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목회 어떻게 할 것인가] 교회로 들어온 文化 이웃과 소통하는 성숙의 거름으로

문화목회에 나선 교회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다. 서울 정동교회의 작은음악회. 국민일보 DB

21세기를 ‘문화의 시대’라고 말한다. 문화는 한 사회가 공유하고 있는 생활양식 전체를 의미한다. 사회현상을 반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회 전반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영향을 미치며 흐름을 주도한다. 교회가 문화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문화는 보편적이어서 거부감이 없다. 많은 이들이 한국교회 위기의 원인을 소통 부족으로 꼽는 상황에서 지금 한국교회에 필요한 게 문화라는 지적이다.

문화를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 이것이 ‘문화목회’다. 여기에서 문화는 기독교 가치가 내재된 문화, 사람들은 교회 안팎의 사람을 총칭한다. 교회 안 성도들은 문화를 누리게 하고, 교회 밖 사람들은 문화를 통해 복음을 듣게 하는 전반적인 활동이 바로 문화목회다.

문화목회에선 무엇보다 지역사회가 강조된다. 도시공동체연구소장이자 장로회신학대에서 기독교문화를 가르치는 성석환 교수는 “교회 안의 문화사역에서 확장, 교회 밖의 선교활동까지 포함한 목회가 바로 문화목회”라며 “목회 지평을 문화적으로 확장해 실천 범위를 지역으로 확대한 개념”이라고 정의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문화법인 손은희 사무국장은 “문화목회는 문화사역과 함께 문화선교의 신학적 토대 위에 세워진 실천적 목회”라며 “교회 중심이 아니라 지역 중심, 특히 지역의 문화 격차를 해소하는 데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경기도 성남 주민교회의 사물놀이 공연. 국민일보 DB

상호소통 역시 중요하다. 서울 대학로에서 극단을 운영하는 미와십자가교회 오동섭 목사는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문화적으로 표현하고 지역주민들과 함께하는 것이 문화목회”라며 “설교와 복음 전파라는 전통적인 방식보다는 주민들의 생활양식이 교회문화와 상호 소통케 하는 선교”라고 했다.

그렇다면 문화목회가 한국교회의 새로운 성장엔진이 될 수 있을까. 목회 전문가들은 성장엔진이라 하기는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오히려 성장이 아닌 성숙을 위한 목회 대안이라는 것이다. 성도 수 늘리기보다 성도와 성도, 성도와 비성도가 ‘함께하는 것’에 관심이 있다.

성 교수도 “교회 성장을 위한 매뉴얼은 아니다”고 했다. 그는 “사람들을 교회로 데려오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가서 소통하는 것”이라며 “우리의 관심은 그곳에 가서 예수 그리스도를 어떻게 증언할 것인지 고민하는 것”이라고 했다.

오 목사도 “성도 및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것에 관심을 갖는다”고 했고, 손 사무국장은 “당장 전도하는 것보다 지역사회에 지지계층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교회에 안 다녀도 교회 목사에게 인사하고 싶게 만드는 것, 문화목회에선 그런 호의만 갖게 해도 성공적이라고 여긴다.

문화목회의 뿌리는 1980년대 이전 ‘여름성경학교’와 ‘문학의 밤’에서 찾을 수 있다. 두 행사는 동네잔치였다. 동네 아이들과 주민들이 이곳에서 문화를 경험했다. 노래도 배우고 공연도 감상했다. 그때는 교회가 문화를 리드했다.

경기도 화성 더불어숲동산교회 도서관. 국민일보 DB

1990년대 이후 한국사회가 성장하면서 대중문화도 발전했다. 교회는 대중문화를 세상문화라고 비판하면서 벽을 쌓았다. 그 벽은 기독교 문화를 보호했지만 발전도 막았다. 다원주의 영향으로 그 벽이 허물어지고 나니 차이가 현격히 드러났다. 교회는 문화의 주도권을 빼앗기고 말았다.

이에 대한 자성과 함께 문화시대에 맞는 새로운 전도가 필요했다. 그래서 문화를 선교의 도구로 사용하는 문화선교가 펼쳐졌고 문화를 활용하는 범위가 전방위로 확대되면서 문화목회에 이르렀다.

현재 여러 교회가 문화목회를 하고 있다. 카페를 통한 목회가 대표적이다. 총회문화법인이 2016년 예장통합에 소속된 서울 998개 교회를 조사한 결과, 문화목회를 위한 시설로 카페(43.6%)가 가장 많았다. 이어 도서관(19.6%) 평생교육원(19.1%) 공연장(5.4%)순이었다.

서울 영도교회(김영권 목사), 강남동산교회(고형진 목사), 성남 성음교회(허대광 목사) 등이 카페로 문화목회를 한다. 영도교회 카페는 영등포 지역을 밝게 바꿨다는 평가도 받는다. 서울 성암교회(조주희 목사)는 교육관을 지역과의 소통 공간으로 내놨다. 이곳에 카페와 도서관을 만들고 주민을 위한 인문학 강좌를 열고 있다.

서울 삼일교회 클래식 어린이예배. 국민일보 DB

공연을 통해 지역과 소통하는 교회도 많다. 양평 국수교회(김일현 목사), 서울 동승교회(서정오 목사)등이 손에 꼽힌다. 국수교회는 클래식 오페라 등 수준 높은 공연을 1년에 10여회 한다. 동숭교회는 교회 내에 소극장을 운영한다. 서울 홍대거리에 있는 블루라이트교회(송창근 목사)는 라이브공연장을 열고 젊은이들과 소통하고 있다.

총회문화법인은 문화목회 정책과 방향을 제시하는 총회 산하 기관으로 주목받는다. 문화목회 전문가를 양성하고 문화목회를 위한 콘텐츠 및 서비스를 개발, 제공한다.

문화목회에 관심이 있다면 무엇부터 해야 할까. 문화목회를 앞서 실천하고 있는 이들은 문화적으로 소통할 사람들이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알아야 한다고 했다.

손 사무국장은 “각 교회의 상황, 지역의 특성, 주민들 성향 등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며 “지역사회가 무엇을 원하는지 설문조사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이어 “교회에서 카페를 열 때는 근처의 상권과 충돌하면 안 된다. 지역 상황을 미리 인지하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모든 목회의 주도권을 지역에 내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무슨 일이든 교회가 주도하려 하지 말고 지역사회가 주도하게 해야 한다”며 “예를 들어 어떤 공연을 한다고 할 때 교회가 준비한 것을 보여줄 게 아니라 지역이 준비하고 보여줄 수 있도록 교회가 도와야 한다”고 했다.

오 목사도 “지역에 대한 문화적인 수준과 욕구를 조사하고 이해한 뒤 그 지역에 맞은 문화적 표현, 실천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더 깊이 있는 신학적 성찰과 인문학적 소양이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

성 교수는 “문화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 문화는 단순한 선교의 도구가 아니라 무엇이든지 담아 낼 수 있는 그릇이다.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목회가 실천돼야 한다”고 했다.

허대광 성음교회 목사는 “문화목회에 대한 자부심, 전문성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치열하게 공부하고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또 “문화에 치우치면 공동체에 관심이 없어지고 목회에 너무 집중하면 소통이 잘 안 될 수 있다”며 균형을 강조했다.

전병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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