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 뉴시스

2018 러시아월드컵 16강 대진표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본선 진출 32개국 중 6개국은 조별리그 2차전에서 16강 진출을 확정했다. 대진표에 남은 자리는 이제 열 개.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된 8개국을 제외하고 나머지 18개국은 16강 진출을 위한 경우의 수를 헤아리고 있다.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나라가 치명적인 실수 한 번으로 탈락할 수 있다. 자력 진출이 불가능한 나라도 희박한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 수 있다. 한국의 경우 2패를 기록한 나라 중 유일하게 탈락을 확정하지 않았다. 실낱같은 16강 진출 가능성을 안고 마지막 승부를 준비하고 있다.

조별리그 3차전은 25일부터 같은 조 경기를 동시간에 진행하는 방식으로 변경된다. 승부조작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그렇게 2개 조에서 2경기씩 매일 4경기가 열리고, 각조의 최종 순위가 확정된다. 각조 1·2위는 16강으로 진출할 수 있다.

러시아와 A조 2차전 패배로 조별리그 탈락을 확정하고 고개를 숙인 채 그라운드에서 나가는 이집트 공격수 모하메드 살라. 신화뉴시스

A조: 두 경기 만에 눈물 흘린 ‘이집트 왕자’

개최국 러시아는 조별리그 2차전까지 가장 많은 골을 넣은 나라 중 하나다. 8골을 터뜨려 잉글랜드·벨기에와 함께 팀 득점 공동 선두를 달리고 있다. 화끈한 공격축구의 동력은 단연 안방 관중의 일방적인 응원이다. 2010 남아공월드컵을 제외하고 나머지 모든 대회에서 이뤄진 ‘개최국의 조별리그 통과’ 전통도 그렇게 이어갈 수 있었다. 러시아와 우루과이는 나란히 2전 전승으로 본선 진출 32개국 중 가장 먼저 16강에 선착했다. 이날 밤 11시(이하 한국시간) 사마라 아레나에서 느긋한 마음으로 조별리그 최종 3차전을 갖는다. 이집트·사우디아라비아는 2패로 탈락을 확정했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기대를 받았던 ‘이집트 왕자’ 모하메드 살라(리버풀)는 두 경기 만에 16강 도전이 좌절됐다. 러시아와 2차전(1대 3 패)에서 0-3으로 뒤진 후반 28분 페널티킥으로 터뜨린 월드컵 데뷔골은 그나마 위안거리가 됐다.

1위 러시아 2승(승점 6·득점 8·실점 1) 16강
2위 우루과이 2승(승점 6·득점 2·실점 0) 16강
3위 이집트 2패(승점 0·득점 1·실점 4) 탈락
4위 사우디아라비아 2패(승점 0·득점 2·실점 6) 탈락

모로코와 B조 2차전에서 결승골을 넣고 특유의 세리머니를 하는 포르투갈 공격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AP뉴시스

B조: 이란의 ‘방패’ 앞에 선 호날두

포르투갈 공격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는 생애 마지막일지 모를 월드컵에서 슈퍼스타의 면모를 여지없이 발휘하고 있다. 스페인과 1차전에서 해트트릭을 달성해 3대 3 무승부를 이끌었고, 모로코와 2차전(1대 0 승)에서 결승골을 터뜨렸다. 지금까지 4골을 수확해 잉글랜드 공격수 해리 케인(토트넘 홋스퍼·5골)에 이어 득점 부문 공동 2위를 달리고 있다. 26일 새벽 3시 모르도비아 아레나에서 킥오프하는 이란과 3차전을 앞두고 다시 득점포를 장전하고 있다. 포르투갈은 이 경기에서 비기기만 해도 16강에 진출할 수 있다. 패배할 경우 조별리그에서 탈락한다. 이 경우 호날두의 골러시는 조별리그에서 끝난다. 이란이 선제골을 넣고 시간을 지연하는, 이른바 ‘침대축구’를 구사하면 불가능한 얘기도 아니다. 다른 3차전에서는 스페인이 이미 탈락을 확정한 모로코와 싸운다. 스페인의 16강 진출이 유력하다.

공동 1위 스페인·포르투갈 1승1무(승점 4·득점 4·실점 3)
3위 이란 1승1패(승점 3·득점 1·실점 1)
4위 모로코 2패(승점 0·득점 0·실점 2) 탈락


‘사커루’ 호주 축구대표팀 선수들. 신화뉴시스

C조: 프랑스 승전보 기다리는 호주

프랑스는 호주, 페루를 연달아 잡고 C조에서 16강 진출을 가장 먼저 확정했다. 덴마크와 호주는 남은 한 장의 16강 진출권을 놓고 경쟁한다. 유리한 쪽은 호주보다 승점 3점을 더 수확한 덴마크다. 덴마크는 26일 밤 11시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프랑스와 비기기만 해도 16강에 진출한다. 호주는 스스로 운명을 결정할 수 없다. 같은 시간 덴마크를 골 득실차로 따돌릴 수 있을 만큼 충분한 골을 넣고 페루를 이겨야 한다. 자국의 승리만큼 중요한 16강 진출 요건은 프랑스의 승전보다. 이미 탈락을 확정한 페루가 자존심 회복을 위해 호주의 ‘고춧가루 부대’로 나설지도 C조 3차전의 관전 포인트다.

