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현의 두 글자 발견-뿌리] 삼나무처럼 함께 얽혀 살라

7대째 믿음의 가정 오경삼 장로 가족

가족공동체는 거대한 숲을 이루는 삼나무처럼 서로를 견고하게 지켜준다. 사진은 제주 조천읍 사려니숲 삼나무 군락지 사이로 아침햇살이 퍼지는 모습. 국민일보DB

가족 공동체는 군락을 이뤄 올곧게 성장하는 삼나무(세쿼이아, 레드우드) 같다. 삼나무는 한 그루의 키가 100m에 달하고, 무게는 2000t에 이른다. 무거운 몸무게와 얇은 뿌리라는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지만 뿌리가 서로 엉켜 있어 최고 90m까지 구부러지지 않고 곧게 자란다. 가족 공동체가 삼나무처럼 서로의 뿌리를 얽은 채 성장한다면 아무리 강한 바람이 불어도 휘지 않고 올곧게 성장할 수 있다. 부모의 기도로, 삶으로 전수된 신앙이 뿌리가 되면 그 뿌리는 삶을 지탱해준다.

가정은 교회다
크리스천 가정의 결속력은 신앙의 뿌리에서 비롯된다. 믿음의 계보가 견고하게 후대에 전해져야 자녀들이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될 수 있다. 신앙 전수의 핵심은 ‘가정’이다. 서울 영락교회 오경삼(79·한국외항선교회 대외협력실장) 장로의 가문은 개신교가 전파된 19세기 후반 황해도에서 선교사로부터 복음을 받아들인 후 현재 7대째 믿음을 이어가고 있다.

황해도 지역에서 목사와 장로를 배출했고, 남한으로 내려온 뒤에도 신앙을 계속 지켜왔다. 오씨 가문은 1880년대 황해도 안악군 오봉구 영수(현재의 안수집사), 이영구씨 부부가 복음을 처음 받아들였다. 오 장로의 증조부와 증조모다. 이 가문은 1951년 기독교 박해를 피해 황해도에서 월남해 현재 73명의 일가 구성원 중 목사 4명, 전도사 1명, 장로 7명, 안수집사 6명, 권사 9명, 집사 7명을 배출했다. 성년이 된 사람은 대부분 교회 직분을 갖고 있다.

이들은 전쟁과 피란, 산업화 시대 속에서 자녀를 양육하며 신앙을 전수했다. 이들은 어떻게 믿음을 다음세대에 전수해 왔을까.

오씨 가문은 지난 20년 동안 매년 1박 2일의 가족수련회를 열었다. 지난 6일 ‘오씨 가족 모임, 20주년 영성 수련회’가 열리는 서울 강북구 인수봉로 영락기도원을 찾았다. 시온홀에는 이제 막 걷기 시작한 어린아이부터 80대 노년에 이르기까지 50여명이 한자리에 모여 예배를 드리고 있었다. 모두 황해도에서 믿음을 시작한 오씨 가문 후손들이다.

지난 6일 서울 영락기도원에서 영성수련회를 마친 오경삼 장로 가족들이 함께 포즈를 취했다. 강민석 선임기자

영성수련회는 예배 후 가족 간증, 레크리에이션, 세대별 기도회 등으로 이어져 여느 교회 수련회와 다르지 않았다. 이번 수련회 강사는 송태근 목사(삼일교회)였다. 송 목사는 고등학교 시절 오 장로의 모친 김효순 권사의 전도로 신앙을 갖게 된 인연이 있어 강사로 참여했다.

찬양팀이 즉석에서 꾸려지고, 어린이를 위한 성경학교가 진행됐다. 다음세대들의 꿈을 담은 빙고게임과 성경퀴즈에서 상품을 받은 가족들은 아이처럼 환호했다. 가족이 교회였다.

