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절 부상을 입어 몸 고정용 석고 또는 플라스틱 깁스를 해본 사람은 안다. 해체하기까지 짧게는 보름에서 길게는 몇 달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지….

가장 괴로운 것은 가려울 때 긁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손끝으로 가려운 곳을 살짝 누르기만 해도 시원할 것 같은데, 두꺼운 석고나 플라스틱 깁스 속에 갇힌 피부에 접근할 수가 없어서다.

깁스의 이런 고정관념을 깨는 신개념 깁스가 등장했다. 이른바 개방형(망사형) 깁스 ‘오픈캐스트’(사진)다.

의료용 캐스트, 수질오염 감시 장치 등 의료기기 개발 전문 벤처기업 오픈엠(대표 박종칠)이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한 깁스다.

오픈엠 관계자는 “중소기업청, 중소기업진흥공단, 연구개발 특구 진흥재단, 대전 테크노파크 등의 지원으로 2009년부터 10여 년간 30억 원을 들여 원천기술 개발에 성공했다”며 “한국을 비롯해 8개국에 12건의 특허 등록까지 마친 상태”라고 전했다.

오픈캐스트는 골절부상 소아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국내 임상연구 결과 석고나 플리스틱 소재로 맞추는 기존의 폐쇄형 깁스에 못지않은 고정력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필요에 따라 탈·장착까지 가능해 사용 시 불편함이나 부작용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되레 샤워는 물론 심지어 수영 등 물놀이도 가능했다.

계명대 동산의료원 소아정형외과 이시욱 교수 연구팀이 3세 이상 17세 미만 소아 상지 골절 환자 78명을 대상으로 오픈캐스트와 기존 플라스틱 캐스트(일명 플라스틱 붕대)의 골절 유합, 상지 기능 등에 대해 비교 평가한 결과다.

골절이나 인대의 심각한 손상을 당했을 때, 혹은 신체의 고정이 필요할 경우 치료과정에서 반드시 수반되는 것이 깁스(캐스트)이다. 기존의 깁스는 해당 부위를 두껍게 압박해 무겁고 답답한 데다 깁스 부위를 제대로 씻을 수 없다.

가렵고 악취가 생기는 등의 기본적인 한계점 외에 피부 욕창 발생과 깁스를 풀 때 절단 톱에 의해 화상과 상처가 생길 수도 있다. 소아 환자들이 절단 톱에서 느끼는 청각적·시각적·심리적 공포감 또한 기존 깁스의 단점이다. 의료진이 중간 점검을 할 때도 기존 깁스는 절단한 뒤 새로 깁스를 해야 한다.

하지만 오픈캐스트는 탈·부착이 가능해 조정 후 그대로 사용하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원천봉쇄 된다. 특허를 받은 특수 소재가 그물망 구조 안에 들어가 있어 80~90도로 가열하면 부드럽게 변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물에 젖지 않아 착용한 상태에서 목욕도 가능하며 열었다 다시 착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또 의료진이 골절 정도의 중간 점검을 할 때도 기존 캐스트는 절단을 한 뒤 새로운 캐스트를 다시 부착해야 하지만, 오픈캐스트는 필요에 따라 탈·부착이 가능해 언제든지 재사용이 가능하다. 따라서 의료영상 촬영이나 재활치료 같은 것도 용이하다.

골절이나 심각한 염좌, 인대 손상 등의 치료를 위해 깁스를 한 환자들은 짧게는 2~3주에서 길에는 1~2개월까지 캐스트(깁스) 속에서 신체 부상 부위가 꽁꽁 둘러싸여 있어야 한다.

오픈캐스트는 그물 구조여서 육안으로 피부 상태를 확인할 수 있으며, 땀 증발이 용이하고, 기존 석고 또는 플라스틱 캐스트 착용 시 발생하는 냄새·가려움·갑갑함·피부말썽 등이 생기지 않는다.

실제 오픈캐스트는 이 교수 연구팀의 임상시험 연구에서 기존 플라스틱 깁스에 비해 성능이 조금도 뒤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오픈캐스트는 환자의 피부상태에 대한 모니터링이 가능하고, 통기성이 우수하고 샤워가 가능한 장점이 있었다.

이 교수는 “향후에는 깊이 있는 삶의 질 문제를 포함한 뇌혈관 질환에 의한 경직 및 구축의 재활 치료재료, 2차 합병증이 유발되는 당뇨족 환자의 골절 치료재료, 피부트러블 또는 아토피 질병을 가진 대상자들의 골절 치료재료로 적응증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오픈엠은 현재 오픈캐스트를 건강보험 급여대상에 포함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기존 깁스의 경우 환자 본인부담금이 2~5만원이지만 오픈캐스트는 아직 비(非)급여 품목이어서 12만~20만 원을 환자 측이 전액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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