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페널티킥이 선언되자 주심에게 항의해보는 카를로스 산체스. AP뉴시스

콜롬비아의 미드필더 카를로스 산체스(RCD 에스파뇰)는 지금쯤 두려움에 떨고 있을까.

콜롬비아는 4일 오전 3시(한국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 위치한 스파르타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16강전에서 잉글랜드를 상대로 1대1 무승부로 연장에 돌입했고, 이후 승부차기에서 4대 3으로 패했다. 산체스가 페널티킥을 내준 것이 발목을 잡았다.

잉글랜드는 후반 9분, 코너킥 상황에서 산체스가 거친 몸싸움으로 파울이 선언되며 해리케인에게 페널티킥을 내줬다. 산체스는 동료들과 함께 심판에게 약 2분 간 거세게 항의했으나 마크 가이거 주심은 VAR로 확인도 하지 않고 단호하게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이후 케인은 오른발 슈팅으로 골대 정중앙에 꽂아 넣는 과감함을 선보이며 깔끔하게 페널티킥을 성공시켰다.

산체스의 실책으로 뜻하지 않은 실점을 당한 콜롬비아는 나쁘지 않은 흐름을 이어가던 가운데 분위기에 완전히 찬물을 끼얹게 됐다. 에이스인 하메스 로드리게스가 부상으로 결장함에 따라 수비라인을 낮게 형성하여 중앙 밀집형태의 강력한 수비로 역습 찬스를 노렸던 콜롬비아였다. 하지만 골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에 직면하자 수비부담을 안고 라인을 올려 공격적인 경기 운영을 계속해야했다.

다행히 후반 종료 직전 예리 미나가 극적 동점골을 넣으며 승부차기까지 가는 치열한 공방까지 이어갔으나 산체스의 파울이 없었다면 콜롬비아가 승리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던 경기였다. 게다가 산체스는 이번 대회 두 번째 페널티킥 헌납이었다.

산체스는 지난달 19일 일본전에서 전반 3분 만에 카가와 신지의 슈팅을 손으로 막아내며 퇴장을 당한 바 있다. 콜롬비아는 페널티킥을 내준데다 수적 열세까지 놓여 결국 1대2로 패해 첫 단추를 잘못 꿰고 말았다. 경기가 끝난 후 산체스의 공식 SNS 계정에는 그의 행동을 비난하는 글들이 폭줒하기 시작했다. 특히 한 남성은 총기를 올린 사진과 함께 “콜롬비아에 돌아오지 말라. 너에게는 죽음이 기다리고 있다”며 “24시간 안에 가족을 대피시키지 않으면 후회하게 될 것”이라는 살해 협박 글까지 올렸다.

산체스는 경기 하루 전 FIFA TV 방송에서 “16강전은 조별예선과 달리 죽거나 죽임을 당하거나”라며 각오를 드러낸 바 있다. 당시 그는 “우리는 우리만의 무기가 있고 누구든 상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상대방을 존중하지만 불안감이나 두려움은 없다”고 강한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다. 하지만 결국 자신의 실책이 조국의 발목을 잡고 말았다.

현재 산체스는 패배의 원흉으로 지목되며 콜롬비아 국민들로부터 도 넘은 비난을 받고 있다. 콜롬비아는 지난 1994년 미국 월드컵 당시 자책골을 넣은 안드레스 에스코바르가 월드컵 이후 한 술집에서 총격을 맞고 사망하는 비극적인 사건이 있었다. 절대 이러한 비극이 축구계에 다시 반복되서는 안되겠지만 앞선 선례와 콜롬비아의 광적인 축구 열기가 산체스의 안위를 걱정케 하고 있다.

송태화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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