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홍준표’는 6·13 지방선거로 정치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그가 이끈 자유한국당은 선거 사상 최악의 참패를 할 것으로 예측됐다. 광역단체장 선거 출구조사에서 ‘14대 2’라는 일방적 스코어가 나왔다. 비참한 패배의 요인 중 하나는 바로 홍준표 대표였다.

홍 대표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러 차례 특유의 직설화법과 돌출행보로 끊임없이 화제의 중심에 섰다. 이슈를 몰고 다녔지만, 지방선거 판세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것이 당 안팎의 중론이다. “홍준표 미워서 한국당 못 찍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후보들의 ‘홍준표 패싱’ 현상에 당 대표이면서 지원유세를 한때 접어야 했다.

출구조사 결과가 개표 결과로 이어질 경우 그를 향한 책임론이 거세게 일 것으로 예상된다. 홍 대표는 이미 “패배할 경우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다. 정치권에선 당초 그가 대표직을 사퇴하더라도 전당대회에 다시 출마해 당권을 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출구조사 성적은 ‘재기 불능’ 수준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홍준표 대표는 지난해부터 6·13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 6곳을 승리하지 못하면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공언했다. ‘6’은 한국당이 장악하고 있던 광역단체가 6곳이어서 나온 숫자다. 자신의 사퇴로 공석이 된 경남지사와 부산·인천·대구·울산시장 및 경북지사를 의미하는 거였다. ‘현상 유지’를 목표로 설정해 배수진을 쳤던 것이다.

홍 대표는 지난해 9월 기자들과 오찬간담회를 갖고 “정치는 책임지는 것이다. 나는 당 대표를 오래 할 생각이나 미련이 없다. 당 대표는 월급도 안 주는데 뭐 하려고 오래 붙어 있느냐”면서 “광역 6곳을 지키지 못하면 사퇴하겠다”고 했다.

출구조사 결과 ‘6곳 수성’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한국당이 우세하다고 나온 광역단체는 대구와 경북뿐이었다. 부산 울산 경남 등 전통적 텃밭이 모두 민주당에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수도권과 충청·강원권도 전멸했다.

이런 결과를 초래한 원인 중 하나로 ‘홍준표의 입’을 꼽는 이들이 많다. 선거 기간 내내 계속된 ‘막말’ 논란이 유권자를 등 돌리게 했다는 것이다.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위장평화쇼’ 발언이 대표적 사례로 지적된다.

홍 대표는 지난 4월 27일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정치권이 한 목소리로 환영 입장을 냈을 때에도 “북핵 폐기는 한 마디도 꺼내지 못했다”며 깎아내렸다. 홍 대표는 이후에도 “북한 김정은과 우리 측 주사파 사이에 숨은 합의가 있다”는 등 남북 대화 기류에 대한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당내에서조차 “지나치게 민심과 괴리된 발언”이라는 우려가 컸다.

홍 대표는 지난달 초 경남 창원에서 열린 한국당 필승 결의대회에서 자신을 규탄하는 시위대를 보며 “창원에 빨갱이들이 많다. 성질 같아서는 두들겨 패버리고 싶은데”라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자신의 백의종군을 촉구한 정우택 전 원내대표를 향해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며 거칠게 비난했다.

홍 대표의 거친 발언이 연일 이슈가 되면서 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들 사이에서 홍 대표의 지원 유세를 피하는 ‘홍준표 패싱’ 기류가 확산됐다. 홍 대표는 지난 3일 돌연 유세 중단을 선언하면서 “내분보다는 내가 굴복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선거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5일 만에 “상황이 바뀌었다”며 유세를 재개했다. 유세 재개 첫날인 8일에도 “(사전투표에서) 교육감은 박선영 후보를 찍었다”는 발언으로 선거법 위반 논란에 휩싸였다.

홍 대표는 선거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조금씩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그는 지난 9일 부산 유세에서 자신의 막말 논란에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사과드린다. 막말 프레임에 갇히지 않도록 주의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변화’도 유권자의 마음을 돌리진 못한 듯하다. 유례없는 참패가 현실로 확정될 경우 한국당은 ‘홍준표 책임론’ ‘당 쇄신론’ ‘세대교체론’ 등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며 격랑에 휩싸일 가능성이 크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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