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14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대표직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지훈 기자 dak@kmib.co.kr

자유한국당은 6·13 지방선거에 앞서 첫 슬로건으로 ‘나라를 통째로 넘기시겠습니까’라는 물음을 던졌다. 이 질문은 두 달이 채 안 돼 평서문이 됐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14일 대표직에서 사퇴하며 “나라가 통째로 넘어갔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이날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오늘부로 당 대표직을 내려놓는다. 부디 한마음으로 단합하셔서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정당으로 거듭나기를 부탁드린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모두가 제 잘못이고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다”며 “국민 여러분들의 선택을 존중한다”고 덧붙였다.

전날 치러진 제7회 전국동시 지방선거 참패에 대해 책임지고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홍 대표는 이번 선거 결과를 자신의 재신임 경로로 삼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한 바 있다.

한국당은 보수정당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했다. 광역단체장 17곳 중 대구·경북 2곳에서만 승리했다. 한국당이 심판해 달라던 더불어민주당이 14곳을 가져갔고, 1곳은 원희룡 무소속 후보가 꿰찼다.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는 1석밖에 차지하지 못했고, 민주당에 11석을 내줬다.

홍 대표는 전날 출구조사 결과 발표 후에도 페이스북에 “출구조사가 사실이라면 우리는 참패한 것이다. 그 참패에 대한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며 “개표가 완료되면 내일 오후 거취를 밝히겠다”고 말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4월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지방선거 필승' 슬로건을 공개한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당은 지난 4월 25일 ‘나라를 통째로 넘기시겠습니까’를 선거 첫 번째 슬로건으로 확정했다. 문재인정부 집권 1년을 ‘사회주의 체제로의 전환’으로 규정하고 지방성거를 통해 이를 심판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위장평화쇼’ 등의 표현으로 거대한 흐름인 한반도 평화무드에까지 딴죽을 걸고, 여당에 대한 ‘무조건 반대’를 고수하다가 몰락을 자초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수야당의 쇄신을 기대하는 민심이 확인되면서 보수세력을 중심으로 정계개편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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