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 일부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고장난 기계처럼 계속 움직이거나 뒤틀리는 ‘근긴장이상증(Dystonia)’ 환자가 늘고 있다. 많이 알려지지 않은 질환이지만 뇌졸중이나 뇌성마비로 오인하기도 해 주의가 필요하다.

4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건의료빅데이터에 따르면 2010년 2만8138명이던 근긴장이상증 환자가 지난해에는 3만5238명으로 약 25% 늘었고 증가 추세에 있다.

근긴장이상증은 근육이 제멋대로 움직여서 여러가지 건강과 정신적인 문제를 일으키는 질병이다. 근육이 과도하게 긴장해서 이완돼야 할 때도 계속 수축한다. 또 자신이 움직이려는 근육 대신 엉뚱한 근육이 수축하기도 한다.

이 질환이 나타나는 것은 근육의 수축 긴장을 조절하는 뇌신경계에 이상이 생겼기 때문이다. 팔 다리 얼굴 목 같은 신체에서 근육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발생할 수 있다. 팽팽함 경련 비틀림 같은 비정상적인 자세가 신체의 특정 부위에만 나타나기도 하고 전신에 발생하기도 한다.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운동과 연관된 신경전달 물질의 불균형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뇌 기저핵이나 시상부 손상에 의해 2차적으로도 발생하기도 한다. 이렇게 근육에 힘이 들어간 상태가 지속되면 근육이 떨려서 경련이 오고 뭉친 근육 때문에 통증도 발생한다.

근긴장이상증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부위는 목 근육이다. 이를 ‘사경’이라 한다. 머리의 비틀림, 경련, 목 통증 등이 주요 증상이다.

목 근육 경련으로 머리가 한쪽으로 돌아가거나 앞뒤 또는 어깨 쪽으로 기울어져서 머리를 바로 유지할 수 없다. 턱과 혀에 힘이 들어가면서 안면경련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 밖에 악기를 연주하거나 글씨를 쓸 때 손과 팔의 근육이 경직되고 떨릴 수 있다. 눈 주위 근육에 이상이 생겨 눈을 자주 깜빡이기도 한다.

유년기나 젊어서 발병하는 근긴장이상증은 증상이 점차 심해지고 전신으로 퍼져나간다. 성인기에 발병할 땐 주로 신체 일부에 나타난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뇌병원 허륭 신경외과 교수는 “정확한 진단을 받지 못해 다른 질환으로 오인하고 있거나 몸의 뒤틀림 때문에 사회생활을 거부하고 은둔하고 있는 환자들까지 감안하면 실제 환자 수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근긴장이상증이 있으면 사회생활에 곤란함을 겪고 대인기피증이나 우울증 등 정신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며 자살 충동까지 느낄 수 있어 조기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근긴장이상증은 증상이 심하지 않은 초기에는 근육 신경을 차단하는 일명 보톡스 주사로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 있다. 말초신경절제술은 근육을 움직이는 말초신경을 잘라내는 방법으로 수술이 매우 복잡해서 말초신경이 손상될 위험이 있다. 최근 말초신경절제술을 개선한 ‘뇌심부자극술’이 도입됐다. 초소형 의료기기를 뇌에 삽입해 특정세포에 전기 자극을 주는 방법이다.

허 교수는 “뇌심부자극술은 신경을 잘라내거나 뇌세포를 파괴하지 않는 보존적 치료법이며 뇌에 이식한 의료기기에 문제가 생기면 기기를 다시 제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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