음은 어린아이와 다를 게 없었으니까. 지금도 방송에서 누가 어설픈 행동을 보이면 출연자들은 무람없이 이런 말을 내뱉습니다. “나 어릴 때 우리 동네에 저런 바보 형 있었어요.”


류승연(어머니) “동환이에요. 김동환. 올해 10살 초등학교 3학년 됐어요. 처음에 지적 장애로 판정이 딱 내려지고 나니까 제일 먼저 든 생각은 ‘내 인생은 끝났어. 끝났어. 나 빨리 복직해야 되는데, 삶에 드는 재미가 있었는데 모든 것들이 다 바뀌었고, 우리 부부가 세워놓은 계획들이 모든 게 다 어그러져요.”


엄마는 장애아를 애면글면 키우며 고생한 이야기를 털어놓았습니다.

“한 번은 마트에 가서 이런 일이 있었어요. 아기들 3~4살 때 떼쓰는 것처럼 ‘우아아앙!’ 하면서 떼를 쓰다가 뒤로 드러눕기도 하죠. 얘는 키도 크고 덩치도 크니까 사람들이 ‘촤악’ 시선이 쏠려요.”


“그 상황을 모면하려고 아빠가 아이를 카트에 태워서 재빨리 끌고 간 거예요. 영화에서 보면 모든 게 정지가 되어 있는데 남녀 주인공만 움직이는 그런 영상 있잖아요. 그 마트의 수백 명이 일순간 조용해지면서 정적. 그리고 수백 개의 눈이 동시에 카트를 끌고 가는 우리 남편과 아들만 쫓고 있는 거예요. 그 모습을 보면서 ‘아, 이렇게 내가 오늘도 또 하나 영화 찍고 왔구나.’”


하지만 엄마의 일상이 어둡거나 무겁지만은 않습니다. 영악한 구석은 찾아볼 수 없는, 티 없이 맑고 한없이 투명한 아이를 보며 ‘평생을 갓난아기를 키울 때와 같은 기쁨을 맛보며 살게 되었다’고도 했습니다.


“이 아이는 숨기는 게 없잖아요. 타인을 의식하지 않고 스스로에게 솔직한 그런 모습들 보면 매일 매일이 웃음이 터져 나와요. 이 아이는 음악이 들리면 거기가 어디든지 엉덩이를 빼고 덩실덩실. 우리는 예상할 수 없었던 그런 행복들이 매일 있어요. 제가 평생을 갓난아기를 키울 때와 같은 기쁨을 맛보며 살게 된 게, 그게 가장 큰 축복인 것 같아요.”

한국에서 장애 아이를 키운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닐 겁니다. 비장애인들의 편견과 오해 탓에 문드러지고 해진 엄마의 심정은 그가 최근 펴낸 책 ‘사양합니다, 동네 바보 형이라는 말’에서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장애 아이를 키운다는 건, 극한 직업이고요. 말 그대로 부모의 인생이 바뀌는 일이에요. 법과 제도와 시스템으로 충분히 이들을 지원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이게 한 가정의, 한 부모의, 그리고 한 엄마의, 아빠의 몫이 되어버리니까 모든 게 다 바뀌어버려요.”



“도와줘야 돼요. 사회가, 세상이. 나라는 법과 제도와 시스템으로, 그리고 그냥 우리들은 시선으로, 인식의 변화로.”

“‘나는 장애인 싫어. 부담스러워. 무서워. 나는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아’라고 보통사람들이 생각하고 살기 때문에 장애인을 만났을 때 그런 (부정적인) 시선을 던진단 말이에요. 정상적으로 잘 살아온 보통의 사람도 이런 시선 앞에서는 왜곡될 수밖에 없어요.”

“인터뷰 끝나고 밖으로 나가서 모든 사람들이 똑같은 시선을 쏘아봐요. 지하철 안의 모든 사람이, 집으로 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마주치는 모든 사람이, 이게 오늘 하루만이 아니라 하루, 이틀, 1년, 10년, 20년, 30년…. 그러면 장애인들이 세상을 경험할 기회를 박탈당해요. 이 아이에게도 좋지 않은 거지만, 세상에서도 마찬가지잖아요.”

“우리가 사는 세상은 하나야. 장애인 왕국을 건설해줘 가지고 우리를 몰아넣지 않는 한, 우리는 항상 같이 살아야 돼요. 어떤 장애인하고 함께 살고 싶어요? 행복하고 자존감이 잘 충족돼있는 그런 장애인하고 함께 살고 싶어요? 아니면, 세상의 차가움을 아주 어릴 때부터 지속적으로 받아와서 꼬여 있고 왜곡되어 있는, 이런 장애인하고 함께 살고 싶어요?”


장애인을 바라보는 세상의 차가운 시선을 토로하던 엄마가 동환이에게 말합니다.


“동환아, 엄마는 너 때문에 너무 힘들어서 나쁜 생각도 많이 했어. 그리고 너 때문에, 너 때문에 엄마의 인생이, 우리 가족의 인생이 다 바뀌어졌다고 원망도 많이 했고. 그런데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이 모든 게 너 덕분이라고 생각해. 동환이 덕분에 인생에서의 진정한 행복이 어떤 스펙이라든지 그런데서 오는 게 아니라, 일상의 작은 소소함에서 온다는 걸 알게 됐거든. 그래서 엄마는 동환이를 정말 신이 내려준 축복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사랑하고 잘 키울게.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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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상 기자, 제작=유승희 sotong20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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