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0년대 초 주미 대한제국공사관. 문화재청 제공

지난달 22일 문을 연 주미 대한제국공사관은 102년 동안 우리의 것이 아니었다. 1910년 한일 합병 직후 단돈 5달러에 일제에 빼앗긴 뒤 주인이 수차례 바뀌는 수난을 겪었다. 문화재청은 2012년 10월 ‘망국의 한’이 담긴 이 건물을 환수하는데 성공했다. 우여곡절이 많았다. 건물주가 가격을 일부러 높여 부르는 등 매입이 무산될 위기도 있었다. 이때 현대카드는 해외 부동산 계약 경험을 바탕으로 정부와 소유주간 협상을 조율했고 부동산 수수료 3억원도 대신 부담했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 관계자는 “정부나 현지 교민이 수차례 시도해도 안됐었지만 역사적 자산이 기억 속에서 잊히면 안 된다고 생각한 현대카드의 도움으로 공사관을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은 적지 않다. 그러나 일부 시민들이 기업의 선행을 불편해 하는 이유는 ‘홍보용’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업이 알리지 않았거나 진정성이 느껴졌던 선행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유니세프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한국컴패션 등 복지단체와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 부처, 중견기업연합회 등에 문의했다.


화장품 브랜드 라라베시는 2016년부터 저소득층 소녀들에게 수분크림을 선물하고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관계자는 “당시 생리대 살 돈이 없어서 깔창으로 대신했다는 ‘생리대 깔창’ 사건을 보면서 기부를 결정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기본적인 욕구도 충족시키지 못하는 저소득층 소녀들도 분명 예뻐지고 싶은 욕구가 있을 거라는 생각에서다. 라라베시는 따로 협약을 맺은 것도 아닌데 매년 연말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을 통해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크림 1000개씩을 선물하고 있다. 재단 관계자는 “아이들에게 기부하기 위해서라도 좋은 제품을 만들자는 분위기가 회사 내에 있었다”고 귀띔했다.

중고컴퓨터 재생업체 피플앤컴을 추천한 곳도 있었다. 피플앤컴은 저소득층 노인이나 아이들이 사는 복지시설 300여 곳에 컴퓨터를 나눠주고 있다. 이제 5년밖에 안된 회사지만 이렇게 나눈 컴퓨터가 벌써 2000대를 넘는다. 한국생산성본부 관계자는 “피플앤컴은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선 어려운 이들의 정보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고 믿는 회사”라고 설명했다.

소외계층 화장실 개보수 사업을 진행하는 매일식품, 검정고시를 준비 중인 학생들에게 온라인 수강권과 교제를 지원하는 에듀윌 등을 추천한 복지단체도 있었다.


의도치 않게 기업의 선행이 알려지는 경우도 있다. 2016년 1월 한 대기업을 칭찬하는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왔다. 작성자는 “회사에서 복지시설에 전자제품을 기부하려는데 시설 관계자가 ‘기왕이면 LG제품으로 기부해 달라더라”면서 글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LG제품을 고집하는 이유를 묻자 ’LG는 복지시설에 설치된 제품을 무제한 무료로 서비스해준다’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적었다. 이 글이 확산되면서 2004년에 시작된 LG전자의 ‘사회적 약자 배려 서비스’는 12년 만에 알려졌다.

이에 대해 현대카드 관계자는 “회사가 가진 재능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건 기업의 당연한 책무라고 생각한다”며 말을 아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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