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 열흘 만에 기적같은 생존 소식이 전해진 ‘태국 동굴소년’들의 모습이 영상을 통해 공개됐다. 소년들은 세상과 단절된 극도의 공포 속에서도 의연한 모습을 보여 또 한번 전 세계에 감동을 안기고 있다고 미국 CNN방송이 3일(현지시간) 전했다.

◇종유석 물로 버틴 열흘…영상에선 “건강히 잘 지낸다”

태국 유소년 축구팀 선수 12명과 코치 등 13명은 지난달 23일 치앙라이주의 총 연장 10㎞인 탐 루앙 동굴 탐사에 나섰다가 실종됐다. 우기에 쏟아진 비로 물이 불어나면서 꼼짝없이 갇혔던 이들은 지난 2일 영국 잠수부들에 의해 극적으로 발견됐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들은 동굴 종유석에 맺힌 물방울을 마시며 열흘을 버틴 것으로 알려졌다. 축구팀 코치는 아이들이 불필요한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도록 움직임을 자제하라고 지도했다.

태국 해군 특수부대가 공개한 영상을 보면 소년들은 열흘 간의 고통을 말해주듯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잠수부들이 이들을 발견했을 당시 소년들은 비쩍 마른 외형에 바위에 웅크린 모습이었다.

하지만 소년들은 가족들을 비롯해 전 세계에 전달된 영상 메시지에서 긍정적인 희망을 잃지 않았다. 보온을 위해 구호용 담요를 두른 소년들은 “자기소개를 해달라”고 하자 한 명씩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 채 감사인사를 전하면서 “건강히 잘 지내고 있다”고 했다. 태국 해군은 소년들에게 먹을 것을 전달했고, 군의관의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 “함께 있다는 것, 심리적 충격 완화에 도움”

영국 BBC방송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소년들의 의연한 태도가 ‘팀’으로서의 멤버십을 공유한 데서 나온 것이라고 보도했다. ‘축구팀’으로서의 결속력과 서로에 대한 믿음이 극한의 공포 속에서도 정신적 충격으로부터 보호해줄 수 있는 방어막을 형성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리치몬드대의 도넬슨 포사이스 교수는 “과거 사례를 보면 재난적 상황에서 단체에 속한 이들의 생존율이 높았다”며 “그룹의 경우 생존에 필요한 각종 자원들을 조직하고 결합해내기가 상대적으로 쉽기 때문”이라고 BBC에 말했다.

전문가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린 소년들의 트라우마를 방지하기 위해 구조활동 과정에서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상세하게 설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구조 과정에서 소년들이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장기적으로 트라우마를 유발할 위험이 있다는 설명이다.



◇쉽지 않은 동굴 탈출 ‘첩첩산중’

태국 정부는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소년들을 탈출시킬 방법을 고민중이지만 여러 정황을 감안하면 이들이 당장 빠져나오기는 어렵다. 소년들이 발견된 ‘파타야 비치’ 부근은 동굴 입구에서 무려 5~6㎞나 떨어진 곳이다. 동굴 내부에 많은 물이 고여있는데다 최근 시작된 우기로 언제다시 물이 불어날지 예상하기 어려운 점도 구조 난관으로 꼽힌다. 이 동굴은 9~10월까지 우기가 지속되는 곳이다. 잠수 경험이 전무한 소년들이 한 치 앞도 보기 어려운 좁은 통로를 빠져나오기 어렵다는 점도 당국으로서는 고민스런 대목이다.

우기가 끝날 때를 대비해 배수작업을 한다고 해도 4개월을 기다려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태국 정부는 현재 4개월치의 식량 공급과 잠수훈련을 시행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조가 장기 지연될 경우 어린 소년들의 체력과 건강, 정신적 문제 등에 대한 문제들이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고 매체는 전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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