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살 남자 아이 L은 어린이집에 가면 친구들 장난감을 뺏고 마음대로 되지 않으면 친구를 밀쳐버리고 물기도 한다. 카페나 친구 집에 놀러 가서도 마찬가지다. 버릇을 고쳐 보려고 심하게 야단도 쳐보고 매도 들어 봤으나 소용이 없었다.

선생님에게 아이의 행동을 이야기 들을 때면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었다. 자신이 아이를 잘못 교육 시켰다며 비난이라도 하는 것 같아 견딜 수가 없었다. 친구 엄마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엄마가 아이 훈육을 못해서 그렇다는 비난을 들을 까봐 엄마들 앞에선 아이를 더욱 심하게 야단치곤 했다. 죄인처럼 굽실거리게 되어 굴욕감을 느끼면서도 엄마들의 모임에 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지 않으면 아이가 외톨이가 될 것 같았다.

평생 남한테 싫은 소리 들어 본 적 없이 살아온 엄마는 자신의 신세가 한심하기도 하고 서러웠다. 그래서 엄마들과 같이 키즈 카페나 공원에 데려 가서 친구들을 놀게 해주곤 하는 날이면 너무 긴장이 되고 집에 돌아와선 피곤이 밀려와 녹초가 되었다. 이런 상황은 만든 아이가 원망스러워 참았던 감정이 몰려와 욱하고 화를 아이에게 폭발하게 된다고 하였다. 그리곤 나중에 야단친 게 후회가 되어 아이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일이 반복되었다. 아이는 울면서 “다신 안그런다”고 매달리지만 행동은 점점 심해져만 갔다.

공격적인 아이를 둔 부모들이 흔하게 저지르는 실수이다. 엄마가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는 다면 아예 그런 곳에 안갈 수도 있는데 말이다. 다른 엄마들을 만나서 수다도 떨고 해소가 될 수 있다든지, 아이들 끼리 놀게 해주면서 조금이나마 시간 여유를 가질 수 있어서 아이가 힘들게 해도 감당할 수 있는 힘을 받는다면 몰라도.

비굴해지는 자신을 보며 화가 나고 아이에게 이런 화를 쏟아 붓고 다시 자책하며 제대로 된 훈육을 할 수 없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면 차라리 집이나 공원에서 아이와 조용하고 여유롭게 놀아 주는 편이 백배 낫다. 엄마는 다른 아이들과 함께 지내며 협동하고 자기 조절하는 경험을 해보면서 공격적으로 행동하는 습관을 고치겠다는 의도였을 터이지만 이런 경우 아이의 행동은 전혀 달라지지 않는다. 아이에겐 아직 몸에 맞지 않는 처방인거다.

아이가 때리는 행동은 안된다고 가르쳐야 하지만, 먼저 그 행동의 원인을 차분히 생각해 보고 그에 맞는 대책을 찾아야 한다. 5세 이전의 아이들은 아직 매우 자기 중심적이다. 정서 발달의 정도에 따라 개인차는 있지만 아직 상대의 감정을 헤아리기란 쉽지 않다. 욕구가 좌절되어 나오는 화를 말로 표현할 만큼의 언어도 발달 되지 않았다. 게다가 다소 충동적인 성향이 있는 아이들은 욕구가 제어하는 것이 유난히 힘들고, 생각보다는 행동이 먼저 나오게 된다. 5세 정도 까지는 전두엽의 기능이 완성되지 않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더욱 흔하다. 부모에게 너무 많은 규율과 규제를 받으며 과잉 통제를 받은 아이는 친구들을 통제하려 하는데, 마음대로 안 되면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때로는 공포감 때문에 공격적인 행동을 하기도 한다.

이 중 어떤 경우도 부모와의 애착관계가 무너진 상태에선 개선 될 수 없다. 아이는 사회성을 배우는 것 보다 먼저 부모에게 있는 그대로 수용되고 인정받는 경험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엄마가 편안하고 여유 있어야 한다. 엄마의 희생 만으로 될 일이 아니다.

이호분(연세누리 정신과 원장,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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