1위 프랑스 2승(승점 6·득점 3·실점 1) 16강
2위 덴마크 1승1무(승점 4·득점 2·실점 1)
3위 호주 1무1패(승점 1·득점 2·실점 3)
4위 페루 2패(승점 0·득점 0·실점 2) 탈락

아르헨티나 공격수 리오넬 메시가 24일(현지시간) 러시아 브로니치에서 대표팀 훈련 중 밝게 웃고 있다. AP뉴시스

D조: 부활 준비하는 메시

아르헨티나는 D조 1위를 넘어 우승후보로 거론됐던 나라다. 리오넬 메시(FC바르셀로나) 세르히오 아구에로(맨체스터시티) 곤살로 이과인(유벤투스) 앙헬 디 마리아(파리 생제르맹)로 무장한 공격진은 세계 최고로 평가된다. 월드컵 통산 2회 우승국이면서 2014 브라질월드컵 준우승을 차지한 전통의 강호다. 하지만 조별리그 2차전까지 단 1승도 수확하지 못하고 4위로 밀렸다. 메시는 한 골도 넣지 못했다. 아르헨티나의 자력 16강 진출은 무산됐다. 우선 27일 오전 3시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타디움에서 나이지리아에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 이 경우에서 아이슬란드가 같은 시간 크로아티아를 이기면 아르헨티나와 골 득실차를 계산해 16강 진출국을 결정하게 된다. 현재 아이슬란드는 1무1패(승점 1·골 -2)로, 전적이 같은 아르헨티나(승점 1·골 -3)를 골 득실차로 앞서고 있다. 전력만 놓고 보면 아이슬란드의 3차전 패배 가능성이 높다. 아르헨티나는 나이지리아만 이기면 16강 진출 가능성을 어느 정도 끌어올릴 수 있다. D조에서는 크로아티아의 16강 진출만 확정됐다.

1위 크로아티아 2승(승점 6·득점 5·실점 0) 16강
2위 나이지리아 1승1패(승점 3·득점 2·실점 2)
3위 아이슬란드 1무1패(승점 1·득점 1·실점 3)
4위 아르헨티나 1무1패(승점 1·득점 1·실점 4)

코스타리카와 E조 2차전에서 추가골을 넣고 환호하는 브라질 공격수 네이마르. AP뉴시스

E조: 한국 기적적 16강 달성하면 만날 상대는?

한국이 속한 F조의 16강 진출국은 토너먼트 대진표에서 E조와 묶인다. F조 1위는 E조 2위, F조 2위는 E조 1위와 대결한다. 한국이 기적적으로 16강에 진출하면 F조 2위에 오르게 되고, 이 경우 E조 1위와 대결한다. E조에서는 지금 브라질, 스위스가 1위 경쟁을 벌이고 있다. 변수는 3위 세르비아다. 브라질은 28일 새벽 3시 모스크바 스파르타크 스타디움에서 세르비아를 상대로 3차전을 갖는다. 이 경기에서 세르비아가 승리하는 이변을 연출하면 브라질은 조별리그에서 탈락한다. 세르비아는 브라질과 비기는 경우에서 같은 시간 스위스가 코스타리카에 2골 차이로 지면 16강에 오를 수 있다. 스위스는 코스타리카보다 전력에서 앞선다. 세르비아의 입장에선 스위스의 패배를 기다리는 요행보다 브라질을 상대로 승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게 16강에 더 가까이 다가서는 방법으로 볼 수 있다.

1위 브라질 1승1무(승점 4·득점 3·실점 1)
2위 스위스 1승1무(승점 4·득점 3·실점 2)
3위 세르비아 1승1패(승점 3·득점 2·실점 2)
4위 코스타리카 2패(승점 0·득점 0·실점 3) 탈락

멕시코와 F조 2차전에서 패배한 뒤 눈물을 쏟은 동료 황희찬을 다독이는 한국 공격수 손흥민. AP뉴시스

F조: 승점 0점으로 16강에 도전하는 한국

한국은 16강 진출에 도전하는 18개국 중 유일하게 승점을 쌓지 못했다. 조기 탈락을 면했지만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할 수는 없다. 16강 진출을 위해서는 기적에 가까운 상황이 벌어져야 한다. 27일 밤 11시 카잔 아레나에서 독일을 이기고, 같은 시간 예카테린부르크 아레나에서 스웨덴과 대결하는 멕시코의 승전보를 기다려야 한다. 이 경우에서 멕시코는 3승으로 F조 1위를 차지한다. 한국·독일·스웨덴은 모두 1승2패를 기록하고, 골 득실차를 통해 2위를 가린다. 한국은 독일을 2골 이상의 차이로 이기면 16강으로 진출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은 가능성이다. 독일은 16강 진출을 결정하는 중요한 일전에서 승리를 헌납할 만큼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다. 스웨덴과 비기기만 해도 1위를 확정하는 멕시코가 3전 전승을 목표로 삼고 있을지도 미지수다.