세대별 가족을 위해 기도하는 시간이 인상적이었다. 가장 연배인 4대째 가족을 아랫세대들이 손잡고 기도하는 모습, 윗세대들이 다음세대를 위해 손잡고 기도하는 모습, 신장투석을 하는 가족을 위해, 새로운 사역을 시작하는 가족을 위해 기도하는 모습은 어느 곳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현장에서 만난 오 장로는 “우리가 이렇게 한자리에 모여 지난 1년간 있었던 이야기로 밤을 지새울 수 있는 건 예수 때문이죠. 가족들이 기도제목을 카톡에 올리고 중보기도해요. 가족들이 수련회를 손꼽아 기다려요”라고 말했다.

이들이 기억하는 선조들의 신앙과 믿음의 전수 비결은 무엇일까. 오 장로는 어린 시절 어머니로부터 믿음의 선조들 이야기를 듣고 성장했으며 신앙은 늘 마음의 선명한 줄기를 형성했다고 말했다. “조부 오택윤 목사는 평양장로회신학교 24회(1931년) 졸업생이고 조모 김명신 권사는 충현교회 창립 멤버입니다. 조부는 황해도 재령군 신환포교회에서 시무하셨는데 당시 김익두 목사님이 노회에 참석하기 위해 고향에 오시면 우리 집에서 유숙하셨던 것이 생각납니다.”

그의 부친 오진길 장로, 모친 김효순 권사는 슬하에 2남 4녀를 두었으며 오 장로는 차남이다. 그는 부인 송금자 목사와 슬하에 2남 1녀의 자녀를 뒀다. 송 목사는 국제여교역자협의회 대표회장, 합동 진리 측 총회장을 역임했고 20년간 시온교회에서 목회했다. 오 장로는 “아내는 평생 선교와 기도로 살았어요. 3년 전 설날 아침 가족들에게 설교한 후 손주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며 축복 기도를 하다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습니다”라고 했다.


지난 6일 서울 영락기도원에서 열린 영성수련회에서 아랫세대가 윗세대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부모의 믿음은 다음세대로 이어져 사역의 줄기는 더 커졌다. 장녀 오은영(51) 사모는 두란노어머니학교 강사, 사위 최관하(56·영훈고 교목) 목사는 두란노아버지학교 강사로 행복한 가정을 만들기 위한 사역을 한다. 장남 오성택(50) 집사는 25년 경력의 사회복지사로 현재 종로복지관 부장이다. 차남 오성준(48) 목사는 선교지향적인 전주 안디옥교회 3대 담임목사이다. 또 오경삼(영문학 59학번) 장로와 오성택(사회복지학 88학번) 집사에 이어 손자 영찬(수학과 15학번)군이 숭실대에 입학해 개교 이래 처음으로 3대째 동문 가족이 됐다.

신앙습관은 삶을 돌이키게 한다
많은 부모들이 자녀를 교회에 출석하게 하는 것을 믿음의 전수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예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게 해주는 게 믿음의 전수이며 부모의 사명이다. 오성준 목사는 예수님을 만나지 못하면 믿음은 절대로 이어질 수 없다고 말했다.

“저희 부모님은 자녀들이 신앙을 체험할 수 있는 부흥회 찬양집회 기도회 성경통독 제자훈련 등에 보내주셨고 ‘예수님을 만났니?’라고 확인하셨어요. 그리고 끊임없이 중보기도 하셨어요.”

이 가정의 전통은 매일 아침 성경을 3장씩 읽고, 밤 10시 가정예배를 드리는 것이다. 장녀 오은영 사모는 “매일 저녁 10시 가정예배를 드렸는데 밖에서 놀다가도 신경이 쓰여 일단 집에 들어가 가정예배를 드리고 다시 나왔다. 한창 방황할 때 이 신앙적 습관이 삶을 돌이키게 한 힘이 됐다”라고 했다.

이 가정에도 어려웠던 시기가 있었다. 오 장로가 숭실대 영문과를 졸업한 후 다닌 직장 3곳이 모두 파산하는 바람에 경제적으로 어려웠다. 오 장로의 설명이 이어졌다. “조부의 영향으로 신학을 하려 했으나 대학 시절 생각이 바뀌었어요. 당시 하나님의 부르심에 응답을 못했기에 늘 마음이 힘들었는데, 82년 한국외항선교회 사무국장으로 일하면서 삶이 순탄해 졌어요.”

