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민경 기자의 응답하라 교회언니] 페미니즘과 그리스도인


페미니즘에 대처하는 그리스도인의 자세
온 사회에 페미니즘 물결이 거셉니다. 긴 머리에 곱게 화장한 얼굴, 날씬한 체형 등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탈피하자는 ‘탈코르셋 운동’이 전 연령대의 여성에게 공감대를 얻으며 확산되고 있습니다.

최근 논란이 됐던 서울 강남구 페이스북코리아 사옥 앞에서 한 여성단체가 벌인 ‘상의 탈의 시위’도 이런 맥락에서 벌어졌습니다.

‘내 몸은 음란물이 아니다’며 여성의 신체를 온라인에 자유롭게 게시할 권리를 주장한 겁니다. 앞서 페이스북은 여성의 신체 부위가 일부 노출된 이 단체 회원들 사진을 ‘관련 규정 위반’을 들어 삭제하고 1개월 계정 정지 처분을 내린 바 있습니다. 시위 이후 페이스북은 해당 사진을 복원하고 관련 처분을 해제하며 사과의 뜻을 밝혔습니다.

페미니즘 확산이 거센 만큼 반발도 뜨겁습니다. 이른바 ‘페미니즘 백래시(backlash)’ 현상입니다. 백래시는 사회·정치적 변화에 대한 반발심리를 뜻하는 말입니다. 대학가에선 학내 페미니즘 단체의 행사 개최 여부와 관련 게시물 훼손 문제가 논쟁이 되고 있습니다. 최근 ‘페미니스트 서울시장’을 표방한 녹색당 후보 벽보가 훼손되는 사건도 잇따라 논란이 됐습니다.

그렇다면 기독교인은 이런 상황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그리스도인의 가치관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성경에도 ‘페미니즘’이란 단어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페미니즘과 기독교의 맥락들’의 저자 백소영 이화여대 교수는 “기독교 신앙과 페미니즘은 상호 공존할 수 있는 개념”이라고 말합니다.

그리스도인의 비전은 빈부·남녀 차별 등 세상의 위계가 사라진 하나님의 나라가 이 땅에 도래하도록 하는 것이고, 페미니즘은 모든 권력관계를 수평하게 돌려놓자는 것이므로 상호 충돌하는 개념이 아니라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페미니즘과 해당 진영의 행태를 모두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이들이 종종 ‘미러링’이란 이유로 남성혐오 발언을 일삼거나 상식 밖의 행동을 보이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백 교수는 미러링 모두를 페미니즘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또 미러링을 해야만 페미니스트가 되는 것도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는 “미러링으로 일상화된 가부장제의 문제점을 제기할 수는 있겠지만 남성을 무조건 혐오한다거나 약자를 괴롭히는 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젊은 여성들이 갖는 박탈감이나 열악한 생존상황을 이해하지만, 모든 차별의 문제가 가부장제에서 나오는 건 아니다”며 “여러 상황을 보지 않고 무조건적으로 남성 혐오로 뭉뚱그려 파악하면 페미니즘의 공격성만 부각될 위험이 있다”고 했습니다.

결국 페미니즘의 주요 본질 가운데 하나는 ‘약자를 살리는 것’입니다. 이는 약자를 긍휼히 여기는 예수님의 가르침에 크게 위배되지 않습니다.

물론 페미니즘에도 다양한 입장이 존재합니다. 페미니즘을 부르짖으면서도 타인을 억압하고 배제하는 입장에 서 있다면, 이는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에 맞지도 않고 기독교 신앙과도 공존할 수 없습니다. 페미니즘 속에서도 ‘평등을 위한 차별’을 행하는 이들을 구별해 낼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21세기 현대사회는 여성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기대가 급격하게 변하고 있습니다. 배제와 혐오가 없는 페미니즘이 우리 사회에 건강히 뿌리내릴 수 있도록 교계가 조금씩 관심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양민경 기자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