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살만한 세상] ‘불법주차 딱지’를 받아든 차주가 웃으며 사과한 이유

사진=대전지족고등학교 '경찰동아리 JYP' 지도교사 손정 선생님 제공.

‘불법 주·정차 상시 단속 구역입니다. 과태료 부과 및 차량 견인’

동네 골목 구석구석에는 ‘주차금지 현수막’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불법주차 차량들이 즐비합니다. 난무하는 불법주차에 동네 주민들도 괴롭고 차량을 단속하는 경찰들 역시 ‘딱지’를 부착하랴 항의하는 시민들 달래랴 이만저만 힘든 게 아닙니다. 잘못한 건 알지만 차주 역시 기분이 상하기 일쑤입니다. 이래저래 모두의 기분 상하게 만드는 불법주차. 하지만 여기 단속을 당한 차주마저 미소 짓게 만든 불법주차 딱지가 있었습니다.

사진=대전지족고등학교 '경찰동아리 JYP' 지도교사 손정 선생님 제공.

지난달 30일 대전 유성구 지족동 골목에서 불법 주차된 차량에 딱지를 붙이는 해결사들이 등장했습니다. 평균 나이 18세의 고등학생들이었습니다. 이날 불법 주차 단속에 나선 학생들은 모두 대전지족고등학교의 ‘경찰동아리 JYP’에서 활동하는 학생들이었습니다. ‘지족 유스 폴리스 (Jijok Youth Police)’의 줄임말이라는 JYP에서는 무슨 ‘사건’을 벌이고 있는 걸까요?

사진=대전지족고등학교 '경찰동아리 JYP' 지도교사 손정 선생님 제공.

JYP는 지난해부터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미래에 경찰이 되고 싶거나, 경찰대학교·사관학교에 진학하고 싶은 학생이라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어 총 22명의 학생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동아리 활동 역시 아이들이 직접 계획하고 이끌어나가고 있습니다. 한 달에 두 번씩 캠페인 활동을 하고 있으며 그 일환으로 이번에는 불법주차를 막을 수 있는 주차 딱지를 직접 만들게 된 것입니다.

사진=대전지족고등학교 '경찰동아리 JYP' 지도교사 손정 선생님 제공.

동아리를 지도하고 있는 손정 선생님은 “이번 활동 역시 아이들이 직접 계획하고 준비한 것”이라며 “교외활동에 나서기 전에 아이들이 오랜 시간을 들여 불법 주차단속 딱지를 손수 만들었고 그림과 문구도 아이들이 스스로 구상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아이들이 스스로 활동을 잘 꾸려나가서 내가 할 일이 별로 없다. 조언을 하거나 소소하게 도와주는 정도”라며 “아이들이 너무 대견하고 동아리가 잘 운영돼서 기쁘다”고 말했습니다.

사진=대전지족고등학교 '경찰동아리 JYP' 지도교사 손정 선생님 제공.

학생들이 직접 만든 딱지를 들고 불법주차 차량을 찾아 나선 그날은 하필 땡볕이 쏟아지는 무더운 날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아이들은 미소를 잃지 않고 즐겁고 활기차게 활동에 임했습니다. 한 번은 딱지를 붙이다가 차주와 마주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이 만든 귀여운 딱지를 받아든 차주는 “조심하겠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재빠르게 차를 빼는 훈훈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습니다.

사진=대전지족고등학교 '경찰동아리 JYP' 지도교사 손정 선생님 제공.

미래의 경찰을 꿈꾸는 학생들은 동아리 활동을 통해 인근 대학교에서 진로체험활동 특강을 듣기도 합니다. 과학수사를 직접 체험해 보는 것인데요. 지문과 족적을 직접 채취해보고 교수님의 특강을 들으며 많은 조언을 받기도 합니다.

사진=대전지족고등학교 '경찰동아리 JYP' 지도교사 손정 선생님 제공.

많은 사람들이 ‘잠깐은 괜찮겠지’라며 길거리에 주차한 후 볼일을 보러 다녀왔다가 ‘주차구역 위반’이라는 노란 딱지가 기다리고 있는 경험을 직접 해보거나 목격해 봤을 겁니다. 그런 상황에서 보통 “잠깐 세웠는데 이럴 수가 있나, 억울하다”는 마음이 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잠깐 편하자고 한 행동이 우리의 이웃에게 얼마나 큰 피해를 끼치는지 알고 계신가요?

‘잠깐은 괜찮겠지’ 하는 이기심 때문에 이웃 간의 다툼이 벌어지기도 하고, 긴급출동하는 구급차가 골든타임을 놓치기도 합니다. 사소한 일이 큰일이 될 수도, 이웃의 일이 내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작지만 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 발로 뛰고 있는 대전지족고등학교 경찰동아리 학생들처럼 우리 역시 소소한 노력과 배려로 이웃을 위하는 마음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사진=대전지족고등학교 '경찰동아리 JYP' 지도교사 손정 선생님 제공.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신혜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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