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주윤정 박사가 4일 발달장애인 문화예술 네트워크 발족식에서 '장애예술과 문화예술정책'을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 정창교 기자

4일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가 주최한 포럼에서 서울 마포구의 발달장애인 청년예술가 사례에 대한 이야기가 거론된 가운데 백태영(앞줄 오른쪽 2번째) 문화체육관광부 예술정책과 주무관이 의견을 경청하고 있다. 정창교 기자

발달장애인 문화예술 활동실태에 대해 정병은 박사가 4일 서울대 농석회의실 220동 533호에서 개최된 발달장애인 문화예술 네트워크 발족식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정창교 기자

장애자녀를 둔 어머니이자 특수교육 전문가인 이경아 박사가 경기도 이천에 재단법인 형태로 추진 중인 발달장애인 공동체 마을의 청사진이 4일 공개돼 관심을 끌고 있다. 이경아 박사 제공



발달장애인 청년예술가 양성과 장애 예술인 창작 활성화를 위한 ‘발달장애인 문화예술 네트워크’가 4일 서울대에서 발족했다.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주윤정 박사는 ‘장애예술과 문화예술정책’이라는 제목의 기조연설을 통해 “문재인 정부의 장애인 예술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발달장애인들에게 문화예술 참여기회 제공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고민해야할 시점”이라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예술로 어울려 사는 사회를 위해 사회 포용(social inclusion)적인 장애인 예술모델이 수립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를 위해 청년예술가 양성이 기존의 사회적 약자 개념보다는 사회의 다양성에 기여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다양한 주체의 문화적 시민권과 사회적 포용이 구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주 박사는 “장애영역을 사회적 약자로 파악할 때는 ‘마이너리티’라는 한계가 분명하다”며 “‘약자’ 개념을 넘어서서 사회의 다양성에 기여해야 인간에 대한 다양한 이해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정병은 박사는 “5년전 자폐2급인 자녀가 ‘몸짓과 소리’라는 단체를 통해 주1회 집에 찾아오는 강사를 통해 클라리넷 무료 레슨을 받은 적이 있다”며 “중고교에 재학 중인 장애학생 543명에게 설문조사를 해보니까 글쓰기와 책일기를 많이 한다는 응답이 나왔지만 만족도에서는 드럼 낸스 영화촬영 등에서 높게 나왔다”고 소개했다.

정 박사는 “발달장애국가책임제를 정부가 수용하고 장애등급제가 폐지되면서 개별화지원계획이 본격화되는 추세”라며 “‘발달장애인 문화예술 네트워크’ 발족을 계기로 성인기에 방치된 발달장애인 청년들이 원하는 문화예술 인프라가 구축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만화가 장차현실씨와 동행한 김선환 경기사회복지회 사무국장은 “8년 동안 미술치료를 하는 과정에서 발달장애인을 위한 껍질깨기 과정이 2년가량 필요했다”며 “이후 6년은 부모들 설득하는데 시간을 쏟았으나 초등 3학년때 만난 발달장애 청년들이 고교 졸업이후 갈 곳이 없어 편하게 올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위해 땅도 사고 건물도 짓고 있다”고 사례를 보고했다.

이 단체의 경우 대기자만 700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수교육전문가인 이경아 박사는 “자폐3급인 아들이 성인이 된 뒤 성분도복지관에서 문화예술대학을 3년째 다니고 있다”며 “경기도 이천시 1만평 규모의 부지를 확보해 문화예술이 어우러진 삶을 원하는 발달장애인 가족들이 함께사는 마을을 추진하기위해 앞장서 일하는 분들과 만나 힘을 보태고 있다”고 현재 상황을 전달했다.

일본인 다문화교사는 “딸(27)이 고교 졸업후 전공과에 이어 주1회 미술활동을 하면서 복지관을 6년째 다니고 있지만 더이상 갈 곳이 없다”며 “나이 먹어서도 꾸준히 할 수 있는 문화센터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만화가 장차현실씨는 “딸(29)인 은혜작가가 5년전부터 그림을 그리고 있다”며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이 감동적”이라고 소개해 감동을 불러 일으켰다.

휠체어 사용자인 문은주 화가는 “장애감수성을 갖고 4년전부터 종로장애인복지관에서 발달장애 청년들에게 그림교육을 시킨 결과 과격한 행동은 한번도 없었다”며 “1~3급 발달장애인들이 직업반으로 빠져나가는 것이 안타깝지만 비장애계의 대부분의 사람들도 아직도 장애인 자체를 만나본 일이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해 호응을 얻었다.
마포중앙도서관 청소년교육센터에서 오는 9일부터 9월30일까지 개최되는 '노란마당 초대전'이 4일 서울대에서 발달장애인 문화예술 네트워크 사업으로 소개되고 있다. 마포구 발달장애인 부모들은 "전국 곳곳의 도서관을 비롯한 공공장소에 발달장애인 청년들의 작품이 걸릴 경우 작가들의 자존감 향상은 물론 폭발직전의 갈등을 해소하면서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회를 만드는데도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창교 기자

마포구의 크고 작은 도서관에서 발달장애인 작품 전시회를 열고 있는 성미산마을 ‘사부작’ 공동체 관계자는 “4시간 동안 작품을 걸면서 청소년 작가의 어머니로부터 자녀의 입에서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말 중 ‘감사합니다’는 말을 처음으로 사용하는 것을 보고 위로를 받은 사실이 확인돼 작품을 거는 와중에 성공한 전시라고 명명하게 됐다”는 고백을 듣기도 했다.

마포중앙도서관 청소년교육센터에서 오는 9일부터 9월30일까지 개최되는 ‘노란마당 초대전’은 발달장애인의 삶과 예술의 가치를 알 수 있는 작품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사부작’ 공동체는 1억원을 모금해 자체 공간을 확보했으며, 전북 전주에 초청공연을 다녀오기도 했다.

작사자 정찬씨의 어린시절 교사는 정찬씨의 입에서 나온 말로 만들어진 시와 25분만에 전문 작곡가에 의해 만들어진 노래, 그리고 댄스를 하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며 “(어릴 때의 모습을 알고 있는 나로서는)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눈물을 흘린 일도 있었다.

‘발달장애인 문화예술 네트워크’는 매월 1차례 서울대에서 지속적으로 개최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는 발달장애인 청년 예술가 양성을 위한 토론과 함께 자신들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정부는 각 시·도별로 수백억원을 투입해 추진되고 있는 장애인체육관에 문화예술 거점센터를 확보해 ‘문화예술체육’을 일상적으로 즐기고, 배울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발달장애인 문화예술 네트워트 참가자들은 “지역별로 특화된 지역문화재단과 협업을 통해 장애인문화예술지원센터가 지정될 경우 성인기에 방치된 발달장애인들이 폐인으로 전락하지 않고 인간의 존엄성을 갖고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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