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영상 캡처. 영남일보 제공

대구에서 20~30대 남성들에게 집단폭행을 당한 50대 부부의 자녀가 경찰의 축소수사 의혹을 재기하며 철저한 재수사를 요구하는 국민청원을 올려 파문이 일고 있다.

피해 부부의 딸은 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제2의 광주폭행사건은 없어져야 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장문의 청원을 올렸다.

사건은 지난 4월 10일 밤 대구 동구 불로동 한 노래방 앞에서 발생했다. 청원인은 부모님이 귀갓길에 정면에서 오는 외제차 차주와 전조등 문제로 시비가 붙었다고 했다. 전조등이 너무 밝아 꺼달라고 부탁했을 뿐인데 차주가 욕설과 함께 멱살을 잡았고, 싸움이 시작됐다고 전했다.

청원인은 부모님이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보내달라고 했지만 폭행은 계속됐다고 주장했다. 또 ‘치료비는 얼마든지 줄테니 죽을 때까지 때려라’고 소리쳤다는 목격자들의 진술을 전하기도 했다.

CCTV영상 캡처. 영남일보 제공

청와대 청원 내용 중 일부

영남일보에 따르면 남편 이모(54)씨와 부인 김모씨(57)가 운전자 A(29)씨와 시비를 벌이는 사이 A씨의 지인 등 3명이 나타났고 이들이 부부를 밀치며 몸싸움이 시작됐다. 부인 김씨가 먼저 뺨을 때리자 김씨를 무차별 폭행했다. 이들의 무자비한 폭행은 10여분간 이어졌다. 병원 진단 결과 이씨는 코뼈가 주저앉았고, 부인 김씨는 왼쪽 갈비뼈 2대가 부러져 각각 전치 3·4주의 진단을 받았다.

청원인은 경찰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부모님이 출동한 경찰관에게 가해 차주에게서 술 냄새가 났다고 진술했지만 음주측정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또 “조사를 맡은 경찰관이 자기 결혼기념일이라며 사건을 빨리 마무리해야 한다. 건장한 남성들에게 왜 말을 붙이냐며 되레 면박을 줬다”면서 “쌍방폭행으로 사건을 마무리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청원 내용 중 일부

청원인은 또 “무차별적인 폭행 장면이 담긴 CCTV 영상을 본 경찰관이 ‘쌍방이고 청년에게 사과하셔야겠네요’라고 말했다”며 분노했다. 그는 언론에 제보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경찰관이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하고 싶냐’고 겁을 줬다고도 했다.

아울러 경찰 조사과정에서 “가해자 중 한명이 ‘집안 어른 중에 경찰이 있다. 불만 있냐’고 따졌다”면서 “가해자들은 사과도 없이 비아냥거리며 경찰서를 떠났다”고 분노했다. 경찰은 현재 이씨 부부에 대해서도 폭행 혐의로 약식기소한 상태다.

청원인은 “50대 부모님이 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했는데, 어떻게 쌍방폭행이 되는지 모르겠다”면서 “수사 과정에서 수사관 교체도 해주지 않았고, 정당한 수사도 하지 않았다”고 거듭 주장했다.

그러면서 “가해자들은 아무 일 없는 듯 생활하고 있지만 부모님은 일도 못하고 두 달째 집에서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재수사를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청원 내용 중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며 강압이나 축소 수사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대구지방경찰청 관계자는 “‘가해자가 치료비는 얼마든지 줄 테니 죽을 때까지 때리라고 소리 쳤다’는 진술은 없었다”며 “피의자들의 가족 중 경찰관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가해 운전자 대한 음주운전 측정을 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최초 출동한 지구대 경찰관에게 음주운전 사실을 주장하거나 진술한 사실이 없어 인지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경찰이 수사를 시작한 것은 사건 발생 3일 후로 음주운전 여부 등을 수사했으나 혐의를 입증하지는 못했다.

아울러 피해 정도가 다른데도 쌍방폭행으로 사건을 마무리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가해자들이 상해 진단서를 제출했으나 상처가 경미해 불인정했다”면서 “가해자들은 공동상해로 부부에 대해서는 공동상해보다 가벼운 공동폭행을 적용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씨 부부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부부의 딸이 언론에 영상을 제보하겠다고 하자 경찰이 강압적인 태도를 취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담당형사가 상대방 얼굴이 있으니까 신중하게 생각하라고 말했을 뿐”이라며 “피의자들이 모두 있는 상황에서 강압적인 수사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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