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이라고 하는 건 언제 개학을 하는지 알고 끝나고 나면 학교라든지 돌아가는 장소가 있잖아요. ‘결혼 방학’이라고 하는 휴혼도 마찬가지로 끝나고 나면 돌아갈 가정이 있는 거겠죠. 그런데 그 방학이 언제 끝날지는 저희 부부도 몰라요.”

서로 사랑해서 결혼을 했지만 가끔은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할 때도 있을 겁니다. 서로에게 너무 지쳐버렸다면 결혼 생활에도 잠시 ‘방학’이란 게 필요할지 모르죠. 헤어짐이 아닌, 더 나은 결혼 생활을 위해 남편과 ‘결혼 방학’을 갖기로 한 여성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한 아이를 키우고 있는 결혼 6년 차에 휴혼 9개월 차인 박시현이라고 하고요.”

Q. 왜 휴혼을 결정하게 됐나요?
“우선은 라이프스타일이 다른 게 제일 컸고, 특히 우리 남편은 되게 완벽주의자여서 본인이 정해놓은 틀을 조금만 벗어나도 ‘어? 땡!’ 집에 있으면 저도 모르게 눈치 보고. 부부싸움을 진짜 많이 했었거든요.”


“4살이었던 아들이 처음에는 엄마아빠가 싸우니까 울면서 싸우지 말라고 한다거나, 안긴다거나 그랬는데 어느 순간 그냥 자기 침대에 누워서 이렇게 쳐다보다가 잠이 드는 거예요. 엄마아빠의 싸움에 적응한 듯한 모습이 되게 충격적이었어요. ‘아, 아이에게 너무 정서적으로 안 좋은 것 같으니까 그냥 헤어지자.’”

Q. 휴혼과 별거는 어떻게 다른가요?
“별거는 관계를 단절시킨 채 사는 게 별거인 것 같고, 휴혼 같은 경우에는 지속적인 교류. 저희 부부가 (휴혼을) 정의한 건 재결합을 목적으로 한 하나의 휴식 기간이었던 걸로 생각을 했었고, (휴혼의 기준이) 세 가지가 있었어요.”


“①아이에 대한 문제는 1순위로 둘 것. ②그리고 이성 문제 만들지 말 것. ③떨어져 있는 동안에 각자의 가치라든지 그런 거를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질 것. 부부의 기능적인, 정서적인 관계는 그대로 유지를 하되, 생활만 분리시켰던 거예요.”

Q. 주위 사람들 반응은 어땠나요?
“휴혼이라고 하는 개념을 주변 사람들이 이해를 못 했어요. 특히 저는 시부모님한테는 연락을 드리지도 못했고, 친정엄마는 부산에 사시는데 제가 남편이랑 떨어져 살 것 같다는 얘기를 듣고 그 날 바로 운전해서 올라오셔가지고 엄청 많이 혼났어요. 근데 이제 휴혼 9개월 차인데, 이제는 이해를 하고 '아, 저렇게 살 수도 있겠구나.' 이제 이렇게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Q. 휴혼 이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결혼 생활을 5년 거치다 보니까 혼자 있는 시간이 너무나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된 거예요. 그래서 언제 다시 제가 온전한 세 식구가 사는 가정으로 돌아갈지는 모르겠는데 혼자 있는 시간 동안에 하고 싶었던 거를 다 이뤄야겠다는 생각에 엄청 열심히 살게 되는 거죠.”


“그래서 책도 쓰게 되고, 유튜브도 이제 시작을…. 그리고 제 생활을 제가 꾸리다 보니까 가장으로서의 무게를 많이 느껴요. 독립을 하다 보니까 세상을 보는 시야 같은 것들이 조금 더 넓어진 것 같아요.”

Q. 휴혼 후에 아이의 반응은 어땠나요?
“시어머니가 남편이랑 합가를 해서 아이를 보살펴주고 계시는데 아이가 문득문득 할머니한테 ‘할머니는 왜 집에 안 가?’, ‘엄마는 왜 없어?’ 이렇게 막 물어봤다는 거예요. 따로 사는 과정에서 또 다른 트라우마라든지 상처가 아이에게 있을 수도 있겠다라는 걸 최근에 안 거죠.”


“그런데 (휴혼) 6~7개월째 됐을 때 세 명이서 처음으로 여행을 가면서부터 아이가 급격하게 정서적으로 안정됐다는 걸 느꼈거든요. 그래서 ‘아, 아이도 적응하는 나름의 시간이 있었겠다.' 이런 생각이 드는 요즘….”

그런데 시현씨, 연애나 결혼에 얽매이고 싶지 않은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결혼을 하든 안 하든 너무 상대에게 귀속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연애든 결혼이든 내가 생활의 중심이 되어야 외부의 상황에 흔들리지 않는 힘이 생기는 것 같고. 어떤 여성들은 사회생활이 너무 힘들다 보니까 남편의 월급으로 생활하고 본인은 가정주부로 살고 싶어 하는 여성들이 여전히 많아요. 그런데 그런 생활을 하다 보면 자립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쳐버려요. 월 50만 원이든 100만 원이든 150만 원이든 내가 내 힘으로 벌어야 되는 경제적인 노동자로서의 주체는 분명히 가지라고 꼭 말씀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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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예은 인턴기자, 제작=유승희 0705ky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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