오성준 목사는 그 어려웠던 시간은 가족 모두에게 훈련의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등록금이 없어 걱정할 때 열심히 신앙생활 하는 우리에게 왜 하나님은 시련을 주시는지 이해가 안 됐어요. 그러나 시간이 지나 보니 돈이 없어 힘들 때마다 기도하게 하시고 해결해 주신 주님의 손길을 체험했기에 지금 물질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어요. 제 개인적으로는 목사가 되기 위해 필요한 훈련의 시간이었어요.”

자녀들은 부모로부터 어떤 어려운 환경이 닥쳐도 굴하지 않고 기도하는 것을 배웠다. 오성택 집사는 매일 카톡으로 자녀들에게 성경말씀을 나눈다. “부모님에게 귀에 닳도록 들은 ‘기도하는 자녀는 망하지 않는다’는 말을 자녀들에게 해주고 ‘항상 널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말해주고 있어요. 그다음은 하나님이 하실 거라고 생각해요.”

오성준 목사는 부모의 기도는 하나도 땅에 떨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목회자인 저는 제 자녀를 위해 부모님처럼 기도하지 못하는 것 같아 부끄러워요. 기도가 쌓인다고 인생의 풍랑이 없는 건 아니에요. 단 기도하면 풍랑 가운데 문이 하나 열려요. 그럼 가기만 하면 돼요. 언제 그랬냐는 듯 또 길이 열리더라고요.”

“장모님은 새벽기도와 철야기도, 매월 첫 3일은 나라와 민족을 위해 기도하신 ‘기도의 어머니’였어요. 장인은 기도와 더불어 자녀들을 축복하고, 격려하셨어요. 믿음을 유산으로 남겨주신 선조들의 신앙에 경의를 표하게 됩니다.” 사위 최관하 목사의 말이다.

이들은 상황이 어려울 때마다 굴하지 않고 기도와 눈물로 나아갔던 믿음의 선조들을 기억하며 영적으로 하나 된 가족으로 살겠다고 다짐했다.

오경삼 장로가 가족들의 이름과 기도제목이 기록된 노트를 들고 신앙전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뿌리에 하나 더

부모의 기도를 먹고 자란 자녀

한 인간의 삶에 가장 많은 영향을 주는 것은 가정의 행복이다. 이 행복감은 개인의 자존감을 높여준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학문적 수행이 더 우수하고, 심리적으로 잘 적응하며, 실패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적다. 포용력 인내심 대화기술 용기 협동심 정직 등도 건강한 가정생활을 통해 만들어진다.

부모가 신앙의 전수자로서 절대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신앙을 전수하기 위한 최적의 환경은 자녀와 함께 가정예배를 드리는 것이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모여 성경을 읽고 삶을 나누는 것이다. “너는 마음을 다하고 뜻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네 하나님 여호와를 사랑하라 오늘 내가 네게 명하는 이 말씀을 너는 마음에 새기고 네 자녀에게 부지런히 가르치며 집에 앉았을 때에든지 길을 갈 때에든지 누워 있을 때에든지 일어날 때에든지 이 말씀을 강론 할 것이며.”(신 6:5~7)

오경삼 장로는 부모의 기도를 먹고 자란 자녀는 4가지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첫째, 어려움이 생겨도 믿음으로 해결하려 하고 하나님께 기도하며 나아간다. 둘째, 흔들리는 10대의 성장통이 있을 수 있지만 결국 부모 기도의 열매를 보게 하신다. 셋째, 각 교회에서 헌신하는 자녀들로 성장한다. 넷째, 부모를 공경할 줄 알고 자녀를 사랑할 줄 아는 믿음의 계보가 이어진다. 무엇보다 하나님을 경외하는 참사랑을 실천하는 가정의 모습이 된다.

행복한 가정이 갖는 경쟁력은 말할 수 없이 크다. 이런 행복이 삶의 토양이 된다면 거친 세상을 헤쳐 나갈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살을 에는 추위와 포효하는 돌풍, 희박한 산소 등의 악조건을 극복하며 쉼 없이 인생을 등정할 수 있는 힘은 가정에서 나온다.

이지현 선임기자 jeeh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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