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x 파일] 숨진 신생아 두고 PC방간 엄마

강연문화 콘텐츠 기업 '마이크임팩트' 유튜브 캡처

사업 실패 후 우울증을 앓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오래 시달려온 지병 때문이었습니다. 고군분투하며 가족을 돌본 장남에게 아버지는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헤어디자이너 강진리씨 사연입니다.

강씨는 여섯 가족 중 둘째로 태어났습니다. 위에 누나가 있고 아래로 이란성 쌍둥이 남동생과 여동생이 있지요. 아들 중에는 가장 맏이입니다. 대부분 첫째가 그렇듯 강씨도 은근한 책임감과 부담감을 가지고 자랐을 겁니다.

강씨의 곡절은 초교 2학년 때부터 시작됐습니다. 학교에서 점심을 먹고 있는데 갑자기 아버지가 찾아왔습니다. 급히 책가방을 들고 따라간 곳은 경기도 수원이었습니다. 매섭게 몰아쳤던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강씨의 가족마저 강타했습니다. 아버지의 사업은 망했고, 여섯 식구는 도피했습니다. 강씨는 “이사하고, 또 이사하면서 어렵게 지냈다”고 말했습니다.

아버지는 늘 든든했지만 표현에 서툴렀습니다. 강씨는 “그래도 아버지가 있어서 걱정이 없었다”고 회상했습니다. 술이나 유흥도 즐기지 않고 묵묵히 일하는 아버지가 이상적으로 보였다고 합니다. 성실함만큼 보상도 컸으면 좋았을 터인데 세상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강씨가 군에 있던 때 아버지는 또 사업에 실패했습니다.



좌절이 마음에 생채기를 냈던 모양입니다. 아버지는 깊은 우울증에 빠졌습니다. 덩달아 쭉 앓아 온 당뇨가 심해졌습니다. 어머니도 좀처럼 기운을 내지 못하고 대부분 시간을 방에서 누워 보냈습니다. 강씨는 “누나와 동생들 모두 학생일 때라 나라도 열심히 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군에서 제대 후 친구들도 만나지 않고 일에만 매달렸다”고 했습니다.

아버지는 그때부터 “미안하다”는 말을 버릇처럼 했습니다. 말수가 적은 강씨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어색했겠지요. 굳이 표현하지 않아도 알아줄 거로 생각했을 겁니다. 어쩌면 ‘언젠가는…’이라며 미뤘을 거고요.

태산처럼 쌓아뒀던 진심은 끝내 전하지 못했습니다. 아버지는 올해 1월 당뇨 합병증으로 찾아온 급성 패혈증 쇼크 때문에 숨을 거뒀습니다. 강씨는 급히 연락을 받고 달려갔지만 아버지의 마지막 음성을 듣지 못했습니다. 아버지가 몇 달 전쯤 말했던 “미안하다”가 유언이 된 셈입니다.

병실에 누워있는 아버지 머리를 쓰다듬다가 자신과 꼭 닮은 특징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오른쪽 귀 위 훌쩍 올라가 있는 헤어라인. 일부러 민 것처럼 귀 위쪽 머리가 전혀 없는 편인데, 강씨는 아버지도 그렇다는 걸 이별의 순간 처음 알았습니다. 10년 넘게 헤어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정작 아버지 머리카락을 다듬은 적이 없다는 사실도 그때 깨달았습니다.

“미안하다.” 남겨진 이가 떠난 자를 추억하며 곱씹기에는 너무 슬픈 말입니다. 강씨는 자신의 이야기를 한 기업 강연에 나와 털어놓으며 “아버지가 미안한 마음으로 떠난 게 가슴 아프다”고 했습니다. 또 “사랑하는 사람이 항상 곁에 있는 것이 아니다. 여러분도 표현할 수 있을 때 나누면 좋겠다”고 조언했습니다. 이런 강씨의 조언은 스스로에게 하는 다짐이기도 하겠지요. 어머니와 누이, 그리고 동생들을 향한 다짐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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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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