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살 당한 필리핀 시장 안토니오 할릴리의 아내 지나 할릴리가 4일 장례식을 치르고 있다. AP뉴시스

필리핀에서 이틀 동안 시장 2명이 피살당했다고 CNN 등이 4일 보도했다. 두 사건의 연관성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지만 마약 범죄와 관련 있다는 추측과 정부의 반인권적인 마약 범죄 소탕이 부작용을 나타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필리핀 누에바에시하주 제네랄티니오 시장 페르디난드 보테(57)는 3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타고 청사를 나가던 중 오토바이를 탄 괴한이 쏜 권총에 여러 발 맞았다. 사건 직후 보테 시장은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결국 숨졌다. 총격범의 신원은 파악되지 않았으며 범행 후 도주했다. 현장에서 적어도 18개의 빈 포탄이 발견됐다고 현지 경찰은 밝혔다.

하루 전에는 마닐라 타나우안의 시장 안토니오 할릴리(72)가 시청 앞에서 수십 명의 직원들과 국기 게양식에서 국가를 부르던 도중 심장 쪽에 한 발의 총탄을 맞았다. 할릴리 시장은 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숨졌다. 경찰에 따르면 총탄은 인근 숲에서 발사됐으며 훈련된 저격수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추정된다. 이 사건도 범인은 잡히지 않았다.

할릴리 시장은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마약과의 전쟁’을 지지하는 행보를 보였다. 그는 2016년 마약 사범들에게 “나는 마약 밀매자다. 나처럼 되지 말라”라고 적힌 팻말을 들거나 그런 문구가 쓰인 옷을 입고 거리를 행진하게 하는 일명 ‘치욕의 걷기’를 시켜 살해 위협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할릴리 시장은 마약 거래에 가담한 정황이 나오면서 내무부로부터 경찰지휘권을 박탈당했다. 그의 가족은 정부가 그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퍼트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야당은 두테르테 대통령이 필리핀에 ‘폭력문화’를 퍼트렸기 때문에 시장의 살해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야당의 안토니오 트릴레인스 막달고당 상원의원은 “두테르테는 법보다 주먹이 먼저라는 생각으로 폭력을 정당화하고 있다”며 “필리핀이 아시아의 ‘살인 도시’가 돼 버렸다”고 말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2016년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이후 현지 경찰에 의해 지금까지 4200명의 용의자가 사망했고 같은 기간 신원을 알 수 없는 범인에 의해 2500명의 마약 혐의자가 목숨을 잃었다. 인권단체들은 무고한 시민들이 처벌 받거나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고 비판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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