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공든 탑인 ‘최저임금법’이 뿌리부터 흔들릴 위기다.

28일 최저임금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주요 골자는 정기상여금과 함께 식대, 교통비 등 복리후생수당의 일부를 최저임금으로 계산하도록 산입범위를 확대한 것이다.

최저임금법 개정안 처리를 주도한 여당 쪽에서는 산입범위 확대가 불가피한 조처였다고 설명했다. 올해 최저임금을 큰 폭으로 올린 뒤 줄곧 인건비 부담을 호소한 재계 불만을 누그러뜨리려면 최저임금의 범위라도 넓혀야 했다는 뜻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측은 “연봉이 4000만~5000만원인데도 복잡한 임금체계 탓에 기본급이 157만원 미만인 노동자의 임금을 올려줘야 하는 중소기업·자영업자의 어려움을 반영했다는 사실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동계 생각은 다르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전체 임금도 인상되지만 산입범위가 확대되면 최저임금 인상분 중 일부가 상여금, 복리후생수당에서 충당되기 때문에 실제 받는 금액은 크게 차이가 없는 것이다. 실제 임금이 줄어드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고 했다.

노사 합의 없이 사업주가 상여금 지급 방식을 일방적으로 바꿀 수 있도록 허용한 점도 문제로 꼽힌다.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금지’라는 노동법 불문율마저 무력화된 셈이다.

◇ 노동계 “노동 존중 정책의 파탄을 선언한 것”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이날 최저임금법 개정안 통과 직후 보도자료를 통해 “국회가 결국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하는 개악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최저임금 제도가 무력화됐다”고 주장했다.

또 “최저임금법 개악안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을 촉구하는 요구안을 청와대에 전달하고자 한다. 이와 함께 한국노총 추천 최저임금위원의 위촉장을 반납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노총은 29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최저임금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대통령에게 촉구하고 ‘최저임금위원 사퇴’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최저임금을 심의·의결하는 사회적 대화 기구다. 위원 27명 가운데 9명은 근로자위원인데 이 중 한국노총 추천 위원은 5명이다. 나머지 4명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추천 위원이다. 만약 한국노총 추천 위원이 전원 사퇴하고 민주노총도 보조를 같이할 경우 다음 달 28일이 시한인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심의도 파행될 수 있다.

민주노총은 이날 성명에서 “최저임금 개악법안 통과로 저임금 노동자의 삶은 더욱더 생존의 한계치로 내몰리게 됐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는 노동 존중 정책의 파탄을 선언한 것에 다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이미 노사정 대표자회의 및 사회적 대화 관련 회의 불참을 선언했다. 30일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이 내용을 포함한 전체적인 대정부 투쟁 계획을 확정할 방침이다. 민주노총은 “6월 30일 최저임금 1만원, 비정규직 철폐 총파업 총력투쟁 선언 전국노동자대회를 통해 강력한 대정부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 이정미 “줬다 뺏는 결과…저항 수단도 없다” 지적

28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한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이전 정부의 오류를 다시 반복하는 듯한 법안이 촛불 정부 하에서 이루어졌다는 것이 통탄스럽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최저임금 두 자릿수 인상이 실행이 되고 이제 고작 5개월이 지났다. 그런데 산입범위 논의가 진행이 되면서 한마디로 임금 상승률에 대한 효과가 다시 도루묵 됐다. 한마디로 줬다 뺏는 결과를 낳았다”고 한탄했다.

이어 “저임금 노동자 경우에는 내년에 최저임금이 다시 오른다고 하더라도 전혀 임금 상승효과를 볼 수 없다. 특히 저임금 노동자들은 회사에서 체불임금도 제대로 달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노동자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고 저항할 수 있는 수단 또한 아무것도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여러 불만들이 터져나오고 보수 야당들이 ‘최저임금 1만 원 공약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된다. 특히 올해는 한 푼도 올려서는 안 된다’ 이런 목소리까지 나오게 되면서 외형적으로는 두 자릿수 올려주고 내용적으로는 재계 기업에 부담 지우지 않는 이런 꼼수 인상안을 만든 것”이라고 일갈했다.

사진=뉴시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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