1위 멕시코 2승(승점 6·득점 3·실점 1)
2위 독일 1승1패(승점 3·득점 2·실점 2)
3위 스웨덴 1승1패(승점 3·득점 2·실점 2)
4위 한국 2패(승점 0·득점 1·실점 3)

파나마와 G조 2차전에서 해트트릭을 달성하고 주먹을 불끈 쥔 잉글랜드 공격수 해리 케인. AP뉴시스

G조: 두 프리미어리거 케인·루카쿠 합계 9골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두 스트라이커는 G조를 넘어 월드컵 전체 판세를 흔들고 있다. 케인과 벨기에의 로멜로 루카쿠(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케인은 2017-2018 프리미어리그에서 30골로, 살라(32골)에 이어 득점 부문 2위에 올랐다. 루카쿠는 16골로 6위를 차지했다. 케인과 루카쿠가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까지 기록한 득점은 9골. 본선 진출 32개국 선수들이 조별리그 2차전까지 쌓은 득점은 모두 85골이다. 전체 득점의 10%가 케인·루카쿠의 머리와 발로 작성된 셈이다. 케인은 5골로 월드컵 득점 부문 선두를 달리고 있다. 루카쿠는 4골로 호날두와 함께 공동 2위에서 케인을 뒤쫓고 있다. 잉글랜드와 벨기에는 이들을 앞세워 먼저 2승을 쌓고 16강 진출을 확정했다. 양국은 29일 오전 3시 칼리닌그라드 스타디움에서 3차전 맞대결을 통해 순위를 결정한다. 같은 조에서 탈락을 확정한 튀니지, 파나마는 이들의 먹잇감이 되고 말았다. 펠리페 발로이(무니시팔)는 잉글랜드에 1대 6으로 대패한 2차전에서 파나마의 월드컵 본선 첫 골을 기록했다.

공동 1위 잉글랜드·벨기에 2승(승점 6·득점 8·실점 2) 16강
3위 튀니지 2패(승점 0·득점 3·실점 7) 탈락
4위 파나마 2패(승점 0·득점 1·실점 9) 탈락

콜롬비아와 H조 2차전에서 허탈한 표정으로 그라운드에 앉은 폴란드 공격수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AP뉴시스

H조: 알고 보니 톱시드 폴란드가 최약체

H조는 혼란에 빠졌다. 톱시드 국가인 폴란드는 가장 먼저 탈락했고, 최약체로 평가됐던 일본이 뜻밖의 선전으로 세네갈과 함께 공동 1위를 질주하고 있다. 16강 진출을 낙관했던 콜롬비아도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 혼돈 그 자체다. 일본은 당초 H조 최약체로 평가됐지만 콜롬비아·세네갈을 상대로 2골씩 넣는 화력을 선보이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폴란드는 독일, 브라질, 포르투갈, 아르헨티나, 벨기에, 프랑스, 개최국 러시아와 함께 톱시드로 분류됐지만 가장 먼저 탈락하는 수모를 당했다. 28일 밤 11시 볼고그라드 아레나에서 일본과 갖는 3차전을 통해 자존심을 회복할 마지막 기회를 갖는다. 폴란드가 이기면 일본은 탈락할 위험에 놓인다. 이 경우에서 콜롬비아는 같은 시간 세네갈과 비기기만 해도 16강으로 진출할 수 있다. 세네갈은 1승2무(승점 5)로 1위, 콜롬비아는 1승1무1패(승점 4)에서 승점이 같은 일본을 골 득실차로 따돌릴 수 있다. 콜롬비아의 현재 골 득실차는 +2골로 일본보다 앞서고 있다. 다만 일본은 폴란드와 비기기만 해도 16강으로 넘어갈 수 있다. 이 경우에서 일본은 승점을 최소 5점, 많게는 7점으로 늘린다. 세네갈과 콜롬비아 중 패자보다 어떤 경우에서든 승점으로 앞서게 된다. 세네갈과 콜롬비아가 비기는 경우에서 일본은 득점 상황에 따라 H조 1위에 오를 수도 있다.

공동 1위 일본·세네갈 1승1무(승점 4·득점 4·실점 3)
3위 콜롬비아 1승1패(승점 3·득점 4·실점 2)
4위 폴란드 2패(승점 0·득점 1·실점 5) 탈락

국민일보 더피플피디아: 2018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

더피플피디아는 국민(The People)과 백과사전(Encyclopedia)을 합성한 말입니다. 문헌과 언론 보도, 또는 관련자의 말과 경험을 통해 확인한 내용을 백과사전처럼 자료로 축적하는 비정기 연재입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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